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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체' 없는 '정권 교체'는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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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체' 없는 '정권 교체'는 가짜다

[황재옥 칼럼] '박근혜표' 사드 안고 보수표 바라보다간…

3월 13일 이전에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4월 하순 경 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이번 선거는 박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국정을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지난 9년 동안 보수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담겨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당 선호도와 예비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국민 67%가 진보정권으로의 교체를 원하고 있다. 반면에 보수 정권 유지 여론은 단 20%다. 심지어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절반 이상이 진보정권으로의 정권교체를 원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당선자는 인수위도 없이 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에 선거 기간 중에 예비내각 명단을 발표하겠다는 예비후보도 있다. 그런데 새로 들어설 정부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초대 내각의 면면이 아니라 5년 동안 국가를 이끌어 나갈 정책 방향과 기조다.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은 중간에 바뀔 수 있지만, 정책 방향과 기조는 임기 5년 동안 국가운영의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여야 간에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의 정책들은 대부분 폐기되거나 대폭 수정된다. 그런 점에서 정권교체는 정책교체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현지 시각)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임자인 오바마의 최대 업적이라는 '오바마 케어'부터 폐기했다. 이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다.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전임자인 "클린턴 것은 다 안 한다"는 ABC(Anything but Clinton)에 입각해 대대적으로 정책을 교체했다.

한국에서도 정권교체는 정책교체를 수반했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 중 특히 외교‧안보‧통일 분야는 100% 정책을 교체했다. '비핵-개방-3000'원칙에 따라 남북 교류협력의 상당 부분을 끊어 버렸고, 북핵 정책도 북한이 먼저 비핵화하기 전에는 6자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관광을 바로 중단시키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남북교류협력 사업 승인은 물론이고 방북조차 불허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그걸 핑계로 지난해 2월에는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이는 정권교체가 되면 정책교체는 당연한 것이라는 걸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야권 예비 대선후보들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대한 입장은 다소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정권교체는 해도 정책교체는 안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분야 실책인 '일본군' 위안부 합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한 입장이 '파기'에서 '재협상', '인정'까지 다양하다. 정권교체를 하겠다면서 교체 대상인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인정하고 계승하겠다는 건 자가당착이다.

한 예비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명박 정부가 금지시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박근혜 정부가 중단시킨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겠다고 했다. 한미동맹만 강화하고 남북관계는 단절시킨 결과 안보불안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취지에서,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갈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발언을 꼬투리 잡아 '종북몰이'를 하려는 언론과 보수 성향 예비후보도 있지만, 분단국의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중심에 놓고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펴나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한마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만큼은 확실히 교체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런데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교체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처음에는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했다. 그 발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국민 61%가 "사드 합의를 파기하거나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쪽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더라도 "일단 합의한 것을 취소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토를 달았다.

물론 이 발언이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기정사실화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의 재협상 결과를 현시점에서 낙관적으로 속단할 수만은 없다는 '조심스러운'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이 바뀐 것 아닌가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고 다소 의아해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사실 사드는 득보다는 실이 엄청나게 큰 무기체계다. 일반 국민들한테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드의 효용에 대해서는 미국의 무기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한편 사드 배치 계획만 발표됐는데도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은 이미 시작됐고 장차 그 강도는 점점 더 세질 것이다.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사드가 막상 배치되면 중국의 군사적 위협도 시작될 수 있고,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는 일이 바로 사드 배치다.

따라서 국가이익과 안보 차원에서, 사드 문제만이라도 우선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지 못 하도록 막아야 한다. 그리고 곧 출범할 차기 정부가 국민들과 상의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지금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현 정권의 정책들이 끼친 폐단과 해독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바꿔 말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국가이익을 지키고 국민자존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추진해 나갈 정부 출현을 갈망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정권교체를 시키겠다고 나선 예비 후보들은 위안부 합의, 사드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국민자존과 국가안위,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교체 방향과 내용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정권교체 하겠다면서 보수진영의 정책을 계승할 수도 있는 것처럼 한다고 해서 보수진영의 표가 건너오지 않는다. 여론도 이미 67% 이상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는데. 굳이 우클릭할 필요가 있을까? 정권교체 하려거든 정책교체 의지부터 분명히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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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옥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북한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원광대 초빙교수(외교안보통일),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등을 거쳐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위원회 부위원장,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의 기아>(역서, 2001) <북한인권문제 : 원인과 해법>(2012), <국경을 걷다>(2013),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공저,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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