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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개편' 말고 가치와 연대로 재정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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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개편' 말고 가치와 연대로 재정렬하라

[최창렬 칼럼] 통합에 왕도는 없다

대선 이후 일주일 남짓 기간이 꽤나 길게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거침없는 소통 행보, 파격인사 등은 정권교체와 그동안의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 등을 새삼 실감케 한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침을 밝힘으로써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도 지시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는 일단 친문 인사를 배제함으로써 패권주의를 불식시키고, 당내 경선 후보 캠프 인물 기용은 탕평 인사를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전임 대통령의 '불통'과 권위적 모습에 익숙해 있던 국민들에게는 낯선 광경이지만 신선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비정상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평가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75%에 달하는 여론조사에도 나타난다.
적폐 청산이 촛불 대선의 시대정신이었고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부응한 문 대통령이 당선됐다. 역사의 필연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선거 중 가장 많은 557만표 차이로 2위 후보를 눌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60%에 가까운 국민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개혁과 통합을 정권이 지향할 가치로 내세웠다. 개혁과 통합은 일견 상충되어 보이지만 개혁 없는 통합이 사상누각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개혁은 불평등 구조와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당위에 입각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기득권의 조직적인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비록 집권당인 민주당이 원내 제1당 이지만 국회에서 야당의 동의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거대한 벽이다.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이 절실하다.
개혁은 정책으로 구체화된다. 정책은 입법을 전제로 한다. 야당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지 않고는 어떠한 개혁도 정책도 현실화될 수 없다. 여소야대의 운명이다. 여소야대의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는 국정의 교착이라는 필연을 낳는다. 그래서 사회적 통합과 다른 차원에서 정치권의 통합도 긴요하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은 민주당 정권의 개혁 정책에 처음에는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다가 적극적 반대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것이다. 당내 내홍과 분열을 집권세력에 대한 공세로 돌파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통합에 대한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당 간 합당만이 통합이 아니다. 연합정치의 큰 흐름에서 보아야 한다. 여대야소라 해도 협치는 필수다. 개별적 현안과 이슈에서 가치지향을 공유하는 정당과의 정책연합은 통합과 협치의 핵심을 이룬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과의 사안별 정책연합이 여소야대의 교착을 풀 수 있는 해법이다. 대통령의 권력이 개입되는 정당체제의 개편은 역풍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인위적으로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바꾸려는 시도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5당 체제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반영하고 소수 계층의 이해를 보다 적실성 있게 대표할 수 있는 정당체제로 재정렬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치는 희소한 자원의 배분을 둘러싸고 각축하는 세력의 이해를 조정해 내는 작업이다. 소수의 이익이 과소대표되고 사회적 갈등이 반영되지 않는 지금의 정당체제가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재배열되지 않는다면 정치를 통한 개혁과 통합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정당체제가 분극화된 사회적 균열을 대표하지 못한다면 협치는 정치공학에 그칠 수밖에 없고, 가치지향에 근거하지 않은 통합은 파기되기 마련이다.
통합은 정치의 복원에서 찾아져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에 입각한 정치공학적 통합은 정치적 퇴행을 결과한다. 국민의 자발적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관건이다. 민주화 이후 최초의 총선인 13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을 보수대연합이라는 명분으로 뒤집은 1990년의 3당 합당은 총선 결과와 민의의 왜곡이다. 여야의 협치와 통합은 국민의 자발적 지지와 동의에 입각해야 하며, 집권세력이 반대세력에게 부단히 다가가는 진정성이 전제된다면 야당의 지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계층간 이해가 다르더라도 공통분모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수구 반공의식을 전가의 보도로 악용하여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더라도 민심의 흐름을 역류할 수 없다. 이는 촛불대선이 입증해 보였다. 수구 야당이라도 민심을 거역하지 못한다. 집권세력이 하기 나름이다.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라는 당나라 태종의 치적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위징(魏徵)의 말을 새겨봄직하다. 통합에 왕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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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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