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서울에너지공사가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에너지 세상'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창립 기념식을 가졌다. 서울시 에너지 자립을 위해 친환경·분산형 에너지 공급, 저소비형 에너지 보급, 나눔형 에너지 확대, 지역 간 상생협력, 이렇게 4개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집단에너지사업단으로 출발한 만큼 열병합 발전을 확대해 2020년까지 28만 세대에 지역냉난방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태양광 70MW, 연료전지 90MW를 추가 설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보급과 에너지 복지 분야에도 집중할 계획이라 밝혔다.
서울에너지공사 조직도를 살펴보면, 기획경영본부와 집단에너지본부 이외에 신산업본부와 에너지연구소가 눈에 띈다. 신산업본부에 두 개의 사업처가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사업처에는 신사업부와 햇빛발전부가, 효율화 사업처에는 효율화사업부와 시민협력부가 있다. 자체 연구소가 있어 연구·조사 역량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개 시도 지자체 중 서울시만 에너지를 기후변화와 묶어 본부 체계(기후환경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경기, 강원, 경북, 전남, 제주, 이렇게 10개의 광역 지자체는 에너지과 체계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6곳인 광주, 세종, 충북, 청남, 경남, 전북은 에너지팀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 체계로만 보면, 11곳이 본부나 과 체계로 높은 위상을 갖고 있으며, 7곳은 팀 체계로 상대적으로 낮은 위상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조직도 하나로만 지자체의 에너지 정책의 현황과 특징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관련 정책의 추진 의지의 정도, 그리고 해당 업무량의 수준에 따라 에너지 행정 부서의 위상과 역할이 상이하게 나타나는 것은 '팩트'에 가깝다.
가장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행정 체계를 갖춘 서울시가 이제는 에너지를 전담하는 지방공기업을 설립했다. 물론 시 행정부와 공사의 역할 분담을 최적화하려면 시간과 경험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로써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 성과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조직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서울에너지공사에 거는 기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분권과 자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너지공사는 이런 대안적인 에너지체제의 상징적이면서도 실제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정부와 시민사회와 지자체·지역에너지공사가 각각 제 역할을 하여 잘 어우러지면, 서울에너지공사와 같은 사업체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것이며, 나아가 지역의 특성과 현안을 반영한 에너지 계획과 정책이 출현할 가능성도 커진다.
서울에너지공사 이전에도 전남에서 녹색에너지연구원이, 제주에서 제주에너지공사가, 경기에서 경기에너지센터가 비슷한 목적으로 설립되어 계속 활동하고 있다. 몇몇 광역 지자체가 지역에너지 전환을 외치고는 있지만, 충남 등은 아직 공사나 센터와 같은 새로운 조직 운용에 소극적인 데 반해, 전남, 제주, 경기, 서울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중에서 서울에너지공사는 제주에너지공사와 같은 조직 형태인데, 제주에너지공사에 비해 시민참여 등에서 장점을 보인다. 특히 지역 간 에너지 상생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 난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먼저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방공기업의 정체성에 맞게 에너지 공공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야 하지만, 적정 수익을 달성해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사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수익성은 열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과 직결되는데, 이 부분은 정부 정책의 전향적인 변화가 중요하다. 에너지 요금 현실화와 상대가격의 합리적 조정이 수반되면, 지역에너지 전환·자립은 물론 지역에너지공사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또한 지역에너지공사가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공사의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일 뿐 아니라, 중앙 집중형 에너지체제에 직접적인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상황만 신경 써도 곤란하다. 스스로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에도 냉철한 잣대를 대야 한다. 2015년, '스위치드 온 런던(Switched On London)' 캠페인이 런던에서 시작됐다. '깨끗하고 적정한 에너지, 이윤이 아닌 사람을 위한 에너지'를 기치로 공적·사회적으로 소유·운영하는 지역 에너지 공기업을 만들자는 사회운동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이사회는 1/3은 전문가·공직자, 1/3은 에너지 기업의 노동자, 1/3은 시민들로 구성된다.
이런 이상적인 기준에 비춰보면, 현재 서울에너지공사의 이사회 구성·운영에 개선점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공사의 의사결정구조 전반에 걸쳐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에너지 세상'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조직과 사업을 평가하는 방식도 전문가주의에서 벗어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가 되는 부분도 많다. 이제는 어느 조직·기구 본연의 임무만 잘 해서는 곤란할 정도로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시설관리공단, 서울교통공사(5월 통합・출범 예정) 등 서울시 산하 유관 기업·기관과의 유기적 협력관계 형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에너지 공급·소비에서 시간만큼이나 공간·건물·시설이 중요한 요소다. 따로 또 같이 해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에너지 전환과 분권의 새로운 실험이다. 강점도, 약점도 확실하다. 기회 요인도 있고, 위협 요인도 있다. 지금은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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