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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마리치킨'의 서늘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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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마리치킨'의 서늘한 비밀

[기고] 공장식 축산의 끔찍한 역습이 시작된다

지난 2월 6일 충청북도 보은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1425마리의 소가 살처분 됐다. 다행히 2월 14일 이후 추가 발생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1월부터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3332만 마리의 닭과 오리, 메추리 등을 살처분했음에도 여전히 확진 신고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국내 최대 육계 가공업체인 '하림'의 직영 농장에서도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돼지 331만8298마리, 소 15만864마리, 염소 7559마리, 사슴 3241마리를 살처분했던 지난 2010년 구제역 파동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런 끔찍한 대학살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 및 AI 발생과 살처분 소식은 우리의 감정을 무디게 만들어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을 등한시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연합뉴스

천문학적 비용

지난해 말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발생 소식과 함께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내용은 계란값 폭등과 안정적 공급에 대한 대책이었다. 마치 국민들이 계란을 먹지 못하면 당장에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언론은 호들갑이었다. 하지만 3332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을 죽음으로 내몬 가장 큰 원인이 지난 50년간 계란과 닭을 각각 15배, 23배 많이 먹도록 부추긴 '공장식 축산'이라는 점은 관심이 없다.

매년 반복되는 AI나 구제역의 원인이 과도한 밀집 사육과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 모든 국민들의 상식이 됐음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통상 가금류 1만 마리 살처분에 50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약 1666억 원의 세금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축산업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전혀 없다.

2010년 구제역 당시 살처분에만 3조 원의 국민 세금(국민 1인당 6만 원)이 쓰였다.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2차 피해와 관련 공무원의 정신적 피해와 과로에 대한 보상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과연 현재의 비위생적이고 반생명적인 축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가? 이런 비용을 감수하면서 고기, 계란, 우유 등의 동물성식품 먹어야 하는가? 나는 내가 내는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정도의 세금을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밀집 사육을 제한해 사육되는 가축 수를 줄이는 데 쓴다면, 기꺼이 동의하겠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쓰는 돈은 얼마든지 찬성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존속시키기 위해 쓰는 것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당이 안 되는 가축 분뇨

공장식 축산의 또 다른 문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가축 분뇨다. 2014년 12월 기준 매일 25만5000톤의 가축 분뇨가 발생했다. 흔히 가축 분뇨는 퇴비로 활용돼 땅을 비옥하게 하는 데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땅에 과잉의 양분을 투입하면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고 지하수와 하천을 오염시킨다.

OECD 질소 균형(OECD Nitrogen Balance) 통계를 보면,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질소를 토양에 투입하고 있다. OECD 평균 투입량의 3.5배 수준이다. 2015년 발표된 '양분총량제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 국토에 질소가 과잉으로 투여되고 있으며 작물 재배에 필요한 질소량의 50%만 초과한 '양분관리 우수지역'은 12.9%에 불과하다. 특히 필요량의 100%를 초과하는(필요량의 2배 이상) 지역은 68.4%에 달한다. 필요량의 200%를 초과하는 (필요량의 3배 이상) 지역도 21.9%에 달했다. 이렇게 과잉으로 투입된 양분은 지하수와 하천으로 유입되어 오염을 유발한다. 2004년 발표된 '가축 사육두수 총량제의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에는 축산 폐수는 전체 배출량은 0.6%에 불과하지만, 오염물질 농도가 매우 높아 하천과 호수 오염에는 25%를 기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가축 분뇨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하천 오염을 경험한 네덜란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축 분료 쿼터제, 겨울철 분뇨살포 제한, 가축농장 집단화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 질소 투입량을 한국보다 낮추는 데 성공했다. 현재 네덜란드는 1헥타르(100m×100m, 약 3025평)당 소 2.3마리, 돼지 5.1마리만을 키우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정도 밀도가 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가축 질병 예방을 위한 농림축산식품부고시(제2015-167호)에 따르면, 1헥타르당 소 781~1162마리, 비육돈 1만 2500마리를 사육할 수 있다. 이러한 열악한 축산환경의 개선이 없다면, 지하수와 하천의 오염은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고 압도적인 질소 과잉투여 1위라는 불명예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항생제 범벅인 가축 분뇨

가축 분뇨는 비단 질소나 인 등의 오염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엄청난 밀집 사육은 가축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항생제를 포함한 다양한 약품들을 다량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축에게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 역시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돼지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서는 2배, 유럽에 비해서는 30배가량 많이 사용한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증가시키고, 인수 공통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가축에 투약한 항생제의 80~90%가 분뇨로 배출되기 때문에 가축분뇨와 축사 폐수의 환경으로의 유입은 잔류 항생제에 의한 농경지 오염, 하천과 지하수 오염, 식수를 통한 항생제 노출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2016년 발표된 '영산강수계에 유입되는 가축분뇨의 항생물질 분포실태 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 1년차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소와 닭 분뇨 퇴비화 시설 주변 토양과 하천에서 소와 닭 사육 시 사용하는 항생제가 검출돼, 소나 닭 분뇨 퇴비 사용 시 토양 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출현 및 생태계 교란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축산용 항생제에 대한 감시를 해오고 있으나, 한국은 2000년대 중반에서야 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수준이다.

밀집 사육은 대량의 항생제 사용으로만 유지될 수 있다. 지금 같은 밀집 사육과 항생제 사용이 지속된다면, 구제역이나 AI뿐만 아니라 어떤 예상치 못한 전염병으로 우리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기 쉽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팝콘 치킨'의 비애

한국의 축산 환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하다. 이는 시중에 유통되는 닭의 크기로 알 수 있다. 한국의 도축되는 닭의 중량은 평균 1.5킬로그램(kg)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일본과 미국은 각각 2.8kg, 2.5kg 수준이다.

한국의 닭들이 A4용지보다도 작은 공간에서 햇볕도 받지 못 채 사육되다 보니, 아무리 항생제를 사용해도 30일 이상 생존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죽기 전에, 아직 닭이 되지 못한 병아리 상태에서 도축이 되는 것이다. 닭 1마리의 크기가 점점 줄어든 이유, 예전 1마리 가격으로 2마리 닭튀김(치킨)을 먹을 수 있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이 영계를 좋아해 아직 병아리 수준의 닭들이 도축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점점 작아지는 닭의 크기를 보면서 이 닭들이 사육된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짐작해야 한다. 2014년 전주MBC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육식의 반란3-팝콘치킨의 고백>은 이런 참혹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육 환경이 개선되어 시중에 유통되는 닭들의 크기가 커질 때 매년 반복되는 AI와 살처분도 함께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미량 항생제와 성장 촉진

하지만 우리는 축산업자들이 가축에게 항생제를 쓰는 또 다른 이유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밀집 사육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축산업자들은 페니실린이 발견된 후부터 항생제를 치료 농도보다 훨씬 낮은 농도로 사용해 왔다. 1톤의 사료에 항생제 2.5kg만 섞으면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유독 항생제가 많이 사용되어온 또 다른 이유다.

그런데 이렇게 가축들에게 사용한 항생제는 결국 우리가 마시는 식수로 돌아온다. 2007년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 중 의약물질 노출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하천에서 축산용 항생제가 검출되고 있다. 물론 실제 우리가 마시는 식수의 항생제량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소량이라도 불필요한 항생제에 평생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고 면역계와 소화계에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축산학자들은 미량 항생제에 의해 장내 세균의 조성이 변하고, 그로 인해 장 점막의 구조가 변해 영양소 투과율이 달라지는 것을 성장촉진의 기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하천에서 검출되는 축산 항생제가 가축에서처럼 인간에게서도 성장도 촉진해 체중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아직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약하고, 아직 초보적인 상태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다.

과연 우리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재의 축산시스템을 감수해야 할까? 이제는 정말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변화의 필요성을 AI와 구제역, 넘치는 분뇨와 항생제를 통해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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