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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소통, 개혁…'이명박근혜'와 달랐던 '문재인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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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소통, 개혁…'이명박근혜'와 달랐던 '문재인 30일'

[문재인 정부 한달] ① "인사·개혁조치 양호…협치는 말보다 제도로"

5.9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9일로 한 달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첫 한 달 동안 여러 파격적 '소통 행보'를 선보였고, 정책 현장을 찾았으며, 인사 조치도 단행했다. 직접 국회를 방문하거나 청와대 핵심 참모들을 국회로 보내어 야당과의 소통에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무 분야의 행보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종합적으로 뭔가 바꿔보려는 의지와 행태의 변화는 분명 눈에 띈다"며 "아직 시작 단계여서,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아직 예측 가능성을 선사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높은 국민적 지지나 관심이라는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잘해갈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은 열린 것 같다"고 총평했다.

"인사 전반적 양호…측근들 '2선 후퇴' 감동·긍정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외에 17개 부처 가운데 6개 부처 장관만 지명된 상태여서 인사에 대한 평가는 아직 섣부르다. 다만 지금까지 인사에 대한 총평을 묻자 정치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하지만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공통적으로 피력했다.


김윤철 교수는 "개혁적이고 균형적인 인사가 이뤄져 상당한 안정감을 선사했다"며 일부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인사의 취지나 의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파격적 인사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조국 민정수석이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는 좋았는데,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게서는 상당히 문제가 나타나는 것 같아 이 부분은 마이너스(-)"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인사청문회에서 '5대 비리 원천배제' 원칙을 못 지킨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물론 당사자들은 해명을 했지만, 상당히 여러 의혹이 제기되다 보니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도 크게 다른 게 없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 역시 "청와대 인사는 전반적으로 참신하고 무난했다"면서도 "일부 청문회 대상자들은 검증 시간이 부족했던 관계로 소홀했던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실제 인사 내용이 충돌하는 지점에 대해 야권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며 "청와대가 대통령의 약속을 현실에서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 지침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것을 서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조언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인물마다 흠결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대체로 양호하다"며 "특히 '참여정부 2기'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했는지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뒤로 물러나고, 그렇지 않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도 "측근들이 빠진 것은 칭찬해주고 싶다. 과거에 비판했던 게 미안할 정도"라며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최태욱 교수는 다만 "한 사람 한 사람은 훌륭한데, 이들이 '한 팀'으로 움직이며 손발을 맞춰 일할 수 있을지는 조금 불안하다"는 지적을 했다.

최 교수는 "영역별로 좀 다른데, 예를 들어 조국 민정수석은 잘할 것 같다. 직무도 비교적 독립적이고 청와대가 전체의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런데 경제, 복지, 외교안보 등의 정책 영역들은 청와대, 부처, 각종 정부 위원회까지 많은 사람들이 역할을 분담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영역인데 손발이 잘 맞을까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미국을 예로 들면, 대선 캠프에서부터 이미 팀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정부에서 일하게 되는데 지금 우리에게 그런 '팀'이 있느냐"며 "민정수석같은 자리는 뛰어난 플레이어가 가면 괜찮다고 쳐도, 경제·외교안보 등은 팀이 있어야 한다. 장하성·김동연·김상조 모두 훌륭한 분들이지만 각자 뛰어나지 손발 맞춰 일해본 적은 없고, 누군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걸 대통령이 (모든 영역을) 다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고언했다.

외교안보 분야 인선에 대해서도 "다 괜찮고 훌륭하지만 모두 관료 출신이어서, 과거 미국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나 고려말 정몽주 같은 '국제정치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감한 속도 인상적…제도 마련으로 개혁 완수해야"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촛불 민심'이 요구한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는 면에서 검찰·국방개혁, 4대강 재감사 지시,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지시, 미세먼지 대책 등을 대통령 업무지시 형태로 내놓은 데 대한 평가도 물었다.

일부는 '더 과감한 개혁'을 주문했다. 최창렬 교수는 "잘했는데 미흡하다. 더 화끈하게 해야 한다. 국민 지지를 받아서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 동의를 받는 정책은 야당이 '발목 잡기'를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진도를 더 나가야 한다. 국민들이 보기에 개혁을 하는 것은 같은데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민심의 눈에는 덜 찬다. 더 밀어붙일 수 있다"고 했다.

김수진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은 5년 전 (2012년) 대선 때부터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은 1년 이내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며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은 아는데, 전선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개혁 대상을 미리 열거, 나열하기보다는 예컨대 검찰이면 검찰 등 시급하다 판단되는 것부터 서두르고 전선을 확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김윤철 교수는 "새 정부의 특수성이 있다. 개혁 열망은 높지만, 정부가 제대로 구성이 안 된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이전 다른 정부들처럼 정권 초기 드라이브를 걸거나 하기는 쉽지 않다"며 "오히려 시간을 가지면서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는 가운데 개혁을 지속해갈 수 있는 식의 접근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주민들의 '셀카' 촬영 요구에 응하거나 참모들과 상의를 벗고 '커피 타임'을 하는 장면, 또 청와대 기자회견장에 서서 예정에 없던 질의응답을 하는 장면 등으로 부각된 '소통 행보'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최창렬 교수는 "전체적으로는 대통령이 탈권위적이고, 겸손한 자세, 소통하겠다는 자세가 확연하게 국민에게 부각돼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런 효과가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유창선 박사도 "지금까지 소탈한 모습, 파격적 모습을 통해 소통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실제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며 "다만 그것은 시한이 있다. 그런 행보를 통한 소통은 한계가 있고, 소통 역시 제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창선 박사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조치에 대해 "적폐 청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특히 검찰 개혁은 과감하게 속도를 내는 것 같다"며 "그런 점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 박사는 다만 "그런데 제도를 통한 적폐 청산, 즉 제도 개혁은 국회에서의 입법을 통해 돼야 하는데, 그것을 위한 협치 테이블 마련은 아직 좀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과 협치는 난망, 국민·바른 잡아야…선거제 개편이 열쇠"

자연스럽게 국회에서의 협치 방안에 대한 제언으로 넘어갔다. 유 박사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국민의당, 바른정당과의 협치에 적극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고 본다"며 "어차피 자유한국당은 모든 것에 '묻지마 반대'를 하고 있다. 180석 확보를 위해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아직까지는 이 두 정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가시적 노력은 미진했다고 본다. 좀더 적극적인 모색이 있어야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진 교수도 한국당까지 포함한 협치는 어렵다는 점에 동감했다. 김 교수는 "어차피 제1야당인 한국당에 건설적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다고 보인다"며 "그 외의 다른 야당들의 협력이 있으면 180석이 넘어 선진화법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가장 효과적 방법은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입법하고자 하는 법률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설득해서 국민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의 지지가 높은 정책이나 법안은 아무리 야당이라 해도 섣불리 반대할 수 없을 거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협치는 단순히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 시민들과 대화하고 소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와 이해 폭을 넓혀 가는 것"이라며 "그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다 여대야소였지만, 그럼에도 (야당의 반대로) 국면이 경색된 것은 정부가 의회 다수 세력 확보만 믿고 국민 설득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최태욱 교수도 '180석 협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동감했지만, 김수진 교수와는 다른 해법을 내놨다. 최 교수는 "대통령 업무지시 방식으로 개혁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은 국회에서 법제화가 돼야 하는데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180석이 필요하다"며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까지 다 해야 180석이 넘는다. 한국당 빼고 다 뭉쳐야 하고, 그러려면 한국당은 아니라도 다른 당에 엄청 공을 들여야 하는데 안 하는것 같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 교수는 "대통령이 비공개로 야당 대표를 만나 연정이나 내각 참여를 제안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연정 수준의 협치를 제안할 수 있고 또 그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런 물밑작업 등 '예술 같은 정치'를 지금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나아가 협치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살 수 있는 길,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그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시간이 흐를수록,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한국당으로 돌아가려는 의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제도 개혁은 두 당이 (정부에) 협조할 수 있게 하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제3당, 제4당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현행 지역구 단순다수제가 아닌) 비례대표 선거제"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내년 6월 개헌을 하겠다고 하면서 그 전제는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단순히 제도 개선 자체를 넘어선 협치의 열쇠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창렬 교수는 반면 "이 구도에서 협치를 얘기해봐야 힘이 떨어진다"며 "연정보다는 합당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당 체제를 바꾸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는 구도로는 안 된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과반 의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윤철 교수는 당장 야당을 압박하거나, 연정이나 통합을 추진하기보다는 여야정협의체 가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대선 직후'와, '인사청문회 국면'이라는 2가지 요소가 있다. 각 당이 대선 후 재정비도 제대로 못 했고, 인사청문회는 원래 여야 간 시끄럽게 마련이다. 그래서 당장은 협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야정협의체 구성 의사를 밝혔으니 향후에 이를 차근차근 구현해 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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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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