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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강매가 장사꾼 트럼프 협상의 기술이라고?

[기고]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불이익을 바로잡을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침없는(feisty) 발언이 연일 화제다. 1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상황이 적절하면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 정권을 향해 융단폭격이라도 할 기세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반전의 연속이다. 또 다음날에는 무슨 이야기를 내쏟아 놓을지 기대 반 근심 반이다. 미국 국민들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를 종잡을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 시각) <워싱턴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내야 하느냐?"며 "(사드는) 전 세계에서 역대 최고이자, 경이로운 방어 시스템으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정중히(respectfully) 말하는데,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로이터> 통신과 회견에서도 "한국에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내라고 통보했다"며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반입하는데 왜 미국이 돈을 내야 하느냐"고 밝혔다. 한국의 사드 비용 부담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도 어기는 셈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물건을 거의 강매로 넘겨 놓고선 돈을 내라는 것과 다름없다. 일반 상거래에서도 찾기가 어려운 황당한 요구이자 무례한 발언이다. 미국에 온정적인 사람들은 이를 장사꾼 출신 트럼프 특유의 협상(거래)의 기술이라고 눙쳐 말한다. 과연 그런가.

한미 동맹이 '미국 우선주의'의 하부구조로 전락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관종'(관심종자의 줄임말)일 수도 있다. 트럼프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남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음'과 '개의치 않음'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파식 발언'이 단순히 사드 비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여기고 감정적 대응전략을 마련할 경우 이는 미국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모양새가 되기 십상이다. 트럼프가 쏟아 내는 '후진 언어'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대신 철저히 국익을 기초로 중심을 갖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를 전면에 내세워 곧 출범할 한국 정부의 국방예산을 종합적으로 훑어보고, 동시에 한미 FTA 재협상, 방위비분담금 협상, 전작권 전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 등 굵직한 현안들을 자기 방식대로 이끌어가려고 할 것이다. 결국 한국은 큰 방향에서 보면 트럼프가 끌고 가는 쪽으로 갈 것이다. 한미동맹의 안락함에 빠진 대한민국 외교안보 관료 집단의 오랜 관성이자 이른바 '잉여통제력'(residual rights of control) 탓이다.

사드 배치에서 드러났듯이 복수의 국가가 안보계약을 맺을 경우에는 개별 상황에서의 권리, 의무 관계를 명시하게 된다. 계약관계가 지속되면서 합의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다른 사안(잉여영역)을 두고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불평등 분배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때부터 양국 관계는 순수한 계약관계를 넘어서면서 일방이 타방에 대해 압도적인 잉여통제력과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간다.

엄밀히 말해, 이번 사드 논란의 본질은 돈을 누가 내느냐가 아니다. '자율성과 안보의 교환동맹'(autonomy-security trade-off model)의 전형인 한미동맹을 불가피하게 재조정해야 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트럼프 시대의 한미동맹은 '미국 우선주의'의 하부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 그의 대중 영합적 돌출 발언은 지속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로 하는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요소가 되어 결국 동맹의 건전성을 약화시킬 게 틀림없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동맹의 틀을 흔들면서 한국의 반응을 떠보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국에게 안보를 확보해 주면서 한국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구조를 미국 쪽으로 바짝 당기는 방향으로 가고자 함이 분명하다.

미국과 60년 이상 비대칭적 관계를 지속하면서 한국은 자율성 확보 노력을 게을리 한 탓에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제력이 강화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그 결과 물고기(한국)가 물 속(미국의 영향력)에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 트럼프 식 성동격서에 주의해야

지금까지 보여준 트럼프의 언행은 변화무쌍하다. 돌직구에서부터 낙차 큰 커브까지 구질도 다양하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 입장에서는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괴짜투수여서 난감하기만 하다. 차기 정부는 이를 트럼프 특유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임을 깨닫고서 대응전략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일례로, 다음 정부 외교안보정책결정자들은 줄곧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차하면 2만 8000여 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의 단계적 또는 전면 철수까지 상정한 초강경 압박카드도 꺼내 들 수 있음을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트럼프니까 가능하다고 본다.

주한미군 철수 논쟁은 한미동맹의 미래에 비관적인 인식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시공(時空) 속에서 형성되어온 동맹의 가치가 트럼프 시대에 들어 어쩌면 커다란 변곡점을 그릴 수도 있다는 한국 내 친미 보수 세력의 위기의식과 중첩되어 나타날 것이다.

즉, 친미 우파의 머릿속에는 '동맹의 와해'를 은근히 바라는 민족주의적 세력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사드 비용 요구가 비대칭적(asymmetric)이며 위계적(hierarchical) 한미동맹을 바로잡거나 아니면 불태워 없애는데 오히려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군의 철수는 '체제 내적 경직성'을 야기하여 곧바로 정치적으로 인화성이 높은 안보위기로 불거져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적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는 한국의 정치권과 여론주도 세력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철군을 진행해 온 적이 없기 때문에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떠나는 조건으로 철군에 상응하는 전쟁억지의 제도적 장치를 우리가 요구한다면 이는 우리 스스로 평화를 지킬 힘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주한미군의 철수는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이다.

'반미'(反美)가 아닌 '용미'(用美) 전략을 짜야할 때

주목해야 할 점은 기울기가 현저한 현재의 한미동맹이 한국 내 차기 정부가 어떠한 성격을 지녔던 간에 올바르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더는 미국으로부터 버려지는 것(abandonment)에 대한 두려움이 이전보다 많이 약화되었다는 사실이다. 한미 공통의 적인 북한 핵위협이 약화되지 않고 강화되고 있음에도 과거 맹목적인 대미의존 현상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인 '용미(用美)'를 강조하는 흐름이 각 방면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미국에 대해서 할 말은 하자는 인식이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나도 친미이지만 이제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협상하고 'No'를 할 줄 아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다. 일부 국내 보수언론에서는 문 후보가 미국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 발언을 두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정상 국가의 외교에서 어느 일방의 국가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오히려 미국에 대해 유독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적이다.

미국의 방기(放棄) 위협으로부터 훨씬 자유롭게 된 이러한 경향성은 무엇보다 중국과의 점진적 관계 심화에서 찾을 수가 있다. 한중 관계를 한미 관계로 온전히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힘든 구조이지만 한미동맹의 보완재로서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는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중국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주장이 강하다.

그러나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속방 주장을 결정적으로 강화시킨 사건이 1885~86년에 벌어진 한러밀약 사태였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사드를 두고 '21세기 조선'이 벌이는 대미 외교행태가 불필요하게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해서도 안 된다.

요약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정책이 사실상 '개입을 위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for engagement)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비단 북한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상정해 두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과 한미동맹 강화에 어느 정도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하자면, 한국이 계속해서 미국의 군사전략에 종속된 형태로 끌려다닐 경우 한국이 겪는 불이익을 두고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가를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지도자라면 마땅히 이 '불편한 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국가 이익을 냉철히 고려하여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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