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관련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 왔던 청와대 내부에서 고위 관계자가 이를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은 확고한 생각을 정하지 못한 상태"
정 실장은 이날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한국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정치부장단 세미나에서 "원안보다 충청도민이 섭섭하지 않도록, 어떻게 해서든 괜찮은 도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아주 고심하고 있다"며 "축소 검토는 전혀 없다. 더 충실하게, 더 좋게 (한다는) 그 생각은 틀림없다"고도 했다.
세종시 논란을 둘러싼 청와대 내부의 기류가 사실상 '원안 수정'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과정에 대해 정 실장은 "대통령이 확고한 생각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총리가 말을 하면서 온갖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정운찬 총리가 얘기를 꺼낸 것은 시간적으로 이쪽(청와대)에서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될 수 있는 대로 (논란의) 정리를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고 덧붙였다.
▲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린 '2009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정치부장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4대강은 '속도전'으로…"속도 늦추면 엉뚱한 생각 나온다"
특히 정 실장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속도전 모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정 실장은 "4대강 사업을 굉장히 서두르고 있는데, 템포를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그런 걱정이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속도를 늦추면 생각이 느슨해 지고, 엉뚱한 생각도 나올 수 있다"면서 "임기 말에 가까워질 수록 이런 현상이 나오기 전에 가급적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親)서민-중도 강화론'에 대해선 "좌파와 우파 모두의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옛날의 우파는 (경제가) 성장하면 복지는 자동으로 된다고 생각하고 소홀히 했고, 반대로 좌파들은 복지를 강조하면 그 부산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중도통합이 강조하는 것은 그 양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 수렴점이 곧 녹색성장"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중도는 좌와 우의 어설픈 절충이 아니다"라면서 "중도의 이념적 기초는 헌법정신이며, 실용은 중도를 실현하는 방법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실장은 "친(親)서민 정책이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흐른다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지도에 민감해 하거나 연연해 하는 상태는 아니다"면서 "지금은 서민들의 고통이 너무 심하니 좀 더 이 파트를 집중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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