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칼빈슨호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에 전개되면서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할 경우 이것이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제타격을 비롯한 전쟁 상황이 쉽게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현실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을 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한 대 맞고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아니다. (선제타격이) 전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미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북중 접경 지역에 15만 명의 병력을 집결해놓고 있다고 하는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당하면 중국으로 바로 불똥이 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그런 행동(선제타격)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 특별대표(6자회담 수석대표)가 평양으로 갈 예정이라면서 "북한에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번에 6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하면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역시 선제타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제타격이 되려면 요건이 있어야 하고 준비 태세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현재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준비가 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예상했다.
송 전 장관은 "시리아처럼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나오는, 이런 것이 선제타격의 요건인데 이게 구비됐다고 해도 바로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선제타격은 제2의 한국전쟁이나 그 이상으로 확전될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도저히 저항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미국 군사력이 이 지역에 배치되고, 이후 민간인을 빼내는 작업 등의 조치가 된 상태가 준비태세"라고 설명했다. 선제타격의 요건이나 준비태세를 고려했을 때 모두 현 상황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판단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칼빈슨호의 한반도 전개가 위기 상황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출동할 정도의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상황을 굳이 위기로 표현한다면 저강도 위기인데,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오면서 오히려 인위적으로 위기가 고강도로 끌어올려 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하는 것은 북한 나름의 '일정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만약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고 치면 (칼빈슨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칼빈슨호가 북한 핵 실험에 대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게 되면 (북한의 핵 실험에) 미국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스스로 (미국이) 외통수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은 (일정이 이미 확정됐다면) 미국의 군사적 시위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만약 핵실험을 했다고 치면 미국이 아무런 조치 없이 물러서기 어려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현재 한국은 권력 공백 상태다. 이에 대선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전 장관은 "대선후보들이라도 나서야 한다. 자기들끼리 안모닝, 문모닝 이런짓 하지 말고 북(北)모닝, 미(美)모닝 좀 했으면 좋겠다"며 "미국 이러지 마라,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우리를 인질로 삼은 건데 이런 짓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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