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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바람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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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바람의 나라에서

[문학의 현장] 태양과 바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해와 바람의 나라에서

태고 적부터 하늘님 나라에는 해도 비치고 바람도 불었다
그 나라에 하늘님은 자신을 닮은 호모사피엔스를 내려 보냈다
다른 자식들도 데리고 잘 보살피며 살라고 타이르시며
호모사피엔스는 해와 바람을 경배하며 다소곳하고 겸손하게 살았지
늘 하늘을 우러르고 대지의 품에 꼬옥 안겨서
시간이 지나면서 호모사피엔스는 궁금해졌다
어머니 세상이 어떤 것인지
이것저것 들추면서 알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늘이 도는 것이 아니고 땅이 돈다는 것
그 땅의 중심이 나를 붙들고 있다는 것
밤을 밝히는 작은 해님까지 만들어 쓸 줄도 알게 되었지
점점 시건방져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별 것 아니네
드디어 엄마의 판도라 상자까지도 열어보고야 말았다
쬐그만 핵을 쪼개어 엄청난 열과 빛을 내는 마법까지 훔쳤지
이 신통방통한 요술방망이를 가지고 놀았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도 한 방씩 터뜨리며
호모사피엔스들은 서로 이 노리개를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났다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도 갖고 나니 모두들 갖겠다고 아우성이지
형들은 동생들이 갖겠다고 하니 죽어도 안 된대
요술방망이를 갖고 노는 호모사피엔스를 보고 어머니가 노했다
까부는 형들이 갖고 있는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에 꿀밤 한 방씩 먹이며 야단쳤어
더 이상 까불면 안 돼
그 물건을 다시 판도라 장자 안에 갖다 놓으라며
호모사피엔스는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어머니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핀다
역시 영원한 것은 해와 바람이여
다시 그들을 사모하기 시작한다

시작노트

인간이 이 지구상에 출현하고 나서 끊임없는 기술 발전을 통하여 자연을 이용하고 정복하면서 풍족하고 편리한 생활을 추구해 왔다. 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이용하여 남을 정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무기도 계속 발전시켜 왔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맨 처음 핵을 개발한 미국은 이것을 이용하여 무기를 만들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핵폭탄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터뜨려 24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죽게 하고, 수십만 영의 사람들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오늘날까지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렇게 2차대전은 끝이 났지만 그 때부터 각 나라는 이 괴력의 핵무기를 갖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미국에 이어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핵을 가졌다. 그 후에 핵을 개발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까지. 핵무기를 가졌다. 최근에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한국, 중국 등이 나서서 말리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기뿐만 아니라 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는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고 하면서 핵발전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는 앞 다투어 핵발전소를 지어왔다. 이러던 중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핵발전소의 원자로가 터져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그 일대의 사람들이 대피소동을 벌였다. 그러고 나서 미국은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짓지 않고 있는 것만 활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86년 4월 26일 구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안전점검을 하다가 발전소 연구원들의 실수로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전 유럽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엄청난 핵발전 폭발 사고다. 이 사고로 수백만 영의 사람들이 죽거나 방사능에 피폭이 되어 오늘날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 아직도 체르노빌 핵발전소 반경 30km 안에는 철조망을 쳐서 사람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당시 이 사고를 수습하면서 쏟아 부은 시멘트가 30년이 지난 작년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하여 철판으로 덮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뿐인가?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의 지진으로 인하여 쓰나미가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덮쳐 핵발전기 3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체르노빌 못지않은 사고로 현재까지도 수습이 되질 않고 있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언제 수습이 될지 기약도 없다. 일본 전 국토의 70%가 방사능에 오염이 되어 있다. 후쿠시마도 반경 20km 안에는 역시 철조망을 쳐서 사람 출입을 막고 있다.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난 나라는 수량이 많은 나라들이고 세계 제일의 기술을 자랑하는 나라들이다. 그렇게 안전하다고 떠들던 나라들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 100%는 없다. 인류는 이렇게 세 번의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겪고 나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하였다. 핵발전에 앞장섰던 독일 등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핵발전소 폐쇄를 결정하고 착착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이웃에 있는 대만은 공정률 98%의 핵발전소도 국민투표를 거쳐 폐쇄하기도 결정을 하였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 때인 1978년부터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핵발전의 시대를 열었다. 그 후 역대 정권들은 계속 핵발전소를 확대해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6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시한울1,2호기, 신고리4,5,6호기는 짓고 있는 중이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 많은 수이고, 좁은 국토에서 핵발전소 밀집도는 단연 세계 최고이다.

몇 차례의 핵발전 폭발사고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시민단체들과 삼척, 영덕 신규핵발전소 예정지역 주민들은 물론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핵발전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벌어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핵발전 문제도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원내에 진출해 있는 5개 정당의 후보들 중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모두 탈핵을 공약하고 있다. 이 중 심상정 후보는 현재 짓고 있는 핵발전소도 당장 중단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들 4인은 하나같이 2030년까지 전 에너지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약속을 하여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겠다고 하였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이제 탈핵의 길로 접어들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본 시인은 희망찬 탈핵 대한민국을 그리며 어제도 오늘도 광화문 사거리에서 ‘불안해서 못살겠다. 대선후보들은 핵발전소 폐쇄를 공약하라’는 피켓을 든다. 이제 우리는 무서운 핵으로부터 벗어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다시 위대한 '태양과 바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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