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귀국 후 보름 넘게 대권 행보를 해 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오전에만 해도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를 만나 개헌 연대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고, 오후에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만났던 터라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이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심 대표를 만난 직후 국회 기자회견장을 예고 없이 찾아 전격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귀국 후 지난 3주 동안의 자신의 행보를 되뇌이며 "10년 간 나라 밖에서 지내며 느낀 우려가 피부로 와닿는 시간이었다"고 우선 말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 대통합, 협치와 분권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린 3주였다"며 "그러나 이런 제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에 의해" 훼손됐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이유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었고 오히려 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에 큰 상처만 남김으로써 결국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도 했고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도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런 상황에 비추어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이 같은 불출마 발표에 회견장은 크게 술렁였다.
그는 "저도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제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하고 있다"며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제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 그리고 가까이서 일해 온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 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나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저도 지난 10년에 걸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이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2일 귀국 후 부산 대구 진도 목포 여수 대전 등 지역을 순회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만나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빅텐트 연대를 시도해 왔다.
특히 설 연휴 전후를 맞아 김형오 전 의장, 손학규 전 대표, 박지원 대표, 김무성 의원 등 여야의 정치인들을 만나며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력화를 꾀했으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독자 세력화 방도도 여의치 않자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 관련 기사 : '반기문 빅텐트' 소멸…다음 수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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