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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개인 성취 위한 '대권 동기'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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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개인 성취 위한 '대권 동기'서 벗어나야"

[인터뷰] 심리학자 김태형 ① 안철수, 문재인보다 잘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경선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함께 2017년 대선의 상수로 꼽혀왔다. 3일 자 <내일신문> 여론조사에선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자 대결'을 가정하면 안철수 후보가 판세를 뒤집는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 나오기도 했다. 각 당의 경선이 막바지로 가고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안 후보가 2위 주자로서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대선이 '양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안 후보는 계속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원더박스 펴냄)을 출간한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안 후보에 대해 "안철수가 문재인과 다른 점은 안철수에게는 대권 동기가 있다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명예를 추구하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개인적인 대권 동기다. 건강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동기가 있기 때문에 안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빠른 '학습 효과'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안 후보의 '변화'를 지적한다.


안 후보를 움직이는 키워드는 '명예'다. 그가 명예욕이 유달리 강한 이유는 "아동기적 인정 욕구에 더해 반항 욕구 혹은 동기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김 소장은 분석했다.

이처럼 '대통령 되기'를 목표로 두고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김 소장은 안 후보가 생각하는 '명예'가 무엇이냐에 따라 국정 운영의 방향이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수층을 비롯해 기득권 세력이 강하게 요구하고 밀어붙이면 정면 돌파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지난달 30일 가진 김 소장과의 인터뷰 중 안철수 후보 관련 내용. 편의상 직함은 생략한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와 명예

프레시안 : 문재인에게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다고 했다. 책에서 안철수 역시 전형적인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안철수는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다. 안철수와 문재인은 비슷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다르다. 어떤가?

김태형 : 안철수가 문재인과 다른 점은 안철수에게는 대권 동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명예를 추구하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개인적인 대권 동기다. 건강하다고 보기 힘들다.

안철수의 명예욕이 유달리 강한 이유는 "아동기적 인정 욕구에 더해 반항 욕구 혹은 동기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승부욕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역시 명예욕과 관련이 있다. 책에 그의 무의식을 대변해 설명했다.

"어떤 분야에서 명예를 얻으려면 새로운 방식을 사용해서 최고가 되어야만 한다. 쉽게 말해, 후세에까지 어떤 이정표가 될 만한 뛰어난 업적을 남겨야 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그것을 달성하려면 일단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렇지만 경쟁에서 이기되 명예에 흠집이 날 방식이 아닌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이겨야 한다.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이기려면 남보다 훨씬 더 열심히, 남보다 더 완벽하게 일해야 한다. 그리하여 정당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이겨 최고가 되면 대중은 나에게 명예를 선물해줄 것이고 결국 아버지도 나의 반항을 인정해 줄 것이다."(<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172쪽)

프레시안 : 안철수에 대해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2012년 '새 정치'를 주장하며 전면에 섰지만,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모호함이 더한 것 같다. 책에서도 심리학자가 볼 때 "그가 왜 정치를 하려고 하고, 대권에까지 도전하려고 하는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김태형 : 안철수의 대권 동기는 하나밖에 없다.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안철수는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무의식적 욕망이 있다. 정치권에 들어온 이상 명예로운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치권의 명예로운 끝은 대통령 아닌가. 안철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셈이다. '대통령 되기'라는 목표 아래, 사고와 행동이 결정될 것이다.

안철수는 기업가 시절 "한국의 경제구조에서 정직하게 사업을 하더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을 한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서, 즉 명예를 얻기 위해서 기업을 경영했다는 뜻이다. 안철수는 정치인이 된 뒤에도 "오해 때문에 명예를 많이 잃었"다며 "사실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정치적으로 색깔이 덧칠되면서 중상모략도 당했"다고 했다.

프레시안 : 정치인으로서 명예로운 끝내기를 위해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생각은 박근혜를 연상케 한다.

김태형 : 박근혜와 다르다. 대권 동기가 건강하지 않은 사심에 기초하고 있다고는 해도 안철수는 기본적으로 인간애가 있는 사람이다. 사고 능력 또한 박근혜보다 우수하다. 정책적 의제에 있어서도 진보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를 하기는 어렵다. 안철수도 알려진 바대로, 측근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주변을 잘 배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안철수와 승부

프레시안 : 일반 유권자들도 두 사람의 차이를 아는 것 같다. 안철수가 문재인에 비해 대권 동기도 확실하고 권력 의지도 강하지만, 사심이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의 확장성이 우려된다.

김태형 : 정치인에게 확장성이 없다는 것은 인간적 매력이 없다는 말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데, 두 사람 다 타인의 눈을 의식해 행동하다 보니 솔직함이 없다. 자신의 속마음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이 맞붙는다면, 유권자들은 말 잘하는 사람 또는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또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확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 내 안희정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 안철수'라는 1대 1 구도가 되면, 안철수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안철수가 바른정당과 연대하지 않은 채 적폐청산을 강하게 주장하면,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프레시안 :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고 싶고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생각보다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김태형 : 안철수가 생각하는 '명예'가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다. '개인적 야망'이라는 게 참 위험하다.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특히 욕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안철수는 대통령이 됐을 때 보수층을 비롯해 기득권 세력이 강하게 요구하고 밀어붙이면 정면 돌파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못하는 성향을 가진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그래서 한 마디로 위험하다.


프레시안 : 분석대로라면, 안철수가 대통령이 못 될 경우 그에게는 여러 가지가 무의미해질 것 같다. 아니면, 대통령이 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한 나머지 대통령이 된 뒤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김태형 : 그렇다. 안철수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스스로 명예롭게 물러나지 못한다면, 상실감이란 엄청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꼈을 때 얼마나 큰 패배주의에 휩싸였나. 안철수는 특히 무의식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큰 사람인데.

그래서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국민 입장에서 차이는 없을 것이다. 대권주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지만, 착한 아이 콤플렉스 등 두 사람의 심리는 큰 차이가 없다.


"나는 현재의 안철수가 행여 무의식에서라도 스스로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버지의 인정과 상관없이 반항아로서의 자기 인생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런 인생을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체로 안철수는 입을 꾹 다문 긴장된 얼굴 표정을 하고 있다. 그가 아주 편안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면서 정치를 하게 된다면 안철수에게도, 국가에게도 큰 득이 될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안철수는 세상에다 자신의 삶의 흔적을 남겨야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바로 안철수가 진짜 새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날이 아닐까."(<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177~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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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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