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2일 귀국길에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관련된 비리 의혹, 그리고 현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도저히 제가 이해할 수가 없고 왜 제 이름이 거기 등장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그 문제에 관해 분명히 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제 말씀이 진실에서 조금도 틀림이 없다 분명히 말씀드리고, 제가 얼마든지 거기 대해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앞서 "10년 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에 악의적 보도가 나온 데 대해 깊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황당무계한 음해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당 의혹을 보도한 <시사저널>에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반 전 총장은 1946년 유엔 결의안에서 직전 총장이 본국의 공직에 나아갈 수 없다고 규정한 데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선출직 관련 정치적 행보를 막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다만 반 전 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유권적인 답변은 유엔 당국에서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이어 "공식적 답변은 제가 여기에서 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유엔 당국에서 할 것으로 기대를 한다. 그러나 제가 아직 어떤 출마를 하겠다 발표를 한 것은 아니니 양해해 달라"고 거듭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국내 5년 이상 거주한 자에게 대통령 피선거권이 있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도 "그것은 여러분들, 제가 좀 실망스럽습니다"라고 말한 후 "중앙선관위에서 (대통령 피선거권) 자격이 된다고 유권 해석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꾸 그문제를 가지고 나온다는 것은 너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런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 문제를 유도하는 행태"라고 반박했다.
반 전 총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협상 내용이 지켜져야 한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다만 그는 입장을 애매한 어법으로 정리했다. 반 전 총장 화법으로는 과연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미 합의된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제가 작년에 박근혜 대통령님과 전화통화한 내용에 대해서 많은 여론이 있고 비판도 있고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분쟁이 있는 당사국들 간에 협상을 통해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어떤 완벽한 결론은 아니더라도 중간 단계든지, 그래서 양국간에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 저는 늘 그런 협상을 통한 합의를 환영하고 격려해왔다. 그런 면에서 한일 양국 오랜 현안, 합의가 이뤄진데 대해서는 환영을 한 것이다.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풀어주는 그런 수준이 돼야 한다. 최근 부산 소녀상과 관련해 일본 정부로부터 여러가지 이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너무 근시안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과거에 대한 직시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가 더 발전이 되고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미래 지향적'이라는 말은 일본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우리 정부도 합의와 관련해 '미래 지향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일본의 이의"에 대해 우리가 "근시안적"으로 보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위의 말은 애매하다."더 발전이 되고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은 재협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름 바른 듯'한 화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