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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불평등'은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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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불평등'은 어쩔 건가?

[서리풀 연구通]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필자가 요즘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창문을 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다. 국내 기준보다 엄격한 WHO 기준을 사용했다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양호' 이상인 날만 창문을 열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니 한 달 내내 창문을 열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 결국 한 단계 낮은 '보통'에서도 창문을 열기로 자체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었다. 외출을 할 때는 '미세먼지' 차단 문구가 붙어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이래봤자 소용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눈이 따갑고 기침이 나면서 미세먼지의 유해성을 내 몸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은 모두에게 무차별적 피해를 안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응과 피해는 결코 무차별적이지 않다. 최근 국제학술지 <생태경제학 Ecological Economics> 131호에 발표된 칭화 대학 총 쑨 (Cong Sun)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이러한 상황을 실증적으로 입증해보였다. (☞관련 자료 : Self-protection investment exacerbates air pollution exposure inequality in urban China)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심하기로 유명한 중국에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2013년 11월~2014년 1월 동안 '타오바오 닷컴'(Taobao.com,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이 만든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의 마스크, 공기청정기 판매량 자료와 구매자의 소득수준, 정부의 대기오염 경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구매자들의 소득 수준을 직접 파악할 수는 없기에, 2013년 4월~2014년 4월 동안 쇼핑몰 매출의 상위 75~100%에 해당하는 소비자들을 고소득, 25~75%를 중위소득, 0~25%를 저소득 집단으로 구분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매우 좋음, 좋음, 조금 나쁨, 중간 정도로 나쁨, 매우 나쁨, 심각하게 나쁨'의 6단계 대기오염 경보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매출 데이터가 수집된 기간 중인 2013년 12월에는 상하이와 난징이 속한 광동지역 주강 삼각주에서 1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안개가 발생했었다. 당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이전 주에 비해 각각 52.4%, 74.1% 증가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부의 오염 경보, 미세먼지 수준에 즉각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보 수준이 '매우 나쁨'과 '심각하게 나쁨'인 경우, 맑은 날('매우 좋음' 또는 '좋음')에 비해 마스크 구매량이 2.9배와 7.2배 늘어났고, 공기청정기 구매도 1.6배와 3.0배 증가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구매량 변화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히 공기청정기(평균가격 USD 490)가 마스크(평균가격 USD 0.9)에 비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공기 청정기는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고 전기요금도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까지 포함시킬 경우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의 비용 부담 격차는 더욱 커진다.

논문이 인용한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의 대기오염 차단 효과는 차이가 크다. 마스크의 경우 33%, 공기청정기는 92%로, 똑같은 조건에서 초미세먼지(PM 2.5)에 노출된 경우 마스크를 쓴 사람은 67%, 공기청정기를 틀고 있는 사람은 8% 수준의 위해만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타오바오 닷컴'의 2013년 매출 자료에 의하면 고소득집단의 47.9%는 공기청정기, 31.9%는 마스크를 구입했으며 두 가지 모두 저소득 집단보다 많이 구매했다. 또한 중위소득과 고소득 집단은 미세먼지 농도가 1% 증가할 때마다 공기청정기 구입량이 20% 증가했다. 하지만 저소득집단에서는 구매량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대기오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효율적인 제품을 통해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오염은 심장과 폐질환의 위험을 높이며, 기대수명 감소와도 연관이 있다. 최근에는 대기오염이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관련 자료: Association between neighbourhood air pollution concentrations and dispensed medication for psychiatric disorders in a large longitudinal cohort of Swedish children and adolescents)


우리 사회에서도 대기오염, 미세먼지 문제는 이미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응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것 말이다. 공기청정기는 최신 스마트폰만큼이나 자주 광고에 등장해서 생필품임을 어필하고 있다. 집안에서 고등어를 구워먹지 않는 것도 정부가 알려준 생활의 팁이다. 그러나 이렇게 개인 수준의 대책에만 치중하게 되면 공기 좋은 동네에 살 수 있는 사람, 야외 운동을 못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는 사람,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고 하루 종일 쾌적한 실내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이를 방치하면 그로 인한 건강 피해는 차별적으로 발생한다. 오염원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대안적 에너지/생산체계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 서지 정보

Sun, Cong, Kahn, Matthew E. and Zheng, Siqi. (2017). Self-protection investment exacerbates air pollution exposure inequality in urban China. Ecological Economics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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