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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보를 세웠는데도 가뭄, 되레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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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보를 세웠는데도 가뭄, 되레 이상하지 않은가?

[다시 강이 흐르다 ②] 가뭄과 '보 개방'은 관계 없어...보 완전 개방이 출발점

문재인 정부가 지난 1일 총 16개 보 중 6개 보(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공주보, 죽산보) 수문을 열었다. 개방수위는 강정고령보 1.25m, 달성보 0.5m, 합천창녕보 1m, 창녕함안보 0.2m, 금강 공주보 0.2m, 영산강 죽산보 1m다. 개방 수위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나, 2011년 10월 이후 약 5년 7개월여 만에 4대강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신호탄이라는 데에는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정부는 보 상시 개방 조치와 별개로 빠른 시일 안에 4대강 정책감사를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수량 관리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해 수량과 수질 관리 모두를 환경부가 전담토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4대강 정책 기조 전환에 벌써부터 경고음이 들린다. 정치 공세라는 야당의 주장과는 별개로, 특히 현 상황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목소리는 가뭄 우려다. 가뭄이 심각한데 보를 개방하는 건 이치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 지난 1일, 5년 7개월간 막힌 강 일부가 다시 열렸다. 창녕함안보 수문을 일부 열자 상류에 쌓인 녹색 물이 하류로 흘러내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6개 보, 가뭄과 관련 없어

정부가 6개 보 상시 개방 방침을 밝히자마자 보수 언론은 가뭄에 보를 여는 건 안 된다는 논조의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정부가 개방 수위를 6개보 평균 0.26m로 결정한 이유도 가뭄 피해를 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우선, 가뭄 지역은 보 개방 지역과 관계없다. 현재 가뭄이 심한 지역은 안성·화성·평택·여주 등 경기 일부와 강원 일부, 그리고 충남 서부 등지다. 이 중 직접적으로 4대강 보와 연계된 지역은 여주(이포보) 정도다. 오히려 4대강으로 보를 설치했음에도 여주가 가뭄으로 곤란을 겪는다는 소리가 나와야 정상인 셈이다.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을 6년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시기 4대강 사업을 앞장서 비판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가뭄 피해는 대체로 강 상류 지역에 집중되고, 지천에 집중된다"며 "달리 말해, 보가 집중적으로 설치된 4대강 중류~하류 지역 대부분은 본래 가뭄과 별 관련 없다"고 지적했다. 4대강 보 개방 여부와 가뭄은 별 관련 없다는 것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순환팀장은 "4대강 보 개방은 가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낙동강의 경우, 지금도 저수율이 95%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가뭄 우려 목소리에는 일종의 프로파간다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신 팀장은 "4대강과 무관한 지역의 농민 중 일부가 언론 보도를 보고 '하천 수위를 낮추면 우리 동네에도 물이 모자라는 것 아니냐'며 정서적으로 우려를 가질 수는 있다"면서도 "애초 개방하는 6개 보는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섭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은 가뭄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일 4대강 보 개방 관련 언론 브리핑을 열어 "6개 보 구간의 농업용 양수장 60곳은 모두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고, 선박 계류장 등 수변시설 이용에도 영향이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며 "보 개방과 가뭄은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가뭄 대책은 별도로 수립해야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하루 빨리 최소화하는 게 시급하다.

4대강 사업은 그간 자연스럽게 형성된 강 유역 농업·어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1일 창녕함안보 개방 모습을 지켜보러 창녕을 찾은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49) 이장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박 농사가 불가능해졌다"며 "정부가 어떤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박 농사로 이름 높은 고령군은 낙동강 변에 위치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합천창녕보가 설치되자 강 수위가 높아졌고, 이 때문에 지하수가 농지로 침투했다. 수박 농사가 불가능해진 이유다.

곽 이장은 "예전에는 땅을 5~6m는 파야 지하수가 올라왔는데, 지금은 갈수기임에도 1m만 파면 물이 솟아오른다"며 "수박 뿌리는 지하 2m까지 내려간다. 수박을 심어도 뿌리가 다 썩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과거 고령 그린 수박단지는 약 18만 평에 달했다. 약 800동(1동=200평) 규모의 수박 농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350여 동 정도만 수박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박 품질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퍼지며 과거 1동에 500만 원대에 거래되던 고령 수박은 지금은 200만 원에도 팔리지 않게 됐다.

4대강과 별도로 가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신 팀장은 "가뭄 지역의 경우 양수 시설 보강 공사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환경부도 어려운 공사가 아니라고 인정한 바 있다"며 "추경 예산 일부를 가뭄 해결 공사에 사용하면 가뭄 대책 수립이 지금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1일 열린 창녕함안보 수문을 통해 상류의 고인 물이 하류로 흘러내리고 있다. 물 색깔이 확연히 구분된다. ⓒ프레시안

보 완전 개방이 복원 출발점

환경단체는 4대강 수문은 하루 빨리 완전 개방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개방 수위는 일종의 '국토부 4대강 출구전략'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 팀장은 "창녕함안보의 개방 수준은 20㎝다. 깊이 10m 댐을 9.8m 댐으로 이용하겠다는 수준"이라며 "이 정도 개방으로는 기존과 달라질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수준 개방으로는 녹조 저감 효과가 20% 수준에 불과함이 이미 밝혀졌다"며 "이대로는 올 여름에도 녹조가 대대적으로 발생하는 걸 막을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정부의 6개 보 개방 수준은 양수 제약수위 유지다. 양수 제약수위는 농업용 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은 수위다. 하지만, 이 같은 인위적 수위 유지는 결국 4대강 유지에 불과하다는 게 환경단체 입장이다.

신 팀장은 "인위적 수위 관리가 이어지는 한, 이미 파괴된 4대강 생태계가 되살아날 수 없다"며 "전면 개방만이 생태계 복원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자연회복력을 믿고, 정부가 우선 5년 7개월 전으로 생태계 조건을 되돌려야 4대강 복원을 시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 팀장은 "강을 전면 개방하면 올 여름 홍수기를 지나며 상류에서 내려오는 고운 흙이 다시 하류에 쌓인다"며 "하천 지형이 본래 자연 상태로 회복돼야 하천 바닥이 비로소 생태계 서식처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위적 조정이 이어지는 한, 생태계를 되살릴 조건은 마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예산 차원에서도 한시라도 이른 보 완전 철거가 더 이익이라고 환경단체는 주장한다.

정부에 따르면 16개 보 유지 예산은 연 2000억 원 정도다. 이대로 4대강 16개 보를 유지하는 한, 매년 2000억 원이 꾸준히 들어간다는 소리다. 반면 보 철거 예산으로 시민사회는 약 3000~4000억 원을, 국토부는 약 1조7000억 원을 추산한다. 빨리 철거할수록 오히려 이익인 셈이다.

신 팀장은 "아무래도 완공 6년도 되지 않은 댐을 다시 뜯는 게 정부로서도 부담이긴 할 것"이라며 "당장은 16개 보를 전면 개방하고, 이후 시범 철거 수순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범 철거는 오염 정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낙동강과 금강의 하류에 설치된 보가 적절할 것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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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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