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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정원 스님의 뜻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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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정원 스님의 뜻 잊지 않겠습니다"

12차 촛불집회, 영하 10도 혹한 속 13만 명 운집

이 땅 위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일까. 14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30년 전, 그리고 오늘날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1987년 1월 14일,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 씨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자 '억' 하고 쓰러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언론의 취재 끝에 고문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이 사건은 그해 6월 항쟁에 불을 당겼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 분노하며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30년 뒤 또 다시 광장에 모였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시민들은 박 열사의 희생을 기리며, 그가 지키고자 한 민주주의의 시계를 되돌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의 30주기 추모대회 제목도 '미완의 혁명, 촛불로 승리하자!'였다.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 행동의날' 촛불집회. ⓒ프레시안(최형락)

"전 이제 곧 살아오는 종철이를 만날 것입니다. 시퍼렇게 되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할 것입니다. 그 민주주의를 부둥켜 안고 고맙다고, 다신 헤어지지 말자고, 이젠 다시 쓰러지지도 말자고 얘기할 것입니다. 우린 반드시 승리합니다."

박 열사의 친형 박종부 씨의 발언에, 박 열사의 후배인 서울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임수빈 씨가 "물대포에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이,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304명의 별이, 구의역에서 생을 마감한 청년이, 다른 성별로 태어난 이유로 지하철 화장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성이 다시는 없는, 또 다른 박종철이 생기지 않는 나라를 후배들이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박종철은 살아 있다!'란 주제로 열린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를 마친 뒤 행사 관계자들이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고 숨진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추모의 공간을 방문,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오후 두 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지난 7일 11차 촛불집회 참석 후 소신공양(부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한 정원 스님의 영결식이 열렸다.

소신공양 후 이틀 만인 9일 영면한 정원 스님은 "한일 군사협정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내란사범, 즉각 물러나라",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경찰은 해산하라.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등이 적힌 쪽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사 낭독에 나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도철 스님은 "스님께서 모셨던 부처님은 억압과 고통받는 뭇 민중들이었으며, 스님께서 살았던 절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길거리였다. 스님의 수행은 적폐를 청산하는 처절함이었다"며 "정원 스님 소신공양, 그 보살행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과 아집, 어리석음을 멈추게 할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탄을 멈추게 할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차별이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이 오게 할 것"이라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삼성 LCD 피해자 "의사가 승마 치료 권했는데, 삼성은 권력 실세 딸에게 말 선물"


오후 5시 반 열린 12차 촛불대회 본행사에서도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구호가 나왔다. 광화문 광장을 메운 13만여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뜻을 되새기며 "공안 정치 청산하자", "박근혜는 물러가라" 등을 외쳤다.

정연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공작 정치를 이젠 끝장 내야 한다. 그러려면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아직 대통령 자리에 있는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 박 대통령의 하수인 노릇을 한 국정원과 검찰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며 "바로 우리 손으로 개혁하자"고 했다.

김혜진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은 박 대통령의 탄핵을 강조했다.

김 상임운영위원은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답변서에 대해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15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구조를 지시했다고 하지만 통화 기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오보 때문에 심각성을 몰랐다고 하는데 10시 52분 해경과의 핫라인을 통해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알고 있었다"며 "서면 보고를 했다는데 오보를 탓하는 건 서면 보고를 읽지도 않았다는 것이며 관저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상황을 알 수 없다고 한다면 언론 오보는 어딜 통해서 봤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힘과 권력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국민이 준 권력을 가지고 생명을 함부로 하는 자들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프레시안(최형락)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보조를 맞춘 재벌 총수들에 대한 규탄 발언도 나왔다. 삼성 엘시디(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는 "병원은 혜경이에게 승마 치료를 권했는데, 삼성은 혜경이를 외면한 채 권력 실세 딸에게 몇십억의 말을 선물했다"며 "돈과 권력으로 순위를 매기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소중한 사회를 위해 이재용을 구속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본 대회가 끝난 뒤 7시부터 한 시간가량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이날은 청와대, 총리공관과 더불어 재벌 총수 구속을 촉구하기 위해 에스케이(SK), 롯데 건물이 있는 종로 일대까지 총 세 방향으로 나뉘어 행진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14일 오후 서울의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였다. 그러나 이같은 혹한에도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는 13만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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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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