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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들, '위구르=테러리스트' 색깔론엔 왜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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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들, '위구르=테러리스트' 색깔론엔 왜 침묵하나"

레비야 카디르 세계위구르협회장 '울분'…시위 배후설은 부인

2008년 티베트 사태 때 중국을 강력 비난했던 서방세계가 이번 신장위구르 유혈 사태에 대해서는 사실상 입을 닫고 있어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위구르인 망명자의 대표적인 인물이 이슬람 국가들의 침묵을 비난하고 나서 주목된다.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세계위구르협회 레비야 카디르 회장은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이슬람 국가들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을 억압하고, 종교 박해도 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며 "이번 유혈 사태에서도 역시 소극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구루족의 종교는 이슬람교이다.

"서구 편향적 무슬림이라는 중국의 선전을 믿나?"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에 따르면, 카디르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시리아, 카자흐스탄, 쿠루디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을 거론하며, 이번 사태 전부터 위구르족이 중국 정부로부터 당한 폭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이들 국가들이 앞장서서 당국의 억압을 피해 국경을 넘었던 피난민들을 중국으로 송환시켰다"며 "강제로 중국에 돌아온 위구르인들은 사살되거나 감옥으로 보내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덧붙여 카디르는 "지금 위구르족의 친구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라며 "이제라도 이슬람 국가들은 위구르인들이 직면한 유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위구르족의 달라이 라마'로 불리는 레비야 카디르ⓒ로이터=뉴시스
카디르는 "이슬람 국가가 위구르인들의 고통을 알고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이들 국가들에게 취한 선전외교(프로파간다)가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이슬람 세계로 보냈던 메시지에서 이런 선전외교를 찾을 수 있다며, '위구르족은 극도로 서구 편향적인 무슬림들이며, 이들은 현대적으로 보일지라도 똑똑하지 못한 무슬림들이다'라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동시에 중국 정부는 서구 국가에게 위구르족이 알카에다와 연결된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며 "이러한 이중적인 선전외교가 국제사회에서 위구르인들을 고립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전문가 테림 카인은 특히 2001년 미국의 9.11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시각은 깊게 각인되었다고 분석했다. (☞관련 기사 : 위구르인들은 왜 중국에 저항하는가)

서방과 이슬람권의 침묵, 종류는 달라도 결국은 '이중잣대'

레비야 카디르는 지난 5일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발생해 최소 156명이 사망한 시위의 배후 조종자로 중국 당국에 의해 지목됐다. 그러나 그는 "완벽한 거짓"이라고 부인하며 "오히려 세계위구르협회는 중국의 위구르 사회에 평화적인 항의를 하라고 계속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위구르인들이 보인 폭력의 본질은 중국 당국의 폭압적인 태도에서 느낀 좌절과 분노에 있다"고 반박했다. 당국의 종교적·문화적 억압, 그리고 경제적 수탈에 대한 불만이 자생적으로 터졌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시위 혐의로 수 백 명의 위구르인들을 체포한 것을 두고는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가 신장자치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할 팀을 보내주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국 정부를 향해 "중국 정부를 견제하고, 위구르인들의 불만을 억제시킬 수 있는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위해선 백악관의 강력한 성명이 지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서방세계에서는 미국과 일본만 미지근한 우려만 표했을 뿐 작년 티베트 사태 당시만큼 적극적인 대(對)중국 비난을 삼가고 있다. 티베트 폭력 진압을 비난하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불참까지 검토했던 프랑스와 독일 등은 아예 입을 닫았다.

서방이 이처럼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중국의 적극적인 언론 홍보, 작년 말 세계 금융위기 후 미국과 함께 'G2'라고 불릴 정도로 높아진 중국의 위상, 위구르인이 이슬람이라는 점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슬람 국가들은 작년이나 올해나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해 서방과 같은 종류의 이중성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카디르는 중동·중앙아시아의 무슬림들이 이슬람권에 대한 서방의 잘못된 시각에는 적극 반발하면서도 위구르 무슬림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색깔론'은 반박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꼬집은 셈이다.

'위구르족의 달라이 라마'로 불리는 카디르는 대표적인 위구르족 분리주의자이다. 그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을 국제사회에 폭로한 혐의로 1999년부터 7년간 복역했고,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세계위구르협회장으로 평화적인 위구르족 독립을 줄곧 주장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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