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안 가결' 후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촛불 열기는 여전했다. 17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77만 명, 서울 도심에만 65만 명이 운집했다. 지금까지 청와대를 향했던 촛불은 이날은 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앞으로 옮겨갔다. 시민들은 "탄핵 인용"과 함께 "황교안 퇴진"을 외치며 밤늦게까지 거리에서 불을 밝혔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8차 촛불집회,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추운 날씨를 고려해 사전 행진 없이 사전 행사와 본 대회를 열었다.
"헌재 나약한 기관...두 눈 부릅뜨고 압박해야"
참가자들은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파렴치한 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전날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 이유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말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말의 양심도 기대할 수 없는 그야말로 뻔뻔함의 극치"라며 "이런 답변서를 보면서 박근혜를 단 하루라도 대통령직에 놔둘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을 주문하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미 김기춘을 비롯한 박근혜 일당이 헌재의 통합진보당 사건에서 결정 시기와 내용을 조율했다고 하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박근혜는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도 '헌재쯤이야 떡 주무르듯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나약한 기관이다. 재판관들이 언제 어떻게 박근혜 일당의 마수에 맞장구칠지 모른다"며 "우리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헌재를 압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황교안, 가증스러운 대통령 놀음 그만하라"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퇴진 요구 목소리도 나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홍영미 씨는 "황교안은 가증스러운 대통령 놀음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황 총리가 국회 출석 요구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일선 경찰서 지구대를 방문하는 등 대통령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꼬집은 것.
홍 씨는 "황교안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밑에서 법무부 장관을 맡아 직권남용으로 세월호 참사 수사를 가로막고 심지어는 인사 보복까지 했던 아주 나쁜 사람"이라며 "국무총리가 된 직후부터 매우 계획적이며 노골적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진실을 은폐했다"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탄핵안에 대한 헌재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황 총리를 규탄하려는 취지에서 촛불 시민들에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황교안 아웃"과 "헌재 조기탄핵"을 검색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오후 6시 40분경 두 검색어는 실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촛불의 위력을 입증했다.
초등학생의 격정 발언도 주목받았다. "13살 장민주"라고 밝힌 초등학생은 "겨우 13살이지만 전 그들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고 그들보다 양심이 있다"며 "저도 부모님 지갑에 손을 안 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라를 위해 세금 냈지, 당신들 등 따시게 살라고 준 돈이 아니"라며 "박근혜 씨, 지금도 어떤 핑계를 댈지 고민하실 텐데 13살 저에게 보이기 부끄럽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본 대회가 끝난 6시 50분경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총리 공관, 헌재 앞 세 갈래로 나뉘어 행진했다.
다수 촛불 시민이 헌재 앞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헌재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고, 이에 '촛불'-'맞불' 양측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경찰은 헌재 앞 곳곳에 병력을 배치했다. 그러나 촛불 대오가 행진할 즈음엔 이미 보수단체 대오가 모두 빠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국역 앞에서 경찰벽에 막힌 촛불 대오는 그 자리에서 한 시간가량 집회를 하다가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총리 공관 방향 대오는 국화꽃을 든 세월호 유가족들이 앞장섰고 심상정, 윤소하, 김종대 등 정의당 국회의원 등도 함께했다.
오후 9시 현재 일부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 남아 마무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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