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 논란과 관련해 재판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김현 전 의원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형사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김 전 의원을 '세월호 유족 선동자'로 몰면서 사정기관에 "엄정 수사"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이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김 전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권의 실정을 호도하기 위해, 유가족들에 의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을 부풀려 과장하고 확대해 여론전 소재로 삼은 것은 기획 공작이자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김 전 실장은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폭행 사건에 대한 성격 규정과 기소 지시를 내려 (나를) 기소하게 함으로써 (…) 국회의원으로서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법률 대리인인 이광철 변호사를 통해 박영수 특검팀에 보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9월 17일 국회 부근에서 대리운전 기사와 세월호 유가족 사이에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폭행 공범'으로 기소됐지만, 1·2심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다.
지난 1일 JTBC 방송은 "김기춘 당시 실장이 김현 의원의 폭행 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세월호 유족을 선동, 조종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김영한 비망록에) 돼 있다"며 "경찰 신고 당일 청와대 회의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해버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보수단체가 김 전 의원을 고발한 날 검찰에 '엄정 수사'를 지시했고, 김영한 당시 수석에게도 "기민하게 일하라. 지휘권을 확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방송이 보도한 비망록에는 김 전 수석의 글씨로 "김현 의원 폭행 건(件) - 세월호 가족 선동·조종"이라고 쓰여 있었다.
김 전 의원은 "세월호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고,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세월호 파문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고 희석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며 "김 전 실장과 부화뇌동한 권력집단에 의해 심대하게 훼손된 법치주의를 박영수 특검팀이 반드시 회복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총선 당시 선대위 대변인, 당 대변인, 대선 선대위 대변인 등으로 활약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는 세월호 유관 지역인 경기 안산단원갑에 출마 선언을 했으나 낙천했다. 현재 이 지역구 현역은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그간의 심경에 대해 "자식 잃은 분들과 일하다 생긴 일이어서, 제가 힘들어하면 그 분들이 더 힘들어할까봐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을 보며) '내가 힘들면 저 분들보다 더 힘들겠나'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며 "종편으로부터 '마녀 사냥'을 당하며 힘들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당시에 했던 일은, 국회에서 농성하는 유가족들의 숙식을 보살피는 일이었다"며 "제가 무슨 유족을 선동하거나 조종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는데 (김 전 실장 등이)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서 무리하게 기소했다. 피해자(대리 기사) 증언까지 조작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 정권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여론을 조작해 갈등을 만들고, 유족을 고립시키고, 저를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며 김 전 실장을 향해 "정치 공작의 달인"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JTBC 보도 후인 지난 7일 SNS에 올린 글에서 "유족을 돕던 김 의원을 '세월호 유족 선동, 조종'으로 공작해 기소까지 했지만 무죄가 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 때문에 공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며 "이 정권이 비통한 사람들, 정의로운 사람들에게 가한 공작과 음해에 대해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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