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발언 2라운드, 정치권 후폭풍

'靑-한나라-YS-昌 vs 민주-민노-진보신당' 전선 구축?

6.15 9주년 기념식에서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극언에 가까운 반발을 하고 나섰다. 이에 야당은 일제히 재반박을 가하는 등 김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치권이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풍경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을 할 때마다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12일 개인성명까지 발표했다.

YS "국민들이 DJ입 닫게 할 것"…昌도 가세

그는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틈만 나면 평생 해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맹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국민 몰래 혈세를 5억달러나 독재자 김정일에게 상납하고 만난 것이 6.15 정상회담인데 그런 굴욕적인 일을 기념해 행사를 한다는 것도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북한에 퍼준 돈과 물자가 7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그것이 핵과 미사일로 되돌아와 우리와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위중한 현실로, 이런 안보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김대중씨"라고 극언을 퍼부었다.

나아가 그는 "2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미사일을 난사한 국가위기 상황에서 김정일을 두둔하는 것은 김대중씨가 공산주의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김대중씨는 이제 자신의 입을 닫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조국을 사랑하는 국민이 그 입을 닫게 하고야 말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역시 <연합뉴스>기자를 만나 "수십년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면서 "현실 정치에 있지도 않은 독재자를 향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돈키호테적 사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국면에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한나라당과 YS 쪽에 섰다. 그는 이날 당5역회의에서 "김대중 정권은 3대 의혹사건을 조작해서 나와 한나라당을 핍박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고, 관계자가 형사처벌됐다"면서 "국정원이 불법도청해서 정치공작까지 했던 김대중 정권시절이 민주주의 시대이고 지금은 독재인가, 좌우대립과 투쟁을 선동하지 말고 조용히 계시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력 반발, 진보신당도 힘 보태

이에 대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정치보복성 검찰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억울한 죽음을 맞은 것도 모자라 이제 김 전 대통령에게까지 십자포화를 퍼붓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망언을 규탄한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은 민주정부 10년의 두 전직 대통령을 비하, 비난해야만 이 정권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영원히 현직 대통령에 머무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인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언행의 저급함부터 개선하고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인 박지원 의원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말이 분열이라고 했지만, 그러면 자신들이 언제는 통합의 정치를 했느냐, 모두가 남의 탓만 하고 있다" 며 " 소통을 강조하지만 소통은 의견이 다른 사람이나 적과도 대화하는 것이 소통이지 자기들끼리 하는 것은 짝짜꿍이다"고 받아쳤다.

진보신당도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남북관계 악화와 현 시국상황을 걱정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설은 한마디도 틀린 게 없지 않은가"라며 힘을 보탰다.

지난 해 11월 2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민주대연합론과 야권단결을 촉구해 정국의 방향타를 돌린 바 있다. 그로부터 반년 후 김 전 대통령의 한 마디로 다시 전열이 정비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