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권으로 위구르인들이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자치구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는 작년 3월 티베트 라싸(拉薩) 사태보다 규모가 훨씬 커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 우루무치 유혈 사태를 보도하는 중국 관영 CCTV |
中당국 "해외 망명 세력이 조장했다"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6월 26일 광둥(廣東)성 샤오관(韶關)에 있는 한 완구 공장에서 발생한 한족-위구르족 종업원 간 패싸움이었다. 이 싸움에서 2명의 위구르인이 사망했는데, 우루무치 시민들은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그러나 이날 저녁 7시께 공안 당국 추산 300~500명, 외신 추산 최대 3000여 명으로 늘어난 군중들의 구호는 '사건 진상 규명'에서 신장위구르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공안은 10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시위를 막으려 했지만 시위대는 차량 261대를 불태우고 상점 203채를 파괴하는 등 강력히 저항했고, 공안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게 됐다.
중국 당국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망명한 위구르 분리주의 세력이 치밀한 준비를 거쳐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으로 망명한 위구르족 지도자 레비야 카디르 재미(在美) 위구르협회장이 시위를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구르 자치구는 성명을 통해 "이번 폭력 시위와 범죄는 사전에 공모된 것"이라면서 "레비야가 이끌고 있는 세계위구르대표대회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위구르인들이여 더욱 용감해지고 큰일을 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누얼 바이커리(努爾 白克力) 신장자치구 주석은 이날 오전 TV에 출연해 이번 시위는 외부에서 지휘하고 내부에서 행동에 옮긴 전형적인 조직적 폭력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조국의 분열 활동은 반드시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광둥성 완구 공장 사건도 위구르인들의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극단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구르인들 "한족의 경제 침탈에 대한 분노…외부 개입 없어"
그러나 위구르인 망명 단체들은 당국의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정하면서, 시위 사태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한족의 자치구 경제 재배에 대한 위구르인들의 울분이 폭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에 있는 세계위구르대표대회 본부의 딜쌋 랏싯 대변인은 "이번 시위는 차별과 억압 때문에 폭발한 것인데 중국 당국은 해외 망명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위구르인들의 시선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랏싯 대변인은 이어 "시위는 평화적으로 조직됐고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종족 차별을 멈추라고 외쳤다"라며 "그들은 침묵 속에 고통 받은 세월에 지쳐 있다"고 말했다.
위싱턴에 있는 위구르·아메리카 연맹의 알림 셰이토프 부회장은 "우리는 중국 보안군 당국의 무자비한 탄압에 큰 슬픔에 빠졌다"고 말하고 "오늘은 위구르인의 역사에 처참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장위구르 지역은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무역을 하고 에너지를 거래하는 관문 지역이며, 위구르 자치구 자체도 가스와 광물이 많이 나오고 농산물도 많이 생산되는 곡창지대이다. 그러나 위구르인들은 그러한 자원이 한족에 의해 약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기관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전문가인 니콜라스 베퀼린은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들과의 갈등이 일어나기만 하면 '외부 세력의 소행'이라는 판에 박힌 반응을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신장 지역에 있는 소수민족 집단들을 더욱 극단화시킬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은 작년 티베트에서 그랬던 것과 똑 같이 더욱 억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 '트위터'에 올라온 우루무치 시위 장면 ⓒ로이터=뉴시스 |
베이징 당국, 적극적인 언론 대응으로 '국제 여론전'
신장 공안은 시위 주동자 10명을 비롯해 시위대 수 100명을 체포하고 90여명을 수배중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사상자 중 시위대와 경찰이 각각 얼마인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망자 수는 최근 수년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발생한 최악의 유혈 시위로 기록됐다.
이번 시위로 신장 자치구의 휴대전화망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지만, 6일 오전 도로 통제는 대부분 완화되는 등 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는 파편이 널브러져 있고 경찰의 삼엄한 순시속에 긴장감은 여전한 상태라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관영 언론매체들은 작년 라싸 시위 때와는 달리 대규모 유혈 시위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해 소수민족 관련 사태에 대한 언론 정책이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신화통신>은 시위가 발생한지 약 2시간 만인 5일 9시 30분께 1보를 타전한 뒤 6일 오전 1시 25분 사망자 3명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이날 오전 4시께 '사망자 다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시 송고해 사망자 수가 크게 증가했음을 시사했고, 오후 1시께는 '사망자 129명'을 제목으로 긴급 기사를 내보냈다.
<신화>가 이같이 신속 보도를 하자 외신들은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위가 분리주의자들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폭력 시위'라는 중국 측 시각이 외신에 상당히 반영됐다.
국영 중앙 TV방송인 <CCTV>는 이 시위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방문에 이은 두 번째 중요 뉴스로 다루면서 시위대가 차량을 불태우는 장면 등을 내보내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이는 작년 라싸 사태 때 관영 언론의 보도가 늦어지면서 외신들이 티베트 망명 정부의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한데 따른 문제점을 중국 당국이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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