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극비회동 파문…靑 "AB안? ABCDEF까지 있는데…"

"신중하게 대응하자는 차원의 이야기만 있었다"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당정청의 여권 수뇌부가 지난 11일 밤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극비 회동을 갖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도 16일 해명에 나섰다.

국무총리실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만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한 방안을 갖고 논의한 일은 없다는 게 해명의 골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래 고위 당정청 회의가 정례적으로 총리공관에서 열리는데, 이번에 총리께서 새로 공관에 입주를 하셨으니 집들이를 겸한 상견례 차원에서 모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정운찬 국무총리, 주호영 특임장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뿐 아니라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윤진식 정책실장도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왔고, (세종시 문제는) 매우 인화성이 높은 사안이니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자리에서 세종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A안, 애초의 계획을 축소해 일부 부처만 이전시킨다는 B안 등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AB안이라고 하는 일도양단 식의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AB안이 아니라 ABCDEF까지 다 있는 상황"이라면서 "총리실 중심으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입장이 정리되면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정청이 다함께 고심하고 있는 대목은 어떻게 하면 충청도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안을 만들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숨어있는 MB가 총연출…거짓말 정부의 본색 드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세종시의 본질은 행정도시인데, 다른 도시로 변질시킨다면 특별법의 취지를 지키지 않고 행정도시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이명박 정권은 거짓말 정부"라며 "이 대통령은 뒤에 숨어 세종시 원안 폐기를 총연출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대전 출신의 박병석 의원도 "여권이 세종시 문제를 또한번 뒤집는다면 엄청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초래, 정권 퇴진 운동이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청권의 재보선 지역을 방문해 '세종시 바람몰이'를 통해 승기를 굳히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