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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모래 흐르던 내성천은 어떻게 망가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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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모래 흐르던 내성천은 어떻게 망가졌나

[초록發光] 감사 대상, 4대강 본류에 한정하면 안 돼

5월22일 대통령의 업무 지시, 물관리의 현재·미래와 과거를 다뤄


지난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강과 물관리에 관한 업무 지시(청와대, 2017)를 발표하였다. 살펴보니 이날 발표된 업무 지시는 물관리의 현재, 미래, 과거라는 세 가지 시간 축으로 성명할 수 있다.


업무 지시는 '현재'에서출발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녹조 문제부터 다뤘다. 당장 6월 1일부터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4대강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물관리 일원화 지시는 현재를 지나 '미래'로 향한다. 환경부(수질), 국토부(수량)로 나뉜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도록 정부 조직을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 변화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논의만 되고 변화가 없는, 이원화된 물관리 체제의 일원화를 과감하게 시도하였다는 점은 가히 혁명적이다. 물관리의 이원화, 내지는 파편화(fragmentation) 문제는 수자원 관련 교과서에서 항상 언급될만큼 수많은 국가들이 골머리를 싸매곤하는, 또 다른 현재이기에 이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미래지향적이다. 그만큼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뜻을 같이 할 분들이 제법 있으니 걱정마시라.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조차도 '수량-수질관리 체계의 일원화'를 공약으로 제시하였다(자유한국당, 2017, 197쪽). (기회가 된다면 관리 일원화의 쟁점에 대하여 별도로 다룰 계획이다.)


덮어두고 갈 수 없는 과거인 4대강 사업, 민간 단체의 공익 감사 청구로 다시 감사 대상


마지막으로, 물과 강을 다룬 대통령의 업무 지시는 '과거', 즉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을 겨냥했다.

대통령의 업무 지시는 이후 5월 24일 민간단체의 공익 감사 청구, 6월 14일 감사원의 감사 결정으로 현실이 되었다(감사원2017).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 한국환경회의의 공익 감사 청구에 따라 관계기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사전 조사를 실시하였고, 6월 9일 감사원 외부위원 4명, 내부위원 3명으로 이뤄진 공익 감사 청구 자문위원회에서 '보의 안전성, 수질 등에 대한 사후관리 및 감사 지적에 대한 후속 조치의 적정성 확인 등'에따라 감사 필요성에 의견을 모은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정책결정 과정부터 계획 수립, 건설 공사, 수질 등 사후 관리 점검뿐만 아니라 성과 분석도 감사 대상이다. 이로써 이미 3차까지 실시한 감사원 감사에서 부분적으로만 다뤄졌던 4대강 사업을 포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2010년 1차는 계획 수립, 2012년 2차는 설계에 따른 공사 여부, 3차는 참여 건설사들의 담합을 다뤘다.) (감사원, 2017: <한국일보> 2017년 6월 14일 보도 '감사원,네 번째 4대강 사업 감사 착수')

반드시 조사해야 할 과거, 영주댐과 내성천 문제


우리나라 수자원을 대표하는 4대강 관리에 관하여 '쌓이고 쌓인 폐단'(적폐)를 찾아내고, 극복하려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 착수는 환영한다. 하지만 취지에 보다 적합한 감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감사 대상을 4대강 본류만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진행된 하천 개발 공사 중 대표적인 영주다목적댐 건설 문제도 감사 대상으로 다뤄져야 한다.

그 이유는 영주댐 사업이 4대강 사업을 진행한 주체-과정-결과까지 그대로 복제한 판박이 사업으로, 본류를대상으로 한 4대강 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마지막 4대강 사업'이기때문이다. (정수근, <프레시안> 2017). 따라서 4대강 사업의 계획에서 실행,성과까지 두루 정책 감사를 실시한다는 이번 감사의 취지와 정확히 부합한다.


수자원공사(Kwater)에 따르면, 2001년 송리원다목적댐으로 댐건설 장기 계획의 후보에 포함된 영주댐은 이명박정권이 들어선 2009년부터 재추진되기시작하였다 (Kwater 홈페이지). 사업이 재추진된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고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고 2009년 12월 댐건설이 시작되었다. 당시 4대강 사업이 특별법 제정,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법 시행령 일부 개정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추진된 점과 일맥상통한다.

3번의 감사를 걸치면서 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매번 부분적인 조사만 하면서 녹조 문제, 막대한 유지관리 비용의 문제를 초래한 4대강 사업 진행 과정의 문제점과도 영주댐 시행 과정은 닮아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내성천보존회 등 민간단체와 주민들은 모래강으로 유명한 내성천의 연약 지반, 흰수마자와 같은 수생태 위협, 역사적 유물 보존 등과 같은 비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박근혜 정권 모두 4대강 사업의 부정적인 결과인 본류의 수질 악화 문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외면하면서 본류 수질 개선을 위해 유지 용량을 제공한다는, 자기부정적이고 모순적인 명목으로 영주댐 건설과 담수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물맑기로 소문난 내성천에도 녹조가 심각해지고 있다(불교방송, "대구환경운동연합, '영주댐도 해체해야 한다', 2017년 5월 23일 보도). 은빛모래와 맑은물로 유명한 내성천이 낙동강처럼 변해 버렸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대안도 함께 고려하자


이참에 댐이나 보를 폐기하고 해체하는 대안도 고려해보자. 이미 만들어진 댐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해야 하는가?

옥스포드대학의 맥컬럭 박사(McCulloch 2008)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전공 분야에 따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의견이 대립되어 왔다. 토목공학자를 중심으로 댐건설과 관리의 기술적 측면을 신뢰하는 측은 잘 설계된 댐은 관리가 잘되는 한 무한히 사용가능하며, 경관의 일부로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반면 댐은 자연스럽지 않을 뿐더러 사용 연한을 고려하여 제거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국민세금으로 만든 댐을 유지할지, 폐기하고 해체할지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걸쳐 결정할 사안이다.


우리 사정에 맞는 대안 모색이 중요하지만, 소위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선진국에서도 댐수명을 종결시키고 해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유럽(특히 프랑스)에서 하천 흐름을 방해하고 연어와 같은 회유성 물고기의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소형 및 대형댐 제거가 이미 시행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유럽하천네트워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만 1996년에서 1998년사이에 대형댐 3곳을 철거하였고, 1998년부터는 2900개에 달하는 보와 댐을철거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댐과 보를 통해 하천 흐름을 통제하면서 얻게 되는 혜택과 이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을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시 고민할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토론과 의사결정은 단연코 비싼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왕 쓰기로 한 비용인만큼 보다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결정을 통해 4대강도 살리고 내성천도 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2016년 10월 25일 영주댐 준공식이 열렸다. 그러나 시험담수 중인 내성천 강물은 지난 여름 녹조로 몸살을 앓았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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