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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라디오연설, 놀랍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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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라디오연설, 놀랍고 신기하다

[김종배의 it] 본말이 전도된 미디어법 발언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어긋났다. 본과 말, 주요와 부차를 뒤집어버렸다.

그가 그랬다. KBS와의 특별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제20차 라디오연설'에서 미디어법을 언급하면서 그랬다. 방송은 장악될 수 없다고 했고, 미디어산업 선진화가 긴요하다고 했다.

늘 듣던 얘기였다. 정부가 강조했고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얘기였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수없이 들었던 얘기였다. 그래서 식상했다.

정작 듣고 싶었던 얘기는 그게 아니었다. 정말 듣고 싶었던 얘기는 미디어법 개정 취지가 아니라 미디어법 처리 절차였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국회의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는 않겠다"고 끊었다.

대통령의 말이 본말을 뒤집은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청난 논란과 극심한 갈등을 야기한 게 바로 미디어법 처리 절차였다. 정치권을 일순간 마비상태로 몰아넣은 게 바로 미디어법 강행 처리였다. (백 번 양보해 미디어법 개정 취지를 받아들인다 해도) 그 취지를 갉아먹은 게 바로 재투표와 대리투표 논란이었다.

말해야 했다. 국정을 최종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면 국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법 처리 절차에 대해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법률안 공포권과 거부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반드시 입장을 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좋게 해석할 여지는 없다.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제기된 상태이니까, 헌법재판소가 심리할 테니까, 대통령으로서 심리에 영향을 미칠 발언을 해서는 안 되니까 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게 헤아리고자 했다면 이런 말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미디어법 처리 절차에 대해 말을) 하지는 않지만, 너무 늦으면 우리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말은 하면 안 됐다. 그렇게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우회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선 안 됐다. 헌재의 심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언급을 하면 안 됐다. 하지만 했다. 하지 않겠다면서 했다.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익히 짐작했던 일이다. 청와대가 미디어법의 관전자가 아니라 지휘자에 가까웠다는 일반적 분석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은 놀라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청와대

하지만 KBS는 다르다. 놀랍고 신기하다.

특별대담에 나선 KBS가 물었다. 미디어법의 처리 절차를 물은 게 아니라 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물었다. 이런 식이었다.

"그동안 논란이 심했던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절차의 적법성을 가지고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만, 야당에서는 언론장악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 기회에 대통령께서 갖고 계신 우리 언론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놀랍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유가 이 짧은 질문에 녹아있다. 언론이라면, 시의성에 목메는 언론이라면 '구문'은 뒤로 미루고 '신문'을 앞세우는 게 당연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언론이라면,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라면 '총론'의 밋밋함을 뒤로 미루고 '각론'의 날을 벼리는 게 당연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새삼 확인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본말전도 발언은 KBS의 본말전도 질문에 따른 것이었다. 미디어법 절차의 적법성을 가지고 논란이 '있지만' 대놓고, 각을 세워 묻지 않음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이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우회적으로 말하는 결과를 빚고 만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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