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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에릭슨 파문'에 이어 한-EU FTA도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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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에릭슨 파문'에 이어 한-EU FTA도 '뻥튀기'?

EU 의장국 스웨덴 총리는 "완전 타결 아니다"…또 '성과 제일주의'?

"검찰은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조사하는 곳이다. 다른 곳도 아닌 검찰의 최고 책임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최근 각종 비리의혹 끝에 자진 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보인 반응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검찰 조직이 그러할진대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청와대가 갖춰야 할 제 1의 덕목이 '진실성'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靑 "사실상 협상 타결" vs 스웨덴 "아직은…"

그러나 다름 아닌 청와대가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유렵 3개국 순방의 최대 성과로 내 세우고 있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두고 당사국들 간에 상이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스웨덴 프레데리크 라인펠트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EU FTA 협상의 모든 잔여 쟁점에 대한 최종합의안이 마련된 점을 환영했다"며 "우리 두 정상은 한-EU FTA의 조기 가서명을 위한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한-EU FTA 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고,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극적인 협상 타결 소식을 타전했다.

이 대통령은 앞선 정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도 "이번 유럽 순방은 여러 정상들과 만나 한-EU FTA에 대한 최종합의를 도출하는 데 큰 목적이 있다"며 "다행스럽게 몇개 나라의 반대로 오래 끌어왔던 한-EU FTA가 합의점에 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맞춤형 설득'이 각국 정상들에게 주효하게 먹혔다는 점을 앞장서 '홍보'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한-EU FTA에 부정적인 입장이 강했던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이 대통령이 유럽의 '어른'으로 치켜세우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는 점을 상세하게 밝히는 등 적극적이었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FTA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을 외교력으로 돌파해 결국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을 수 있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 <뉴욕타임스>는 13일(인터넷판) 한-EU FTA를 둘러싼 한국 정부와 EU 의장국인 스웨덴 측의 '온도차'를 보도했다. ⓒ프레시안
<NYT> "스웨덴 총리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정작 회담의 상대방이었던 스웨덴 라인펠트 총리의 설명은 달랐다.

<뉴욕타임스>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라인펠트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이런 종류의 협정을 완결짓기 위해서는 다른 EU 국가들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EU FTA가 완전한 타결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EU FTA 협상의 종결을 선언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두 정상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긴 했지만, 라인펠트 총리의 경우는 좀 더 조심스러 보였다"면서 양 측의 '온도차'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라인펠트 총리는 "협상에 여전히 주요한 의문점(outstanding questions)들이 남아 있는 만큼 그런 점들이 확실하게 해결되고, 우리가 사인할 준비가 됐다고 하기 전까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사실상의 '타결'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청와대의 기류와는 사뭇 상반된 이야기였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사실상 협상 타결이 맞다"며 논란 자체를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라인펠트 총리의 언급은 자국과 EU 내의 산업 관계자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 ⓒ청와대

10억? 15억? 20억 달러?…투자성과 '뻥튀기' 파문도…

이에 앞서 민간 기업의 한국 투자 규모와 내용을 둘러싼 진위 논란도 불거졌었다. "세계 최대의 통신 장비업체 에릭슨이 향후 5년 단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한국에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걸립하기로 했다"는 청와대의 공식 발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외신 보도 때문이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보도를 통해 "에릭슨 사는 '15억 달러 투자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요른 엘든 에릭슨 한국법인 사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에릭슨이 한국의 4세대 무선통신 기술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투자규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premature)'"라고 밝혔다. 투자 형태가 R&D 센터가 될 것인지도 여전히 미정이라는 게 에릭슨 측 설명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에릭슨 측이 한국에 투자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지만, 이 대통령과 에릭슨 회장의 면담 자리에선 이같은 언급이 나오지 않았고, 특히 15억 달러라는 투자 액수도 "대략적인 예상규모를 적시했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에릭슨 회장은 1000여 명 규모의 R&D 센터를 둔다는 계획이 금액으로 얼마나 될 것인지를 묻는 청와대 실무진의 질문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15억 불도 될 수 있고 20억 불도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결국 청와대는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15억 달러'라는 추정치를 자의적으로 발표한 셈이다.

이후 에릭슨 측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에릭슨은 이번 협력부문과 투자 계획에 대해 완벽한 이해와 합의를 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투자 금액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은 엉뚱하게도 '10억 달러'였다. 이 대통령은 스웨덴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여기 에릭슨사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며 "신임시장이 10억 불을 투자하고 싶다 하는 의사를 밝혔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을 두고 이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 에릭슨 측이 모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이같은 논란 이면에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4G)을 둘러싼 각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작용하고 있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채적인 해석이다. 한국은 토종 기술인 '와이브로'를 강력하게 밀고 있는 반면 에릭슨은 이와 경쟁관계에 있는 LTE(long-term evolution)'의 선두 주자다.

관련 업계에선 에릭슨이 정확한 투자규모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은 한국이 4G 기술 표준으로 와이브로를 포기하는 대신 LTE를 선정해 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이같은 정황을 무시한 채 투자규모를 '15억 달러'라고 서둘러 발표한 청와대를 두고 곱지 않은 눈총이 쏟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MB식 '성과 제일주의', 국가적 '신뢰의 위기' 부를라

결국 이명박 정부 특유의 '성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이같은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순방과정을 통해 이 대통령과 스웨덴의 라인펠트 총리가 한-EU FTA와 관련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은 '팩트'다.

양국 통상 당국은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현재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에바 비예링 통상장관은 한-EU FTA 협상의 모든 잔여 쟁점에 대한 최종 합의안이 마련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에릭슨이 한국에 투자 의사를 밝힌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타의 EU 당사국들 간의 논의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협상 타결'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업계 내부의 이해관계 등은 외면한 채 '15억 달러'라는 설익은 성과만을, 그것도 자의적으로 앞세운 청와대가 외신 보도를 통해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은 위험천만하다.

사상 최초로 인사청문회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 남긴 이 대통령의 언급 그대로다. 문제는 '진실성'이다. 국제 사회에서의 이같은 행태는 자칫하면 국가적 '신뢰의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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