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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노동개악', 文·安의 입장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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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표 노동개악', 文·安의 입장을 찾아봤다

文·安 모두 '2015년 9월 노사정합의 존중' 입장 유사

5.9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대선 주자들은 노동계 표심 잡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적인 타깃은 양대 노총이다. 한국노총은 오는 25일까지 지지 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6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대신 '진보 진영 후보 지지'라는 원칙만 일찌감치 정한 상태다.

노동 분야 정책 가운데 가장 뜨거운 화두는 역시 이른바 '박근혜 표 노동 개혁'으로 불린 노동시장 개편안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핵심 내용은 성과연봉제와 일반해고제다.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측은 모두 '2015년 9월 15일 타결된 노사정위 합의안(☞관련 기사 : 노사정위 본회의 열고 '노사정 대타협' 최종 의결)을 지키겠다'는 입장으로 수렴한다. 거의 입장차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성과연봉제


성과연봉제에 대해 문 후보는 지난 8일 민주노총 정책콘서트에서 "박근혜식 성과연봉제, 성과평가제는 문제가 많다. (대통령이 되면) 즉각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양면적으로 해석됐다. 성과연봉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인지, 그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박근혜식 성과연봉제'가 문제라는 것인지 노동계에서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문 후보 측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20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박근혜식'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노사 합의 없는 밀어붙이기식 성과연봉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노사 간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 역시 "박근혜식 성과연봉제는 전면 중단하고, 노사정 합의를 통해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와 같은 날 행사에서 '폐지'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음 정부는 합리적 인사 평가 제도와 직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 제도를 마련하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고만 말했다. 당연히 현장의 반응도 미지근했다.

안 후보 측 이태흥 정책실장은 "2015년 노사정 합의에 기초해 노사가 합의해 객관적 평가 방식을 만들어 추진한다는 것이 안 후보의 일관된 기조"라며 "그 정신에 입각해 이미 노사가 정상적 프로세스를 거쳐 합의한 곳도 있다. 다만 노사정 합의를 깨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도입한 것은 정부의 잘못이며, 이런 경우는 합의에 기초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가 손에 쥔 공약의 '내용물'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포장지'는 "노사 협의 없는 성과연봉제 폐지"(문재인), "합리적 평가 및 보상 제도 마련"(안철수)으로 차이가 난다. 각 후보 캠프의 선거 전략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노동계 표심을 끌어오는 데 역시 일장일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해고제


일반해고제 역시 마찬가지. 문 후보 측 홍종학 본부장은 '저성과자 일반해고제는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의 골자인데, 반대하는 것이 문 후보의 입장이냐'라는 질문에 "저성과자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며 "노사 합의가 명확하게 돼야 한다. 그건 노사 간 합의에 맡길 사항인데 그것을 법으로 하려고 하니 (해고를) 남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홍 본부장은 "문 후보의 입장은 (일반해고뿐 아니라) 정리해고 요건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임금노동자가 1900만 명이 되는데,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600만 명, 1년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도 600만 명이다. 셋 중 둘은 '오늘 잘리나 내일 잘리나'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나라는 없다.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데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 측의 설명도 이와 판박이였다. 이태흥 실장은 "2015년 9월 합의에서 우리는 조금도 더 후퇴하지 않는다"라며 "사회 안전망이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노사정 합의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 때문에 사달이 나고 있다"는 것.

이 실장은 지난 13일자 <문화일보>에 '안 후보는 일반해고제 도입에 찬성 입장'이라고 보도된 데 대해 "해당 신문이 '일반해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지를 보내서, '노사 합의에 의해 그 내용·방식·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반대 취지의) 답을 써 보냈는데 실무자 실수로 '1번. 그렇다'와 '2번. 아니다' 중 '1번'에 표시해 보낸 것"이라며 "어느 정신나간 정당이 선거 기간에 '일반해고제 수용'이라고 하겠느냐. 너무 많은 질의서에 답하다 보니 발생한 실수"라고 펄쩍 뛰듯 해명했다.

다만 2015년의 노사정 합의안이 스스로 '야권 후보'임을 자임하는 지지율 1·2위 후보 진영에서 모두 금과옥조처럼 여길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노사정 합의 당시 공공연맹, 금속노련 등이 노총 지도부 사퇴까지 요구하며 격앙된 것은 이 합의의 한계를 보여준다. (☞관련 기사 : 다 내준 한국노총 지도부, 누구 편인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이었던 은수미 전 의원은 "노사정 잠정 합의문은 임금피크제,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대, 근로시간 연장을 쓸어담은 재앙 모음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한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과연봉제와 일반해고제 모두에 대해 선명한 반대 입장이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두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다. 단 유 후보는 지난 1월 <머니투데이> 정책설문 당시 성과연봉제에는 찬성, 일반해고제에는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5당 후보들은 모두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목표 시기는 문재인·유승민·심상정 후보는 2020년,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2022년으로 각각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주간 노동시간을 현행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안철수 후보는 연간 노동시간을 2110시간에서 1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심상정 후보는 주간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이는 '5시 퇴근법'을, 유승민 후보는 최소휴식 보장 및 최대 노동시간 규제를 통한 '칼퇴근법'을 공약했다.

문재인, 순환출자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후퇴'?…안철수는?


한편 재벌개혁 분야 과제 가운데 하나인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문 후보 측이 이를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가 나중에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날 TV토론에서 심상정 후보가 문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 후보의 지적 자체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만, 2017년 현재 순환출자 문제가 대선주자들의 우선순위 공약에 들어갈 만큼 중대한 문제인지, 이 공약을 뺀 것이 '후보의 재벌 개혁 의지 후퇴'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문재인·안철수 캠프 모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순환출자는 이미 지난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개정 공정거래법)'이 통과되면서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수순에 있다는 것.

문 후보 측 홍종학 본부장은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는 빠진 게 맞다"며 "2012년에는 순환출자 문제가 심각했던 게 맞지만, 삼성·롯데 등에서는 이미 많이 해소가 됐고, 이제 현대 하나 남았다. 1개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것을 '10대 공약'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 측 채이배 정책단장도 거의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채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는 시장에서 축소해 나가고 있고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고 있어 현대차·현대백화점 두 그룹만 남은 상태다. 이들 때문에 (공약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순환출자 관련 부분은 안 후보의 정책공약집에서도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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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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