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의 보 중 6개 보의 수문이 열렸다. 그간 막혀 있던 강줄기에 겨우 물꼬가 트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4대강 사업은 논란거리다. <프레시안>은 4대강 사업의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굳게 닫혀 있던 철재 수문이 열리면서 거대한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보에 갇혀 고여 있던 낙동강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짙은 녹색을 띤 강물은 하얀 거품을 내면서 아래로, 또 그 아래로 흘러내려갔다. 강이 아래로 흐른다는 자연스러운 이치가 실현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1일 오후 2시, 경상남도 창녕합천보 수문이 열렸다.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공사라 불리는 4대강 사업으로 막혔던 낙동강 물꼬가 트이는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중 6개보를 상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은 녹조현상, 생태계 훼손, 물고기의 떼죽음, 강바닥 침전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시 개방되는 6개 보 중 4개는 낙동강(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보로 인한 낙동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번 상시 개방에 포함된 공주보는 금강, 죽산보는 영산강에 위치해 있다.
보 열었으나, 실효성은 '글쎄'
"보를 완전히 여는 줄 알았는데, 이게 머꼬. 이런 식으로 여는 거는 하나마나 아이가."
열려진 수문으로 쏟아지는 녹색 강물을 바라보던 김정섭(가명, 50) 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를 열었다는 의미만 있을 뿐, 정작 실효성은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보 수문을 열어 적게는 0.2m, 많게는 1.25m 정도의 수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창녕합천보는 지금보다 0.2m 정도 수위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이 가뭄을 겪으면서 대대적인 정부는 대대적인 방류를 하지 않았다.
이날 보 개방은 그러나 향후 수질 개선 등과 관련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보가 설치된 이후 낙동강 물이 흐르지 않게 되자 강바닥에 침전물이 쌓이면서 BOD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기존 물고기들이 살수 없게 됐다는 게 통설이다. 물고기들이 폐사된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4대강 사업 전에는 4월이면 낙동강 상류에 숭어가 모습을 나타냈으나 보가 설치된 이후부터는 숭어는 종적을 감췄다고 지역 어민들은 주장한다.
낙동강에서 50년 가까이 어업을 해온 박남용 한국어촌사랑협회 회장은 "보가 설치된 이후 이곳에서 어업을 하던 어민들은 대부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수질이 악화되면서 물고기 한 마리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잡힌 물고기도 보에 갇힌 낙동강에서 잡은 물고기인지라 제값이 팔리지도 않는다는 것.
"예전에는 여기에서 상주까지 올라가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보가 설치된 뒤부터는 보와 보 사이에서만 어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질 악화에 보로 격리된 구조까지 겹치다 보니 이곳 어민들의 타격이 막대하다. 그런 상황을 지난 5년 동안 겪어야 했다."
"다시 원위치 시켜야 하는 사업임이 드러났다"
이번에 보 개방을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희섭 한국어촌사랑협회 사무국장은 보 개방을 두고 "과거 펄스 방류 때보다도 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고작 수문 50~60cm 올린다고 사라진 물고기가 돌아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펄스 방류는 녹조류 확장 억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4대강 녹조문제를 해결하고자 펄스 방류를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한 사무국장은 "문 대통령이 지시하니 관계부처에서 마지못해 보문을 여는 식으로 이번 개방이 진행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이날 창녕합천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의 완전 개방을 촉구했다. 차윤재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기쁜 날이지만 마냥 웃지는 못하는 날"이라며 "수문이 열리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차 대표는 "국토부와 환경부 내에는 아직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적폐세력이 그대로 있다"며 "앞으로 4대강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적폐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벌여온 박창균 신부는 "보의 수문이 열린 것은 다행"이라며 "정부가 시행한 보 개방은 4대강 사업이 다시 원위치 해야 하는 사업임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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