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여기자들을 데리고 나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지만 개성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그리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갔다가 북측에 예인된 연안호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조성되고 있는 북미 대화무드가 자칫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무능'에 대한 질타로 이어질 가능성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본격적인 '통미봉남(북한이 미국하고만 대화하고 한국하고는 상대하지 않음) 국면'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평양 순안공앙에 도착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북미 양자 현안이라 할 말 없다"…'침착 모드'
청와대와 외교안보 관련 담당자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일체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기자 문제는 전적으로 북미 양자간의 현안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여기자 문제는 미국 정부와 북한 간의 문제가 아니냐"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역시 정부 차원의 공식 방문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뿐만 아니라 외교통상부나 통일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기자들에게 일체의 배경설명을 하지 않았고, 질문을 받아도 "답하기 곤란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사실은 사전에 미국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면서 정보 소외 논란을 일축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관계에 질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대목을 두고도 청와대는 애써 '평가절하'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여기자들의 석방이라는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방북에서 북미 양자가 핵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에 대한 전격적인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개성 억류자 관련 북한 동향 및 여론 추이 예의 주시
한편으로 정부는 클린턴의 이번 방북이 현대아산 유 씨 사태 등 남북 현안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돌아오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여기자 석방과 유 씨 억류 문제는 사안 자체가 완전히 다른 만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한이 여기자 석방 교섭을 위해 클린턴의 방문을 수용한 것은 북미관계 전반이 개선될 것이라는 큰 전망 속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유 씨 석방에 관심있을지 몰라도 남북관계 전환에는 생각이 없다는 걸 북한은 알기 때문에 유 씨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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