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이 이 지역의 최고 위협"이라며 칼빈슨호 항모 전단이 서태평양으로 항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당초 칼빈슨 호 항모 전단은 지난달 치러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참가 후 싱가포르로 이동, 이후 호주로 향할 예정이었다. 갑작스럽게 항로를 변경한 배경에 대해 데이비드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서태평양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모든 선택지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히며 군사적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미국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칼빈슨 호 항모 전단이 서태평양으로 향한 것은 "신중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이러한 행태가 실제 군사력의 사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방송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6~7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공유했다면서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과 함께 북한 지도부의 생각을 바꾸는 데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북핵과 관련한) 대화는 아마도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도 북한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양국(미중) 정상이 공통의 관점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 방송 ABC의 <디스 위크>에 출연한 자리에서 "더 이상의 (미사일) 시험이 없고, 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이 없는 것, 이것이 우리가 그들과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요구해왔던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이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을 교체할 목표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일 시리아에 대한 폭격이 북한에 주는 일종의 메시지냐는 질문에 틸러슨 장관은 "(시리아 공습은) 국제적인 규범을 위반하고 약속에 부응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들에 위협이 되고 특정 시점이 되면 대응 조치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선제 공격, 크게 우려할 필요 없어
한편 칼빈슨 항모 전단 이동과 관련 10일(한국 시각)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항모 전단 이동이 북한에 주는 메시지라고 해석하냐는 질문에 문 대변인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 특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북한'이라는 단어가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4월 위기설', '4월 북한 폭격설' 등이 SNS 상에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해 문 대변인은 "4월에 김일성 생일(15일), 또 북한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여러 정치 일정이 있다는 점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간 전화통화를 통해 여러 가지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미국에서는 대한민국의 통일 정책과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고, 정부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미국의 '선제타격론'은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 제재와 압박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북한에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4월은 북한의 동계 군사 훈련이 끝나고 한미 양국도 합동 군사 훈련을 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역대 어느 해를 보더라도 굉장히 긴장된 시간"이었다며 북핵 문제를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이후, 다음은 북한?
하지만 미국의 북한 공습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9일 '시라아 공습 이후, 다음은 북한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만약 미국이 시리아에 했던 공습을 북한에도 사용한다면 효과는 제한적이고, 후과는 크다"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북한에는 서울을 겨냥할 수 있는 수천 발의 대포와 다량의 단거리 미사일이 있다"며 "북한에 대한 공습은 서울에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일단 미국이 군사적인 수단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북한의 핵 시설이나 군사 시설과 관련된 곳에만 (공격이)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 공격'을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북한에 대한 공습은 한반도에 엄청난 살육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시리아에서의 성공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참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핵 시설을 공습하는 것은 더 이상 트럼프 정부에서 제기되는 '우스꽝스러운 계획'이 아니다. 심각한 선택지 중에 하나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북한이 현재 상황을 잘못 판단하면 안된다. 새로운 핵 실험은 국제사회의 전례없는 반응을 불러올 수 있으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9일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은 미국의 항모 전개가 북한 지도부에 경솔한 행동을 하게 하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의 빅토르 오제로프 위원장이 "북한 정부가 미 선박 항해에서 위협을 느낀다면 이것은 북한 지도부에 경솔한 행동을 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오제로프 위원장이 "한국 해안에 이들의(미 항모의) 존재는 북한과 협상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이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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