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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의 자격과 시민혁명 성공의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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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의 자격과 시민혁명 성공의 요건

[민교협의 정치시평]

한국사회가 시민혁명의 도정에 들어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연인원 100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전대미문의 국민적 저항이 일어난 작년 수개월, 기성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대다수 국민의 뜻이 촛불 시위를 통해 분출하였다. 무엇보다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라는 변혁의 외침이 아래로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로운 의사 표현을 통해 터져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혁명에 동반되기 마련인 폭력이 배제된 이 축제와 같은 대규모 평화 집회는 민중의 열악한 삶의 조건들을 고양된 시민 의식으로 혁파하고자 하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모든 혁명적 변화가 그렇듯이 장애물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혁명은 구체제를 뒤엎는 과정이기 때문에 갖가지 반동과 왜곡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이루기도 한다. 무엇보다 비폭력적이고 자발적인 시민 행동이 나름대로 가지는 위엄에도 불구하고 실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념은 기성 질서의 한 축인 제도 정치를 통해서 구현될 수밖에 없다. 폭력 없는 혁명은 명예로울지 몰라도 그만큼 위태하고 불안정한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거듭된 실정에다 헌정 질서까지 훼손한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당했음에도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한 기사회생을 꿈꾸고 있고, 국정농단의 꼭두각시노릇으로 시종하던 보수집권당은 분열되었지만 여전히 국회구성의 한 축을 이룬다. 심지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야욕에 기대어 재집권조차 노리고 있다.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솟아나는 시기이지만, 과연 시민들이 바라는 수준의 혁명적 변화로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헌재 판결의 고비를 앞두고 있거니와 조기대선이라는 예측하기 힘든 과정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탄핵이 부결되는 경우에는 또다른 상황이 펼쳐지겠으되 예상대로 탄핵이 인용된다면 목전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의 실현이 그 일차적인 관건이 될 것이다. 정권 교체 자체도 의미가 크지만 어떤 지도자가 어떤 방식으로 당선되느냐도 중요하다. 그에 따라 시민혁명의 과업을 현실 정치 속에서 추진할 동력이 어느 정도일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선출 과정에는 복잡한 정치 공학이 개입되고 거짓 문제가 진짜를 위장하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 가짜 문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 사태를 초래한 문제의 본질로 보고 이를 근거로 대선 전에 개헌부터 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부의 주장이다. 여당뿐 아니라 국민의당 및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온다. 혁명적 변화는 새로운 헌법을 통해 법제화되어야 하므로 개헌은 필연이다. 그러나 통치 구조의 변경만이 아니라 기본권을 중심으로 공화정의 토대를 재구축하는 개헌이라면, 촉박한 일정에서 정치권 사이의 타협을 통해서 진행될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선전 개헌 주장은 촛불민심과 무관하고 이를 빙자한 불순한 정치적 책동에 불과하거니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 운운하며 차기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변혁을 주도해야 할 차기 정권의 사명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있다. 누적된 적폐를 과감하게 청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대통령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현 대통령이 비록 불통 대통령이고 그로 인해 이런 사단이 초래되긴 했지만, 과연 소통을 좀 더 했다고 해서 이 집단이 국가를 제대로 운영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소통을 더하고 말고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한 소통을 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다수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추구하기는커녕 국정 농단에 동조하고 부역하는 세력과의 소통이라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그 세력이 대변하는 구조를 청산하고 혁파하는 것이 당면 과제인 시점에서 소통이니 통합을 중심에 놓는 사고는 문제를 흐리고 나아가서 혁명적 상황을 무산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령 여러 신문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차기대통령의 일차적인 덕목으로 '소통과 통합'이 꼽힌 것은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그같은 덕목은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한 개혁 의지와 추진력이 동반되지 않는 소통이나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문제를 호도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보수권이 대선후보로 영입코자 하는 반기문 전 총장이 한국에서 필요한 것이 ‘화해’의 리더십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을 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보다 촛불 민심 앞에서 마음을 비우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은 여기에서 열린다. 몇 개월간 천만 시민이 주말이면 광장으로 나와서 한목소리로 부당한 기득권 구조와 오랜 적폐를 청산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도자라면 무엇보다 그 역사적 과업을 실행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뚝심과 판단력, 그리고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소통 그 자체라기보다 적폐 청산이요 시민혁명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국민 통합은 주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과업을 제대로 수행할 때 저절로 도래하는 것이다.

시민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부딪치게 될 몇 번의 고비를 이겨내야 하고 기득권 구조 개편의 과정을 지켜보고 지원하는 시민들의 실천이 지속되어야 한다. 탄핵 인용을 전제로 앞으로 진행될 시민 혁명의 완성 과정을 꼽아본다면 다음의 네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정권교체가 혁명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것, 둘째, 이를 토대로 신정부가 집권 초기 과감한 인적쇄신과 적폐청산을 시행하는 것, 셋째, 굳어진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새 질서를 구축하는 흐름을 이룩하는 것, 넷째, 이와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새 헌법을 정초하는 것이다. 새로운 헌법에는 권력 구조와 통치 방식의 변화만이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분단 체제 극복의 과제, 다원화 사회에서의 민권 문제, 지방 분권과 복지 및 교육에 대한 공공적 책임 등에 대한 전향적인 규정이 담겨야 할 것이다.

혁명적 변화의 시기는 또한 위기이자 혼란을 내포하는 과도기이기도 하다. 1000만 명의 시민이 직접 민주주의의 전면에 등장한 사태는 그만큼 이 공동체의 기성 질서가 질곡이 되어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증좌다.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추세가 더욱 심화되는 시기에 민중의 생활 체험에 기반하고 있는 이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지금까지 촛불을 통해 보여주었듯이 앞으로 다가올 대선을 비롯한 긴 시민 혁명의 도정에서 가짜 문제를 식별하고 대다수 국민의 뜻에 대한 사심 없는 이해와 실천의지를 갖춘 지도자를 변별해 내는 시민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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