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지난 20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이른바 '비문 연대'에 대해 "처음부터 안 된다고 봤다"고 일축했다. 말이 '비문'이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정치 세력과 인물들의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절대 한 배를 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탄핵 국면 이후 보수 세력이 '긴 겨울'을 맞을 것이라고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재 불복 발언이나, 상대적으로 이에 동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대선 여론조사에서 바른정당을 앞서 나가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보수가 대선 전까지 합쳐지긴 어렵다고 본다"며, 현재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일종의 공황 상태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개혁적 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회고적 성향의 지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는 그런 면에서 "프랑스처럼 우파의 대표가 극우정당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든다면서,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더라도 "한국의 보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광야에서 길게 헤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차기 대선에서 보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많게는 20%의 표를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다자 구도가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9년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널리 퍼져 있기는 하지만 적폐 청산은 잘 해갈 것이라고 우호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대표적인 '적폐'의 사례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자원 외교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도둑질"이라고 들며 "통합 이전에 개혁과 쇄신이 중요하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인적 쇄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쇄신)을 안 하고, 보수 표를 얻겠다고 두루뭉수리하게 연정, 통합 얘기나 하면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2012년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과 함께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냈고,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정치쇄신특위 활동도 했다. 그러나 대선 후 박근혜 정부에 실망하고 야권으로 몸을 옮겨, 국민의당 창당에 참여했고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1월 국민의당 전당대회 때는 전당대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제3지대? 처음부터 그렇게 될 수 없다 생각해"
프레시안 : 여전히 '문재인 대세론'이 견고한 가운데,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 일각에서 '비문(非문재인)' 연대가 시도되고 있다.
이상돈 : 그게 이른바 언론에서 말하는 '개헌을 고리로 한 비문연대' 아니냐.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는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개헌이라는 목적을 공유하는 의원들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예를 들어 제가 소속돼 있는 국민의당 의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거의 금성인과 화성인만큼 생각이나 가치가 다르다. 심지어 바른정당과 우리 당만 해도, 스펙트럼이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다른 것이 더 많다. 나와 이혜훈 의원 정도면 비슷하지. 그런데 (진보적인) 정동영 의원이 (보수적인) 김무성 의원이랑 같은 당을 어떻게 하느냐? 그야말로 금성인 화성인 아니냐.
프레시안 : 홍석현 전 중앙일보사 회장의 정치 참여가 혹시 대선 판에 영향이 있을까?
이상돈 : 나는 영향을 준다고 본다. 홍 전 회장은 아마 (집권이) 가능한 쪽에 설 것 같다. 가능한 쪽에 서서, 그동안 자기가 공부했던 것, 쌓아 왔던 것을 실천하려 할 것으로 본다. 사실상 분권형 실세 총리를 하고 싶은 것 아니겠나 한다. 그것 외에는 할 것도 없잖나. 이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단독적으로 할 것 같지는 않다. 무모한 일을 할 사람은 아니다.
프레시안 :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행보는 좀 침잠하고 있는 것 같다. 김 전 대표가 이른바 '제3지대' 연대의 기획자로 꼽히지 않았나.
이상돈 : 그런데 나는 '비문 연대'와 '제3세력'은 조금 다르다고 본다. 진보와 보수가 양극화되고 대립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 국민의당이 창당된 명목적 명분도 그것이고, 그게 총선에서도 상당히 먹혔다. '제3세력'이라고 할 때는 '비문'이나 '개헌'만은 아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렇게 제3세력이 묶어지고 희망적인 슬로건을 내세우면 민주당에서도 우리에게 동조하는 의원들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걸 무슨 '반문 연대'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반문'을 가장 소리높여 외치는 건 한국당인데, 한국당이 '제3세력'은 아니지 않느냐.
프레시안 : 김종인 전 대표의 구상은 왜 잘 안 되고 있을까?
이상돈 : 보수가 여론조사에서 15%, 투표장 가면 한 20%가 된다. 그리고 민주당이 한 40%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 나머지 40%를 합치자는 게 '제3지대 단일후보론'인데, 앞서 말했듯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다르고, 그 각 당에도 안철수·유승민 등 선두를 지키고 있는 주자가 있다. 이들은 김종인 전 대표 본인이 후보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닌가 경계심도 있다.
제3지대를 이끄는 원로 그룹이라고 할 만한 이들은 김 전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도인데, 정 전 의장은 본인이 대선에 나갈 생각은 없어 보이고, 김 전 대표나 손 전 대표는 다 자기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을 접지도 않는다. 손 전 대표는 그러니까 (제3지대 단일후보론이) 현실적으로 가망이 없으니 국민의당에 들어가서 마지막으로 경선을 해보겠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김 전 대표가 바른정당 들어갈 생각은 없는 것 아니냐. 원천적으로 어려운 거다.
물론 손 전 대표 같은 경우, 만약 자기가 국민의당 후보가 되면 바른정당과 같이 할 생각은 있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그럴 생각도 없어 보인다.
또 지금이 과거와는 다르다. 1997년 DJP연합이나 그 이전 80년대에 무슨 야권 지도자 4자회동이니 이런 것을 하면 원로들이 모여서 거중 조정을 하면 야권 전체가 여기에 따르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거 안 된다. 의원들이나 당원 등 당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김 전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설사 대선 전에 일정한 성과를 못 낸다고 해도 개헌을 고리로 대선 후 의회 내 다수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상돈 : 그런데 그건 개헌과는 구분해야 한다. 거기에 무슨 다른 목적이 있지 않다고 본다. 김 전 대표가 원외에 있는 것도 제약 요인이고. 김 전 대표의 움직임이나 '비문 연대'를 개헌과 결부시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개헌은 개헌이고 선거는 선거죠.
"한국 보수, 광야에서 길게 헤맬 것"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이 유력한 보수 후보가 없는 최초의 대선이라는 평이 있다.
이상돈 : 이번 대선의 특이점은, 보수 정권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선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에서 이른바 '개혁적 보수'가 갈라져 나왔다. 특이한 선거가 됐다. 마치 4.19 혁명 이후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는 것처럼 됐다.
프레시안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지사가 보수 진영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10%대에 진입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이상돈 : 홍준표가 아니라 누구라도 보수를 대변하는 후보가 있다면 15~20% 지지율은 나올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15%는 대선 본선에서 20%와 같다. 대선 투표율이 100%는 아니니까. 홍준표든, 아니면 비교적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태에 책임이 덜한 정우택 원내대표든, 누군가는 나오겠지.
프레시안 : 15~20%. 이게 이번 대선에서 보수의 최대 지분일까?
이상돈 : 그 정도. 상당히 많은 보수 유권자들은 기권하지 않겠나? 2007년 대선 때 진보 유권자들이 아예 투표장 안 나오고 기권했던 것처럼.
프레시안 : 보수에서 갈라져 나온 '개혁적 보수'라고 하신 건 바른정당을 염두에 두신 것 같은데,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간의 보수 단일화, 또는 통합이 대선 전에 가능할까?
이상돈 : 우리 사회의 영남, 보수 등으로 정체화된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보수가 대선 전까지 합쳐지긴 어렵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런데 그 '개혁적 보수'는 잘 안 되고 있다. 보수 유권자의 선택, 왜 유승민-남경필이 아니라 홍준표일까?
이상돈 : 설 연휴 때 벌어진 일이다. 이른바 '설 밥상 민심'이 내가 느끼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동정론, 구 새누리당 쪽으로 확 기운 것 같다. 그래서 설 지나고 나서부터 '태극기 집회'가 확 늘어난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남 지역이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무게추가 바른정당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
프레시안 : 이유가 뭘까?
이상돈 : '논리적으로는 탄핵이 맞지만 정서적으로 납득을 못 하겠다' 이런 게 있는 것 같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지금까지 지켜온 50년의 가치 체계가 한꺼번에 무너진 것이다. 일종의 공황상태다.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개혁 보수'를 내건 쪽에 힘이 실려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그런 회복력을 많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많이 놀랐다. 보수층 사람들의 반응이 당혹스러울 정도다. 프랑스처럼, 우파의 대표가 극우정당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렇게 되면 불행해진다고 본다. 다만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보수층이 상당부분 안철수·유승민으로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프레시안 : 대선 전 보수 단일화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이상돈 : 명분이 없다. 그리고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을 지지한 사람들이 100% 문재인으로 가지 않고, 자기에게 올 거라는 생각을 안철수 전 대표도 하겠지만 유승민 의원도 할 거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유한국당으로 갔거나 기권 상태에 있었던 중도 보수 표심이 바른정당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고 해도 바른정당이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
이상돈 : 그렇다고 후보를 안 내나? 정당으로서는 존립에 대한 문제다. 대선 후보를 안 내는 건 정당이 생존을 포기하는 것이다. 내년에 지방선거도 있다. 대선에서 최대한 선전하고, 거기에 기대서 내년 지방선거를 노려봄직하다.
프레시안 : 안철수 전 대표나 박지원 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에서는 '국민의당 후보와 문재인의 1:1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나.
이상돈 : 박주선 부의장이 '꿈 깨라'고 했지 않나. 그렇게 되면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다 해산해야지. 나는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15~20%를 보수가 가져가고, 나머지 80%를 가지고 문재인 또는 민주당 후보와 경쟁을 한다는 가정은 현실적이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때의 닉슨처럼 (통합을 강조하는) 사임사라도 발표하고 나갔으면 달라졌겠지만, 그것을 하지도 않았다. 닉슨 이후 공화당은 수습을 빨리 해서 다시 레이건, 아버지 부시까지 이어지는 12년 간의 공화당 전성기를 열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거꾸로의 역할을 했다. 그래서 한국 보수가 광야에서 헤매는 게 길어질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그러면 제3지대 연대도 잘 안 되고, 보수 단일화도 없다면 대선 본선은 5자 구도가 된다.
이상돈 : 그렇다. 2012년과 달리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제법 표가 나오지 않겠나. 1997년 대선 때도 민주노동당이 제법 득표를 했고, 그런데도 노무현이 당선됐다. 그렇게 될 것 같다. 선거다운 선거가 되려면 심상정 후보 빼고 나머지가 많아도 3명이어야 하는데, 4명은 많다.
"대연정? 이명박-박근혜 실정 정리한 다음 얘기여야"
프레시안 : 전체적인 판세·구도는 이쯤 하고, 각 당 주자들 얘기를 좀 해보자. 역시 가장 앞서가는 건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다. 그런데 '팬도 많지만 안티도 많다'는 평이 있다.
이상돈 : 대체적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가 되는 쪽이 우세하다고 본다. 그 '안티'가 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이 언어가 너무 거칠다. 모 전현직 의원 등 주변 사람들이 '안티'를 자초한 거다. 노무현 정권 때도 보면, 노 전 대통령 본인부터 언어는 상당히 거칠지 않았나. 그런 게 좀 남아 있다고 본다. 상대방을 폄하하고 반민주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그런 것이다. 당선되고 싶으면 이런 걸 불식시켜야 한다. 자꾸 이런 게 커지면 좋을 게 없다.
프레시안 : 문 전 대표에 대해 '적폐 청산은 가장 잘할 것'이라는 우호적 평가를 하시던데?
이상돈 : 지난 7~8년간 쌓인 게 많지 않나. 그 청산은 문 전 대표가 잘 할 것으로 본다. 대연정은, 우리가 내각제도 아니고 말이 안 된다. 우리가 독일의 슈뢰더 연정이나 메르켈 연정 같은 상황은 아니잖아. 그런데 대연정을 하자는 것은 엉뚱한 얘기다. 물론 그 당이 120여 석밖에 안 되니 원내 파트너가 필요하기는 할 텐데, 그것을 자유한국당과 해서 독일처럼 대연정을 한다? 그건 번짓수가 잘못된 얘기라는 거다.
그리고 통합 이전에 개혁과 쇄신이 중요하고, 그 중에 제일 중요한 게 인적 쇄신이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단군 이래 최대의 대실정을 하지 않았느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자원 외교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도둑질로 꼽힌다. 대권 주자가 누구든, 이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을 안 하고 보수 표를 얻겠다고 두루뭉수리하게 연정, 통합 얘기나 하면 자격이 없다. 그것을 정리한 다음에 미래를 얘기하고 통합을 얘기해야지, 밑도끝도 없이 과거는 덮고 미래만 얘기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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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국민의당 경선 진행 중인데, 이 의원은 지금 세 후보 모두 돕지 않고 있지 않나?
이상돈 : 제가 뭘 할 수가 없죠. 안철수 전 대표도 손학규 전 대표도 가깝고, 박주선 부의장은 대학 동기라. (웃음)
프레시안 : 판세를 어떻게 보나?
이상돈 : 우리 당이 안 전 대표를 지지했던 세력과, 총선 전 민주당을 탈당하고 나온 호남 의원들 간의 연합으로 만들어진 당 아니냐. 4.13 총선에서는 의외의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그것과 대선은 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총선은 유권자들이 '아, 저 당은 안 되겠다' 싶으면 반대 당을 찍기도 하지만, 대선에서는 '누구 안 되겠다' 해서 다른 후보를 찍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당은 지금 경선 중인데, 사실 경선을 하게 된 것도 좀 이상하다고 본다. 나는 '치열한 경선을 하면 본선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경선은 어쩔 수 없으니까 하는 거지, 그게 좋아서 하는 건 아니다. 구 새누리당이 저 모양이 된 게 뭐 때문이냐? 2007년 이명박-박근혜 경선 후유증 아니냐. 민주당도 2002년 대선 때 생긴 친노-비노가 아직 있다. 그런데 박지원 대표는 생각이 다르시니 '강한 경선을 해야 한다'면서 1년 내내 손학규 전 대표한테 '콜'을 보내서 결국 경선을 하게 된 건데, 아무래도 당 내의 화학적 결합이 덜 됐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손 전 대표에게 더 우호적이라는 말이 있던데?
이상돈 : 그런 면에서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죠. 그런 가능성이 없었으면 손 전 대표가 경선에 나왔겠나? (웃음)
프레시안 : 그런데 박주선 부의장도 나와서, 호남 표가 갈리는 것 아닌가?
이상돈 : 박 부의장이 왜 나왔느냐 들어 보니, 국민의당의 기반이 호남인데 안·손 둘 모두 호남 출신이 아니고 결국 호남 출신 후보가 없지 않느냐.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해들었다.
"4대강 등 이명박 정권 악행도 바로잡아야"
프레시안 : 대선 전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데, 어떤 일정이 가능할까?
이상돈 : 시간적으로 대선 전 개헌이나 대선 동시 국민투표는 어렵다. 개헌특위에서 대선 전까지 단일안을 만들어서 각 후보에게 제시하고, 후보들의 정치적 약속을 받아내는 정도는 가능해 보인다. 그것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조문화를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 바람직한 개헌 방향은?
이상돈 : 나는 사실 대통령제는 이제 그만 해야 한다고 본다. 정의당을 뺀 4당이 지금 상당히 각자 개성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제,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하게 되면 2020년에는 도로 양당 체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이 4당 체제를 유지하는 게 의원내각제 도입의 명분과 실리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도 '할 수 없이 이 당 찍는다' 이런 것보다는 선택지가 있는 게 좋지 않나. (양당제에선) 영호남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 되니. 지난 총선 때도, 호남 유권자들은 오랜만에 '선택'을 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다양한 의견을 의회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당제가 좋다는 것이고, 또 아무리 좋아도 소선거구제,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다당제가 유지될 수 없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상돈 : 사실 나는 정치적 색깔로 보면 유승민 의원 등과 더 맞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유 의원이나 바른정당 사람들과 심각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이명박 정권의 악행을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는 면에서 야당에 더 가깝다. '적폐'라는 게 무슨 일제 강점기 시대 얘기를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런 시대 이야기는 학계에, 역사에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7~8년간 계속돼온 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제2롯데월드 짓겠다고 공군참모총장을 해직시키고, 그걸 지지하는 관제 데모를 만들고, 4대강을 밀어붙이고 거기 반대하는 학자들을 탄압하고, 공영방송은 무력화됐다. 이런 문제를 차기 정권이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4대강도 지금은 국토부, 국회에서는 국토위 소관인데, 물 관리나 댐 관리 같은 것은 환경부로 옮겨서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새 정권이 그런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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