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임박해오자 한때나마 쇄신을 내걸었던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친위 정당'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 참여 의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데 이어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3일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자'는 성명서에 소속 의원·당협위원장들의 서명을 대거 받았다.
정책 현안에서도 '도로 박근혜당' 행보는 눈에 띄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적인 국정 과제였던 국정 교과서 문제를 재점화하기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하명 법안'인 규제프리존 특별법·서비스발전기본법 등에 대한 입법도 3월 임시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한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라고도 평가됐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국면과 탄핵 가결 및 분당 국면에서 잠시나마 보였던 쇄신·자숙 분위기는 아예 사라진 모습이다. '반성 투어', 친박 3인방 징계, 당명·로고 교체를 끝으로 자유한국당의 시계는 돌연 국정농단 사태 발발 전으로 재조정됐다.
윤상현, 탄핵 반대 성명서 "80명 서명 받아…주말 100명 넘을 것"
당장 눈에 띄는 점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적극적으로 분출되는 모습들이다. 사태 초기만 해도 새누리당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 여론에 압도되어 박 대통령 감싸기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헌재의 평의가 이어지고 있는 근래에는 집권 여당이 탄핵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막말 녹취록'이 공개된 후 한 동안 공개적 활동을 피해 왔던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후 당내에서 성명서를 돌렸다. Δ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진행된 졸속 탄핵 Δ탄핵을 받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부재(不在) Δ헌재의 9명 재판관 전원의 심리 참여가 헌법상의 원칙 등이란 내용이다.
윤 의원은 이런 성명서 배포는 "당 지도부에서 탄핵에 정확한 입장을 가져달라는 의미"라며 "오늘까지 당협위원장을 포함해 80명에게 서명을 받았고 주말까지 1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당의) 입장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는 말도 남겼다.
전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이날에도 "자유한국당은 지금 웰빙할 때가 아니다"라며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 탄핵 기각·각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등 소수의 의원만 참석하던 태극기 집회 참여 행렬도 커졌다. 3.1절에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는 이들뿐 아니라 박대출 홍문종 이우현 이완영 이헌승 백승준 장석춘 전희경 추경호 의원 등이 등장했고, 대선 주자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 전 경기도지사도 참석했다. 특히 친박계 '맏형'이 서청원 의원도 현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국정 교과서에 서비스발전기본법에…한국당 시계만 2016년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온힘을 쏟아부었던 국정 교과서 문제에도 다시 매달리고 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문명고에서 입학식이 파행을 빚는 등 논란이 벌어지자, 교육부도 사실상 손을 떼다시피한 국정 교과서 문제에 다시 불씨를 지피는 모습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역사 교과서 문제를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힘이 빠진 교육부가 앞서 국·검정 혼용 결정을 발표했고 이후 연구학교 신청이 마무리된 곳은 전국에서 문명고 단 1곳에 불과하며, 박 대통령 임기가 사실상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도 당 차원에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직접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교문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이날 "이 교과서는 한 달간 국민 검증을 거친 그야말로 좌도 우도 아닌 올바른 교과서"라며 "다양성을 만들어가는 올바른 교과서를 마지막 한 곳까지 짓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근혜 표 경제 법안'인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 등 '박근혜 표 경제 법안'을 재추진하겠다고도 한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황교안 총리 등은 이날 고위 당·정 회의를 열어 3월 임시 국회에서 그간 줄곧 추진해온 Δ조세특례제한법 Δ규제개혁 특례법 Δ규제프리존 특별법 Δ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Δ은행법 등에 대한 조속한 입법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자유한국당 공식 행사에 나타난 김재철 전 MBC 사장
새누리당 분당 후 발생한 사고 지역에 자유한국당이 새로 임명 중인 조직위원장의 면면에서도 '박근혜 친위 정당'의 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토론회'에는 김재철 전 문화방송(MBC) 사장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2010년 MBC 사장으로 취임한 후 PD수첩 교작진을 교체했고 2012년 MBC의 170일 파업 이후엔 기자와 PD, 노동조합 간부들을 무더기 해고한 김 전 사장은 지난달 10일 자유한국당 경남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선거구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모에서도 탈락시켰던 인사를 국회의원 공천 '전 단계'와도 같은 지역구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정치 행로를 열어준 셈이다.
이처럼 다각도로 '도로 박근혜 당'이 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바른정당의 황영철 의원은 이날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경남도당 당원연수회에서 당이 생각하는 것만큼 더 안정화됐다고 말했는데 도로친박당, 최순실 옹호당으로 안정시킨 것을 축하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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