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등장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적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 시각)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으로 진출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도발을 다룰 수 있는 더 나은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렉스 틸러슨 트럼프 정부 초대 국무장관이 전임 정부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전임 정부와 다른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백악관이 안보 이슈와 관련해 곤경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문은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무력 행사가 북한 정권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단념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 서해 지역으로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를 보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데자뷰 현상을 보는 것 같다"며 "그들(트럼프 정부)은 (칼빈슨호의 한반도 전개가) 새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매력적인 방법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 당시 국방부 국제안보차관을 지낸 데릭 숄레이는 "군은 한반도에 강한 억제를 유지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한편, 군비 증강의 위험성 역시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군비를 증강하는 것이 위험한 선택일 수 있음을 트럼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핵을 가지고 있는 북한은 (시리아와) 다르다"면서 한반도 내 군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 북핵이나 미사일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반격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한 것과 관련, 남한 사람들에게는 트럼프가 이러한 국가들을 상대로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남한에서 선제타격의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묵살돼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한다"는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의 평가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예측 불가능성'을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한 점이 중국에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개전했을 때 중국이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 그린 전 보좌관의 해석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이 예측 가능하고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여긴다"면서 "그런데 중국이 불안해했을 때는 오직 미국이 무엇을 할지 예측할 수 없을 때 뿐이었다"며 트럼프의 이같은 행보가 중국을 움직이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일변도로만 정책을 입안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문은 "백악관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 관건은 중국 정부의 협조"라며 "만약 중국 정부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중국과 관계를 파탄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방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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