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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준표, 마지막 TV 토론마저도…

[대선후보 토론] "문재인 대통령되면 나는 화형?", "4대강은 잘한 사업"

5.9 대선을 1주일 앞두고 2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5차 TV 토론. 이날의 토론 주제는 복지·교육 등 사회 분야 정책과 국민 통합 방안이었지만, 후보들 간의 날 선 설전이 부각되며 오히려 토론 내용은 묻히는 모습이었다. 각 당 후보들은 자신의 공약을 강조하는 한편 상대 후보의 공약의 허점을 파고들려 노력했고, 때로는 주제와 다소 무관한 언쟁이 불붙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날 가장 많은 시선을 받았다. 여론조사 1위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때로는 색깔론, 때로는 네거티브 공격을 던졌다.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던진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문 후보가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했다. 그러면 문 후보가 대통령 되면 나는 화형당하겠네?". "이해찬 의원이 '보수 궤멸'이라고 했는데, 그럼 나는 문드러지겠네?", "문 후보가 탄핵 이후 팽목항에 가서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했는데 뭐가 고맙나?", "대통령 되면 한명숙·이석기·한상균을 사면할 것이냐?", "북한이 주적이냐?"

문 후보는 자신이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말했다는 홍 후보의 주장에 대해 "제가 '횃불'을 이야기한 것은 우리 시민이 들고 있는 촛불이 더 커져서, 거대한 횃불이 되고 그 횃불이 보수정권이 만든 적폐를 다 청산한다는 말이었다"고 해명하며 "상징적 표현 아니냐"고 혀를 찼다.

홍 후보는 예의 '주적' 논란을 다시 제기한 뒤, 이번에도 문 후보가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게 온당치 않다"고 답하자 "어이가 없네"라고 반말을 하며 "그래서 통수권을 어떻게 행사하겠나"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하자, 홍 후보는 "군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오해의 소지가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홍 후보의 이 발언이 문제인 이유는, 흡사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군인들이 헌법상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는 사태라도 벌어질 것이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로 뽑힌 통수권자를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는 군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5.16이나 5공 군사정부 같은 군사독재를 연상시킨다.

토론회 주제와 부합하는 정책 분야에서도 홍 후보의 돌출 발언은 이어졌다. 문 후보와 4대강 수질 악화에 대해 토론하면서는 "4대강은 잘한 사업"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풍부해지고 가뭄과 홍수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녹조 발생에 대해서는 4대강 때문이 아니라며 "유속 때문이 아니라 지천에서 들어온 질소와 인을 포함한 축산·생활하수가 고온다습한 날씨와 만나서"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정책 분야에 대해 홍 후보는 "저의 복지 철학은 부자에게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부자들에게는 돈을 쓸 자유를 주겠다. 사치할 자유도 주고, 1년 열두 달 세금만 잘 내면 어디든지 놀러 가고, 골프 치러 가고,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세무조사 못 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전 토론에서부터 계속해 온 '강성 귀족 노조' 탓은 또 했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토론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고를 쉽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 후보가 "지난 10년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키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정책을 해 봤지만 하나도 해결이 안 됐다"고 말하자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라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정부의 과도한 요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진주의료원을 '돈 먹는 하마'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되면 의료원 다 폐쇄하나?"라고 묻자 여기서도 '강성 귀족 노조'가 나왔다. "진주의료원은 강성 귀족 노조라서 철폐했다"는 것이다. 심 후보가 이에 "그러면 서울대병원 노조도 강성인데 다 폐쇄하느냐? 의료 노조는 다 민주노총이다. 서울대병원도 (진주의료원처럼) 5년 적자가 1500억 원이다"라고 맞받자 "적자가 있어서 폐쇄한다고 안 했다. 놀면서 일 안 해서 폐쇄했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홍 후보가 "적자 쌓였는데 놀면서 일 안 하고, 도민 세금 축내서 폐쇄했다"고 말한 데 대해 "그것은 도민들이 홍 후보에게 하는 얘기다. 사돈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홍 후보도 이에는 발끈하며 "그렇게 적대 감정 갖고 배배꼬여서 덤비면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나"라고 성을 냈다.

문재인·안철수 서로 "당 쪼갰다" 비난전

1·2위 후보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도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안 후보가 "계파 패권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자 문 후보는 "국민의당은 안 후보 당이냐 마찬가지 아니냐. (그것은) 계파 패권주의 아니냐"고 응수했다.

안 후보가 "여러 분이 국민의당에 와 있다. 저, 손학규, 최근에는 김종인도 외곽에 있다. 문 후보를 도왔던 전직 당 대표들이 다 당에서 나왔다. 그분들은 다 '패권주의 때문에 나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재차 공격하자 문 후보는 "그렇게 당을 쪼갠 분이 안 후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안 후보도 "저는 당을 쪼갠 분은 문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국공립 단설 유치원 신설 억제를 거론했는데, 공공 보육을 확대하자는 정책 방향에 역행되는 것 아니냐. 그 공약은 철회한 것이냐 유지하는 것이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한 마디로 유치원을 무상교육하자는 것"이라며 "마치 초등학교가 공립·사립 간 큰 차이가 없듯이 부모 부담을 덜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학제 개편 공약은 너무나 부작용이 커서 전문가들이 최악의 공약이라고 평가한다"고 비난하자 안 후보는 "반대로 정말 좋은 공약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문 후보 공약인) 고교학점제에는 예산이 얼마 드는지 아나? 10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반격했다.

안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의 토론에서도 문 후보와 홍 후보를 싸잡아 "홍 후보가 저와 문 후보를 1중대·2중대 같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문 후보와 홍 후보) 두 분이 1중대·2중대"라며 "홍 후보는 이번 선거가 '친북 좌파를 척결하는 선거'라고 했고, 문 후보의 선대위원장(이해찬)은 '장기 집권해서 보수를 궤멸시키는 선거'라고 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난 오랫동안 서로 그렇게 필요로 하며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던 당이 두 당"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홍 후보에게 여러 차례 날을 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홍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며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안 후보는 홍 후보가 내놓은 복지 공약들을 거론하며 "가정양육수당 예산이 얼마냐"고 묻고, 홍 후보가 "외우지 못한다"며 답을 못 하자 "2조다. 기초연금 30만 원 인상 5.5조, 아동수당 4.2조, 그래서 18조 원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복지 혜택을 주는데 법인세는 감세한다고 한다. 도대체 세수는 어디서 나오나"라고 홍 후보를 몰아세웠다.

반면 지지층이 겹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문재인-심상정 후보 간에도 긴장감이 연출됐다. 심 후보가 "문 후보는 저와 복지에 대한 생각이 같다고 하는데 전혀 다르다"며 "중앙·지방정부 복지 지출이 160조인데 국민들 실손·생명보험이 200조다. 사보험 부담을 반으로 줄이면 복지를 충분히 한다. (문 후보 주장대로) 매년 6.3조(증액)만 가지고는 현상 유지밖에 안 된다"고 과감한 복지정책을 주장하자, 문 후보는 "200조면 복지를 늘릴 수 있다. 또 국민이 사교육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면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복지 늘리기가 급하다고 경제를 죽일 수 없다. 정의당은 이상적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수권하겠다는 정당 후보인 저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공약을 할 수 없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문 후보는 사드 배치에 찬성한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를 모두 겨냥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사드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 하는데 그래도 사드 배치 찬성 입장을 유지할 것이냐고 공격했다. 문 후보는 사드에 대해 찬반을 밝히지 않고 '다음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만 하고 있다. 안 후보는 "사드 문제가 지금 토론 주제냐"며 답을 하지 않으려 하다가 문 후보가 거듭 질문하자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보면 무기(비용)에 대해서는 미군이 부담하고 한국은 부담하는 게 아니라고 돼 있다. 사드가 배치된다고 해도 그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것은 거기에 위배된다"고 답했다.

유 후보는 "트럼프는 돌출적, 즉흥적 발언으로 우리뿐 아니라 여러 나라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에 이상한 사람이 당선됐다고 해서 사드를 재검토해야 하느냐.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무기다. 문 후보가 대통령 되면 사드 배치 안 할 거냐"라고 맞받았다. 문 후보는 "미국 대통령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면 어떡하나"라고 지적하며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생 분야에서는 오히려 유 후보가 문 후보에게 진보적인 방향으로 압력을 넣는 모습도 연출됐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차상위 계층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 넣어서 지원하는 것에는 반대하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당장은 좀 무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교육정책과 관련해 유 후보가 "3월 22일 교육공약 발표시 '수시 비중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정시를 늘리겠다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문 후보는 "대학 입시에서 논술, 특기자 전형은 없애서 대학 입시를 단순화하고 그것을 통해서 사교육비를 낮추자는 것"이라며 "전형을 없앤 만큼 수시 비중은 줄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 후보는 "줄어드는 수시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수시 비중이 준다고 해서 그만큼 정시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유 후보는 "문 후보 공약에 '수시 축소'라고 나와 있다"고 재지적했다.

한편 이날 안철수 후보는 국민 통합 방안과 관련해 "왜 보수에서 5.18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게 하는지 알 수 없다.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국민 통합을 위해, 물론 유족 동의가 있어야겠지만 이제 현충원에 안장해서 모두가 전직 대통령을 참배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이 김해 봉하마을에 조성된 것은 고인의 유지에 따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 "화장하라. 그리고 집 가까운 것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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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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