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와 '박유하 교수 무죄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소병훈, 임종성, 정춘숙, 이원욱 의원과 이미경 전 의원이 동행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큰절이 끝나자마자 이용수 할머니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국민입니다. 박근혜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못합니다. 그랬는데 건방지게 우리 문제를 한마디 말도 없이… 저는 방송 보고 (합의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일본과의 합의요? 저희들을 친일파가 두 번 죽였습니다"라고 말해 박근혜 대통령을 '친일파'에 비유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산 증인이 있는데도 '거짓말이다, (강제 동원은) 없다', 그렇게 일본이 얘기하는 것을 그대로 이 한국 정부라는 것은, 대통령이라고 뽑아 놓으니까 우리를 팔아먹고 죽이고 하는 이거. 우리는 이렇게 당해야 됩니까"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할머니는 박유하 교수가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피해를 '자발적 매춘'에 비유했지만 전날인 25일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서도 "재판장이라는 사람이 1시간 반이나 앉혀놓고, 무죄라고 했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라는 심경을 털어놨다. 이 할머니는 "그러나 저는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는 이대로 당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의장님이 오신다고 해서 밤에 잠도 안 잤습니다. 오시면 제가 무슨 말을 먼저 해야 되나 생각하니까 너무 생각이 안 나서 울기도 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관련 기사 :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무죄…"학문의 자유, 헌법 기본권")
이 할머니는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힘이 없습니까. 왜 이렇게 우리가 당해야 됩니까. 네? 대한민국이 어디로 갔습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할머니는 "왜 이래야 합니까. 한번 물어봅시다 의장님. 왜 당하고 계십니까"라고 호소했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바로 잡아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서도 "민주당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반기문 저거 죄인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외교통상부 앞에 6개월 시위했습니다. 그때 (반기문 전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있을 때, 한국 정부를 상대로) 헌법 재판을 걸었습니다. 제가 이겼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6년 6월 이 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 109명은 한국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정한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2011년 헌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주며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할 헌법적 요청이 있다고 결정했다. 할머니들이 헌법 소원을 제기했을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었다. 참여 정부 시절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위안부 피해자 12명, 정부 상대 손배소 제기)
이용수 할머니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년 전화를 걸어 위안부 합의와 관련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을 언급하며 "이러니까 (반기문 전 총장에게 대통령을) 절대 시키면 안 됩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 못 쓰는 이유도 안다.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여가부 강은희 정신 차려야 돼"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여가부 장관, "일본 반성했다...돈 드리겠다" 파문)
정세균 국회의장은 "우리 어머님께서 왜 이렇게 (한국 정부가) 힘이 없냐고 걱정하시니까 저도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우리 어머님들 한을 풀어드리고 역사를 바로잡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동행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본은 사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할머니들을 한 분씩 안아드린 뒤 나눔의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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