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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희정을 옭아맨 17.9% 족쇄

[정욱식 칼럼] 사드,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최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방·안보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함께 자리했다. 당초 그는 발제자도, 토론자도 아니었지만, 사회를 맡은 이철희 의원의 배려로 토론회 말미에 자신의 소견을 밝힐 기회를 가졌다.

마이크를 잡은 전인범 전 사령관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우리는 절대로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굴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기존 합의는 존중한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은 이 발언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이 영입한 전인범 전 사령관의 투철한 안보관을 배워야 할 때"라고 비꼬듯이 훈수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드'로 뉴스를 검색했다. <한겨레>가 보도한 여론조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잘못'이라는 의견이 절반이 넘겼지만(55.4%), 후속 대처에선 의견이 갈렸다.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응답이 37.5%였고, '잘못한 일이지만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도 17.9%를 차지했다. '잘한 일'이라는 의견이 34%로 나와 결국 사드 배치 결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1.9%를 차지한 셈이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전인범 전 사령관의 영입은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자충수'가 되지는 않을까? 왜 17.9%의 응답자는 사드 배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답했을까? 이 두 가지 걱정스런 질문이 머릿속과 마음속을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 전 대표와 전 전 사령관 사이에는 '강한 안보'를 향한 '케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보는 국방과 동의어가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선 외교와 국방을 두 축으로 삼고, 한국적 현실에선 남북관계라는 또 하나의 축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진짜 안보'를 구현할 수 있다.

▲ 지난 6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방·안보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는 전인범(왼쪽) 전 특전사령관 ⓒ문재인 공식 블로그

그런데 사드는 이 세 가지 축에 모두 이롭지 못하다. 사드가 기여할 수 있는 국방(National Defense)의 수혜자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이다(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결국 이들 나라의 이익도 길게 가지 못한다). 오히려 남북한 군비경쟁 격화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적 적대화로 한국의 국방에 해롭다. 외교는 말할 것도 없다.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포괄안보 구현에도 해롭다.

걱정은 계속 이어진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언론과 경쟁자들은 문 전 대표의 사드 입장을 집요하게 캐물을 것이다. 이미 스텝이 꼬인 상태에서 전인범 전 사령관의 발언은 문 전 대표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 것이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에 앞서, 사드에 관한 신중한 교감이 먼저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이유이다.

17.9%에 담긴 여론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민심에는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들의 사드 관련 발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한미간의 합의는 쉽게 번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그의 뒤를 쫓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었다. 두 후보 모두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드 합의는 결코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황교안 권한 대행체제의 집요한 요구에 일단 호응은 해줬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사드 배치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는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사드 배치는 결코 미국의 사활적인 이해가 걸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러 간의 전략적 결속을 야기해 미국에게 불리한 측면마저 도사리고 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의 자질은 이 점을 비껴가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선처라도 바라는 것처럼 저자세를 보일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가 결코 미국에도 이롭지 않다는 점을 경험적·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드가 중국 및 러시아와 무관하다면 그 점을 납득시켜야 할 책임도 미국 정부에 있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최소한 사드 배치를 1~2년 유예하고 북핵 협상에 집중하자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오랜 적이 친구가 될 때 항상 행복하다"는 구절이 실려 있다. 반대의 기류도 감지되지만, 기회의 공간은 분명 존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드 배치 발표로 최악인 한중관계는 이 결정의 변화에 따라 북핵 해결의 강력하고도 소중한 협력관계로 변할 수 있다. '키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유미의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암중모색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러일관계 다음에는 북일관계를 바라볼 것이다.

물론 모든 게 불확실하다. 그래서 한국의 역할과 비전이 너무나도 엄중하다. 사드 대란은 박근혜 임기까지로 족하다. 다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사드를 중단하고 9년 만에 협상의 문을 다시 열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국민과 국제사회를 향해 강력한 협상 의지를 발신해야만 희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 필자 신작 <사드의 모든 것>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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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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