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가 승리를 예감하는 분위기 속에 비교적 차분하게 열렸던 것과는 달리, '친박 단체'들이 연 탄핵 반대 집회는 다소 격앙된 분위기였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10일에서 13일 사이에 탄핵 심판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친박 단체들은 탄핵이 인용되면 불복할 뜻까지 밝히고 나섰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은 4일 오후 6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라는 주제로 제19차 촛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촛불 집회 참여자 수가 이날에만 90만 명이고,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지금까지 누적 1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광화문에서 청계광장까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탄핵 인용'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 구속, 적폐 청산을 주장했다. 이보라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탄핵 인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적폐를 청산하고 안전할 수 있는 세상,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 육아 걱정, 교육 걱정 안 해도 되는 세상, 돈 있는 만큼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지난해 파업을 벌였던 철도 노동자도 이날 발언대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아이들이 통곡한다, 세월호 진상 규명하라", "이 정도론 어림 없다, 특검 수사 재개하라", "국정 농단 관련자를 전원 구속하라", "박근혜를 탄핵하고 즉각 구속하라", "황교안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서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꾸린 4.16밴드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의 노래를 불렀다. 오후 7시 40분께 본대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세 갈래로 나뉘어 각각 청와대, 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방면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청와대 100미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행의 모형 종이 인형을 구기는 퍼포먼스를 한 뒤,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와 풍악을 울리며 마무리 집회를 했다.
탄기국 "탄핵 인용되면 피 흘려서라도 승리 쟁취"
촛불 집회가 열리기 전에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4일 오후 2시부터 4시께까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제16차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 후에는 서울 도심을 행진한 후 자진 해산했다. (☞관련 기사 : 조원진 "조사할수록 박근혜는 깨끗하기만 해")
탄핵에 반대하는 참가자들은 대한문 인근부터 서울시청이 끝나는 지점까지 들어찼다. 촛불 집회 참가자보다 수가 적었으나, 탄기국 측은 이날에만 참가자 5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특검 구속', '탄핵 각하', '국회 해산' 등의 구호를 외쳤다. 몇몇 참가자들은 "삼성 죽이고, 박근혜 대통령 죽이는 인공기에 저항하라",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있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이날 탄핵 반대 집회는 다소 격앙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정광용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중앙회장 겸 탄기국 대변인은 "우리가 진다면 피를 흘리더라도 승리를 쟁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도 불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탄핵은 무효가 아니라 범죄다. 범죄에는 처벌만 있다"면서 "탄핵이 3대 5로 기각될 것이라고들 하는데, 기각도 박근혜 대통령을 서서히 죽이는 것이다. 기각이 아니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기국은 오는 10일이나 13일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면 헌법재판소 앞에서 즉각 집회를 열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광용 대변인은 탄핵이 기각 혹은 각하되면 "대한민국 만세, 박근혜 대통령 만세"라는 구호를 외치겠지만, 탄핵이 인용된다면 "3.1절 순국선열이 태극기에 피를 뿌린 것처럼 여러분이 혁명 주체 세력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도 탄핵 선고 직후 촛불 집회를 연다. 주최 측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당일 아침에는 헌법재판소로, 선고 당일 저녁에는 광화문에 모이고, 선고한 주말에 다시 광화문에 모이기로 약속했다. 주최 측은 "오늘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마지막 촛불이 될 것 같다"면서 "다음에는 국민 승리를 축하하는 촛불을 들자"고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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