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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코드' 비판하기 전에 자유한국당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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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코드' 비판하기 전에 자유한국당이 해야 할 일

[기자의 눈] 코드 인사가 왜 문제인가?

정치권에 '코드 인사' 논란이 불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교육부, 법무부 등 장관급 추가 인사를 발표했는데, 야3당에서 이 인사들을 반대했다. 이유는 딱 하나다. '문재인 사람들'이어서, '코드 인사'여서, '편향적'이어서 안 된다는 논리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2일 "문 대통령의 코드 일변도 인사는 국민 통합을 해치고 극단적인 정책 편향성을 가져온다. 반드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코드 인사, 편 가르기 인사가 현실화되고 있다. 선거 공신들을 전리품처럼 앉히는 진영 인사야말로 적폐"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문재인 사람들, 문재인 캠프 사람으로 채워진 코드 인사"라고 가세했다.

'코드 인사'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정치, 이념 성향이나 사고 체계 따위가 똑같은 사람을 관리나 직원으로 임명하는 일. 또는 그런 인사"라고 규정한다. 이 단어는 2002년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인사를 공격하기 위해 쓰고, 지난 9년간 정치권에서 거의 사라졌던 말이다.

박근혜 정부 때 야당은 '수첩 인사'라고 비판했다. 인사 시스템 자체를 무시한 박 전 대통령의 깜짝 인사 스타일을 비꼰 말이다. 하지만 '수첩 인사'는 박 대통령이 난데없이 고위 공직자로 지목한 이들이 능력과 자질에서 함량 미달인 경우가 많아서 붙여진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3년 '박근혜 수첩'에서 툭 튀어 나온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다. 오죽하면 정우택 원내대표조차 당시 윤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앞장서 촉구했을까.

그 밖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한 고위 공직자들 거의 대부분은 부동산 투기를 비롯한 악성 비리 의혹이 낙마의 원인이었다. 정부와 '코드가 일치한다'는 이유로 물러난 사람은 없다.

▲ 문재인 대통령의 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자리에 '인사 실패 협치 포기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래서 '코드 인사'는 중립적이지 않은 용어다.
'코드 인사'의 논리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면, 대통령더러 대통령과 생각이 같은 사람과는 일하지 말라는 말이 된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하는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할 장관 후보자들을 인선하면 안 되나? 보수 정당 집권기에는 보수적인 인물이 중용되고 진보 정당 집권기엔 개혁적인 인물이 중용되는 게 상식인데, 유독 '진보 코드'만 문제라는 이상한 논리다.


그 배경에 '묻지마 색깔론'이 깔려 있다는 걸 정우택 원내대표의 발언이 증명한다. 정 원내대표는 "개혁과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코드가 맞는 전교조,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들로만 골라 보은 인사 격으로 요직에 앉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편향되고 좌파적 이념 추종자가 대부분이다. 우리 한국당은 이런 코드 일변도 인사가 우리 사회의 질서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뒤엎으려는 과도한 시도로 이어지지 않게 철저한 비판을 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증거도 없이 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이 '체제 전복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국정 운영의 주체인 청와대와 여당에 협치는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연정이 이뤄지지 않은 단독 정부에서 야당과의 인사 협치는 쉽지 않은 문제다. 야당에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가 있어도 정치 도의상 장관으로 발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에 따라 해수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위 공직에 올라선 안 된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캠프 인사에 반대하려면, 캠프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 부처의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자질이 부족한지를 제시해야 한다. 야3당이 무턱대고 꺼내든 '코드 인사' 비판은 이 점에서도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본격적인 검증 절차가 남았지만, 야3당이 반대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경기도교육감 시절 '무상 급식'과 '학생 인권 조례', '혁신 학교' 등의 성과를 남긴 인물이다. 국민들은 이제 이 문제를 이념으로 따지지 않는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 탄압에 저항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국민은 '안경환 인권위' 이후 인권위의 존재 의미가 어떻게 퇴색했는지를 똑똑히 지켜봤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차라리 솔직해져야 한다.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거나, '보편 복지'라는 철학에 동의하지 않아서 이들 인사에 반대한다고. 국정 철학이 문제라면 집권 세력과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 시작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무너진 보수의 철학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이냐다. 아직도 "친박 바퀴벌레"라는 말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자유한국당은 왜 고래등 같던 당세가 지지율 10%대 정당으로 주저앉았는지부터 살피는 게 순서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에 권한다. '문재인 코드' 비판하기 전에 '자유한국당의 코드'가 무엇인지부터 내놓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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