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시계'가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시간 끌기'는 적절히 커트하면서 주요 증인은 대부분 채택하는 등 빠른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한 빠르게 국정 공백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는 3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3차 준비기일을 열고 본격 재판에 필요한 증인 채택 등을 최종 마무리했다. 이날 핵심은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신청한 사실조회 신청인정 여부, 그리고 양측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최종 채택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증인 관련해서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윤전추,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을 채택했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5일 오후 2시(안봉근, 이재만), 오후 3시(윤전추, 이영선)에 진행될 예정이다.
윤전추,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증인 요구는 국회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단에서 신청했다.
또한, 11일 변론기일에는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헌법재판부는 이날 이들의 형사재판이 없다는 이유로 이날을 변론기일로 잡았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증인 채택은 이뤄지지 않았다. 헌재법상 대통령이 증인으로 채택된다 해도 법정에 나올 의무가 없다. 헌재가 증인으로 박 대통령을 채택해도 출석을 강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간 박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사실조회, 신청한 16곳 중 7곳만 채택
박 대통령 대리인 측에서 신청한 16개 기관·단체에 대한 '사실조회'를 어디까지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앞서 대통령 측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연금, 삼성,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기업 등 16곳에 대해 탄핵 소추 사유와 관련된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단은 이러한 사실조회 건수가 매우 많다며 탄핵소추 심판 '시간 끌기'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대통령 대리인 측은 재판이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조사해야 한다며 이를 밀어붙였다.
헌재는 이러한 요구를 일정 부분만 받아들였다. 헌재는 16곳 중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문체부, 미래부, 법무부, 관세청, 세계일보 등 7곳에 대한 사실조회를 채택한 것.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우리가 보기에도 사실을 묻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내용을 묻는 게 많았다"며 "피청구인 측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내용을 묻는다든가, 청와대 관련해서 묻는다든가 하는 것들이 있었다"고 16곳 중 7곳만 채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기관에 대한 사실조회가 채택됨에 따라 각 기관은 재판부로부터 요구받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방어권 보장 시간 주어져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탄핵소추안 심리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지금 수사기록이라는 게 검찰, 국회 국정조사 등 과정을 거쳐 수개월간 집적된 자료"라면서 "피청구인(대통령)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수사 자료들은) 피청구인에게 불리한 자료가 집적된 자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 헌재에 도착한 수사자료 3만 2000페이지는 자료를 입수하고 PDF로 바꾸고 일독하는 데에만 1주일 이상 걸린다"며 "방대한 청구인(국회) 측 주장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최소한 방어권 보장을 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특별검사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종전 특검법은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가 비교적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특별검사를 추천했지만, 이번 여야 합의로 만든 특검법은 야당만 특검 검사를 추천하게 돼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특검에 의해 수사된 것보다는 헌재가 헌법 정신을 구현해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 원칙에 따라 헌재가 독자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실체진실을 규명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청와대는 두 사람 참석시킬 수 있나"
이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검찰) 수사기록만으로 탄핵심판을 한다면 굳이 같은 사람을 또 불러서 증인으로 세워놓고 재판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가 이 사건에서 증인을 채택하는 것은 당시 수사기록을 확인하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재판관은 "법정 중심의 탄핵심판이 이뤄지려면 양 당사자가 중요하다"며 "청와대에서는 두 사람(윤전추, 이영선)을 (증인으로) 참석시킬 수 있는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다면) 부득이 그런(수사기록)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수사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두고도 "(청구인 측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5일 증인심문과 11일 증인심문까지 열흘의 시간이 있다"면서 "비록 시간이 충분치 않다 하더라도 변호인 숫자도 꽤 되니 그에 대해서 준비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선을 그었다.
강 재판관은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제기를 두고도 "현재로서는 특검으로부터는 아무런 자료를 받지 않았다"며 특검과 헌재는 상관이 없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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