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오는 9일 밤 사퇴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3일 재차 밝혔다. 홍 후보가 9일 밤 지사직에서 사퇴하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는 내년 지방 선거 때까지 치러지지 않는다.
홍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후보자 인터뷰에서 "도지사직 사퇴는 4월 9일에 하려고 한다"며 "관례대로 9일 사퇴하면 10일 오후 이임식을 하고 통지를 하게 될 것이다. (사퇴서가 선관위에) 11일에 도달하게 되면 도지사 선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203조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연도에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가 있을 땐 동시에 실시하고, 지자체장의 보궐선거는 선거일 30일 전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홍 후보는 30일 전까지 보궐선거 실시 사유를 확정짓지 않기 위해 대선 후보 조건(30일 전 공직 사퇴)은 5월 9일로 맞추면서, 사퇴서를 이틀 늦게 송달하는 '꼼수'로 보궐선거(30일 전 사유 확정)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법기술자', 혹은 '법꾸라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를 두고는 이미 야권 등에서 "헌법과 지방자치, 공직선거법을 동시다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반(反)법치주의 꼼수(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홍 후보는 "도지사 보궐 선거를 하려면 시장·군수들 중 도지사 나오려는 분들이 사퇴하고, 그 자리에 출마하기 위해 도의원들이 줄사퇴하고, 도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또 사퇴를 하게 된다"며 "한 사람만 사퇴하면 되는 게 아니라 불과 1년 남은 도지사를 하려고 줄사퇴 혼란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줄사퇴한 지방 선거를 다 하려면 거기에 300억 원이 필요하다"며 "국고로 지원되는 게 아니라 경남도에서 나와야 하는 돈"이라며 보궐 선거 비용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영훈 경남도당위원장은 '헌법 파괴식 사퇴 행위'라면서 " '대통령 후보 자격 정지 가처분' 등 필요한 모든 법적, 정치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훈 위원장은 이날 경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지사 보궐선거가 없다'는 홍준표 후보(경남도지사)는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며 "제2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서도 도지사 보궐 선거가 없다는 홍 후보의 주장은 꼼수를 넘어 헌법을 부정하는 언행이자 헌법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도지사 권한 대행이 될 행정부지사 역시 헌법 파괴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퇴 절차를 처리해야 한다"며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4월9일 24시간 비상 대기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후보가 4월 9일 밤 12시가 가까워 사퇴를 하더라도 행정 절차를 당일 중에 마무리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홍 후보가 끝내 헌법 파괴식 도지사 사퇴 행위를 강행할 경우 홍 후보가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하더라도 후보등록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대통령 후보 자격정지 가처분' 등 필요한 모든 법적, 정치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김종대 원내대변도 이날 "공당의 대선 후보가 '꼼수 사퇴'를 천명한 셈"이라면서 "중앙선관위는 홍 후보의 행위가 공정한 것인지, 민주적인 선거 제도에 따른 것인지를 철저히 따져보라. 위법과 편법 여부 또한 가려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홍 후보의 태도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순리대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게 아니라, 법의 허점을 겨냥해 '기술적'인 방식을 동원, 보궐선거를 막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공당의 대선 후보가 된 홍 후보는 도지사직을 사퇴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당장 사퇴하는 것이 정치 도의상 맞다는 게 중론이다.
도지사직 궐위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선거 비용을 이유로 "보궐 선거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후보가 보궐선거에 나설 경우 승리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경우에 홍 후보의 꼼수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참정권을 막는 위헌적 행위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홍 지사가 물리적인 사퇴서 송달 시간을 꼬투리잡는 행태에 대해 엄격한 유권해석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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