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과연 누가 듣겠느냐", "홍보 효과도 별로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일방향 소통방식이 부각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숱한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1년을 끌어 온 것이다.
'소통'으로 시작해 '홍보'로 귀결
이 대통령이 작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제목의 라디오 연설을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촛불정국을 거치며 청와대의 '소통 부족'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각종 인사파동이 끊이지 않으면서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 정권'라는 불명예를 짊어져야 했고,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겹치는 등 이 대통령의 집권 초반기는 대체로 험난했다. 성과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독주'라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결국 '소통의 강화'가 국정운영의 제1의 키워드로 부상했고, 최근 홍보수석실로 흡수된 홍보기획관실이 신설됐다. 1930년 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담화'를 벤치마킹했다는 라디오 연설도 이 때 처음 도입됐다.
사전 녹음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1년 간 큰 '사고'는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례화'에 성공한 점에 청와내는 흡족해 하는 분위기다.
▲ ⓒ청와대 |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라디오 연설이라는 형식이 필연적으로 전제할 수밖에 없는 '일방향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청와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이 아니라 대국민 '홍보'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초창기에 이 대통령의 주된 메시지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으로 맞춰졌다. 최근에는 각종 친(親)서민 메시지와 이 대통령 자신의 행보, 정책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G20 금융정상회의 유치라는 외교적 성과도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일방향성'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최근 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현장 방문에서 만난 시민들의 직접적인 육성을 담거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을 이 대통령이 소개하는 형식으로 다양한 '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고민에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명칭은 '라디오 연설'이 아니라 '라디오-인터넷 연설'"이라며 '쌍방향성'을 강조했다.
"한국적 소통에 성공했다" vs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6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주로 정책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것이라면,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정책도 설명하지만 정책을 향한 이 대통령의 계획, 국민에 대한 마음을 전달하는 한국적 소통의 창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국민에게 대통령이 가진 마음과 뜻을 진솔하게 알리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1년이 됐다"며 "저희들의 느낌도 남다르다"고도 했다.
반면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야박했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과의 한 교수는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대체로 '나는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 그래서 여러분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안다 → 그러니 나만 믿고 따라 오면 된다'는 동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일방적인 메시지의 반복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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