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권에 대한 폭거'
오늘 새벽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져온 사드 배치 소식을 접하면서 든 생각이다. 사드 배치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경찰들이 성주 소성리 및 인근 마을 집집마다 배치되어 주민들이 밖에 나오지 못하게 했고, 성주 골프장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을 완전히 차단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200여 명 주민을 고립시키곤 사드 장비 차량을 골프장으로 반입시켰다. 이렇게 8000명의 경찰이 투입된 작전은 6시간 만에 완료됐다.
이번 작전은 황교안 권한 대행 정부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완벽한 기만 전술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에 동행한 백악관의 외교정책 보좌관은 16일 "5월 초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뒤이어 한국 국방부 관계자들도 "대선 전에 사드 배치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X-밴드 레이더도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고, 환경영향평가도 5월 이내 완료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기만 전술이었다. 한미 양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역정보를 흘리면서 은밀하고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 작전을 모의 중이었던 셈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한미동맹의 군사작전 대상으로 전락한 순간이기도 하다.
황교안 대행 정부가 대선에서 사드 문제를 최대한 키우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드 배치를 되돌릴 수 없도록 대못 박기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도 이에 동조하고 말았다.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대선에 쏠려 있고 사드 문제가 대선에서 최대 쟁점이 되고 있으며 상당수 국민들이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한국이 미국의 일부인가'라는 분노어린 자괴감이 드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작년 7월 8일 사드 배치 발표를 기습적으로 강행해 '헬조선의 문'을 연 바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 되고 있는 어이없는 현실이 이를 입증했다. 그런데 황교안 권한 대행은 차기 정부가 헬조선의 문에서 나올 수 있는 출구마저 봉쇄하려고 한다.
사드 배치 강행으로 한국은 사상 초유의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사드 대못 박기로 대선 이후 한중관계의 회복 가능성부터 극히 불확실해졌다. 당장 사드 배치를 핵심이익의 침해로 간주해온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의 경제적 피해가 장기화될 우려를 지우기 어렵게 되었다. 대선 이후 경제적, 외교적 관계가 일부 정상화되더라도 유사시 성주 사드 기지를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대응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중관계가 군사적 적대 관계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 대처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해온 미중 공조가 사드 배치로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균열을 틈타 북한의 핵 질주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사드 배치를 통해 대북 방어력이 강해졌다고 판단하면, 그리고 북한의 핵 질주가 계속된다면, 예방적 대북 선제공격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북핵과 사드의 적대적 동반 성장이 '코리아 아마겟돈'의 문을 두드리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유일한 희망의 근거는 대선에 있다. 또한 법적인 근거도 있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에게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이 되는 즉시 사드 배치 및 가동을 중단하고 SOFA 2조 3항에 따라 미국에 재검토를 요구하겠다"고 밝혀달라고 말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과 유일한 동맹국 정부가 국민 주권의 원칙을 유린하고 있다면, 주권국가의 대선 후보들은 이 정도 입장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운명적 순간에 역사적 결단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