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독교계 단체를 방문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자신의 과거 언행에 대해 해명(?)했다. 여성과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 권리 옹호는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이룬 대표적 '업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자신의 '업적'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데다, 일부 발언도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반 전 총장은 24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와 만난 자리에서 "소수 성 보유자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일부 국회의원들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데 그런 점도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유엔 헌장이나 만국인권선언에는 종교·인종·성별·연령·직업 귀천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은 동등한 권리, 인권을 가진다는 게 불변의 원칙"이라며 "소수 성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꽤 있다. 그들이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차별하는 것은 안 된다. 그래서 제가 그런 주장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의 옹호자'인 전직 유엔 사무총장다운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어 "그렇게 하라고 권장한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는 훼손돼선 안 된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라고 권장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그가 앞서 예로 든 '인종', '연령', '직업' 등에 대입해 보면 '흑인이기를 권장하지 않지만 흑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늙기를 권장하지 않지만 노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 '청소 일을 권장하지 않지만 청소노동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말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된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반 전 총장의 정확한 발언 내용이 "제가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인권, 인격이 차별받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이고, 차별을 받지 않도록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지지한 것이다. 제가 권장해서 '당신들 그렇게 해라' 행위를 권장하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까지 들어갔다.
김영주 목사는 이에 대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그것은 신앙적 신념과 상관 없이 인간에 대한 사랑에 대해 관점을 달리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5년 9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인권이 침해받는다면 우리 모두는 작아질 것"이라며 "제가 이끄는 유엔은, 차별과의 싸움에서 작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감동적 연설을 하는 등 성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서 왔다. 2014년에는 유엔 전 직원의 동성 결혼을 인정한다고 밝히며 "동성애 혐오에서 벗어날 것을 모든 유엔 구성원에게 촉구한다"고 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반기문은 '성소수자' 인권은 누구보다 진보였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자신과 종교 단체 '신천지' 연루설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기 바란다"며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서 여러 사람과 기념사진을 찍어 줬는데 (논란이 인 신천지 관련 인물은) 그 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념식에서 사진촬영 요청을 한 사람에게) '어느 소속이냐' 이렇게 할 수도 없고, 한국 여성이라 반가워서 찍었는데 악용될지 전혀 몰랐다"며 "신천지 사진을 SNS에 올려서 폄하하고 비난하는데, 그런 의도적 비난 행태는 고쳐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들 때문에 병들어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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