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은 '촛불 정국'에서 거침 없는 발언으로 한때 대선 후보 선호도 2위까지 치고 올라간 이재명 성남시장을 만났다.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재명 성남시장은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에 대해 모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양국은 '불가역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한일 합병' 합의했다고 영원히 가나?"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정권의 외교 통일 정책을 한마디로 "'적대 프로세스'를 통해 '통일 쪽박'을 냈다"고 요약했다. 대표적인 '통일 쪽박 정책'으로는 개성 공단 폐쇄를 꼽았다. 이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현행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개성공단을 폐쇄했다"면서 "개성공단 입주사들이 정부에 불법 손해 배상을 청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을 올리자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오히려 우리 몫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깎아야 한다"는 역발상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독일은 주둔비의 18%, 일본은 50%, 우린 77%를 부담한다"며 "오히려 우리가 부당하게 많이 부담한다고 먼저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병제에 대한 생각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투병 10만 명을 모병제로 모집하되, 현행 징병제를 유지하는 '선택적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징병제로 군대에 간 사람은 전투 외에 단순 복무만 하도록 하며, 군 복무 기간도 10개월로 단축하는 안을 냈다. <프레시안>은 이 시장 인터뷰를 2회에 걸쳐 내보낼 예정이다.
(이재명 인터뷰 ② 바로가기 "대통령 되면 가구당 1년에 300만 원씩 쏠 수 있다")
위안부 합의 무효 아니다? 한일 합병 조약은?
프레시안 : 이재명 시장이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는 미국과 협의가 된 사안이니 일방적인 폐기는 불가능하고 무책임하다"며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완성 시까지 시한부 배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서 논란이 됐다. 뒤에 사드 배치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명은 했으나, 여진이 좀 있었다. <프레시안> 편집위원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도 '사드 배치 전제' 부분을 지적했었다. 사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가는 게 좋은 것 같다.
이재명 : 사드는 안보상 손실인 사안이라 안 하는 게 맞다. 사드는 수도권 방어에도 도움이 안 된다. 결국 중국이 의심하는 바대로 미국의 세계 미사일 방어(WMD) 전략에 종속된다. 설치 전 단계면 당연히 사드는 보류하고 미국과 재협상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일보> 인터뷰는 질문 과정에서 정권이 바뀌기 전에 사드를 설치해 버리면 그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봐 그렇게 답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설치하면 다음 대책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 자리에서 명확히 하겠다. 안보상 손실이 더 큰 사드는 배치하면 안 된다. 사드 배치 반대다. (☞관련 기사 : 이재명의 <중앙> 인터뷰를 보고, 우려한다)
프레시안 :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GSOMIA)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도 궁금하다. 정권이 바뀌면 뒤집어야 한다고 보나?
이재명 :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은 협정 기한 1년이 만료되기 3개월 전에 서면 통보해서 시효시키면 된다. 이미 체결해버렸지만, 갱신은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다음 정부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국내법적으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합의는 피해 당사자의 동의가 없어서 효력이 없다고 본다. 밀실에서 협잡한 결과라 국가 간 합의의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정통성이 없고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정부가 저지른 일이다. 양국은 "불가역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한일 합방' 합의했다고 영원히 가나? 국민 여론이나 양국의 국가 간 관계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 변동성이 있다. 민간이 제기하는 진상 규명, 보상, 배상 문제를 정부가 다시 협조해줘야 한다.
소녀상 문제도, 소녀상은 서울시 것인데 정부가 무슨 수로 뜯어내나? 서울시장이 뜯어내지 않으면 정부가 강제 집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서울시장이 설치한 조형물인데.
개성공단 폐쇄 손해배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구상권 청구해야
프레시안 :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대북, 외교 정책 전반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 박근혜 정부 대북 정책에 두 가지 열쇳말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했던 말을 반대로 하면 된다. '적대 프로세스'를 통해 '통일 쪽박'을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 말을 듣고 개성공단을 폐쇄했는지는 모른다. 저는 최순실 씨의 말을 들었으리라고 추측한다. 최순실 씨가 "북한이 2년 안에 붕괴한다"고 말 하고 다녔다 한다. 또 박근혜 정부 초기 '통일준비위원회'가 통일을 준비한 게 아니고, 북한의 급변 사태, 북한이 붕괴할 때 어떻게 할지만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북한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는 황당한 생각을 한 것 아닐까?
프레시안 :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을 '퍼주기'라며 비난한다.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이재명 :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하다. 제재 압박으로 상대방을 멸절시키거나 굴복시킬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대방이니까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외교의 기본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이득 보고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손해보기는 불가능하다.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상대방이 손해를 보게 하고 우리는 더 많은 손해를 보는 것. 이게 박근혜 정부가 한 일이다. 상대방에게 적은 손실을 입히기 위해 우린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둘째,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대가 득을 보도록 하되, 우리는 더 큰 득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2005년 9.19 공동 성명에서 핵 포기를 선언하는 대가로 경수로를 지원받기로 합의했는데, 우리가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약속을 안 지키는 바람에 핵 실험을 한 번 했다. 전쟁은 막는 게 실력이다. 북한에 작은 이익을 주고 북핵 동결, 축소, 폐기라는 더 큰 이익을 얻는 것을 '종북 몰이'로 몰고가는 것은 옳지 않다.
프레시안 : 더불어민주당 내에 햇볕 정책 수정 계승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김종인 전 대표가 '햇볕 정책 수정론'을 들고 나왔었는데, 어떻게 보나?
이재명 : 왜 '제2의 노무현', '무슨 계승'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서 새로운 걸 만들어야지.
주한미군 부담, 오히려 깎자고 제안해야
프레시안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미 외교 정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더 많이 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 미국은 아주 오래된 우방국이니 관계를 확대 발전시켜야 하지만, 한미 관계가 종속적으로 가면 안 된다. 사드 배치는 종속 관계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처럼 비자주적인 널뛰기 외교를 하면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다. 지금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경제 제재,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강요받고 있다. 국익 중심의 자주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반인권적, 반질서적이라는 점에서 옳지 않지만, 군사 외교적 측면에서 '등거리 외교'를 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지난 70년간 미국은 필리핀의 우방이었는데, 필리핀이 중국과 경제, 군사 협력을 하겠다고 하니까 미국이 갑에서 을로 바뀌어버렸다. 미국이 애가 닳아 필리핀에 특사를 파견한다. 위기를 완벽한 기회로 바꾼 경우다.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을 안 올려주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우리 몫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깎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정부는 미국이 요청하기도 전에 (방위사업청장이) '올려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군이 빠져나가면 방위가 안 되니 원하는 대로 들어줘야 한다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주한미군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신속 기동대다. 필요해서 잠시 주둔하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반대로 우리는 미군에 임시 주둔 기지를 대주고 있다. 원래 소파 협정에 방위비 분담 내용이 없다가 1990년대 초에 만들었다. 독일은 18%, 일본은 50%, 우린 77%를 부담한다. 오히려 우리가 부당하게 많이 부담한다고 먼저 문제 제기해야 한다. 전시 작전 통제권(전작권)도 찾아와야 한다. 전 세계에서 전작권이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아무리 약소국도 전작권은 다 갖고 있다.
징병제와 모병제 병행하는 '선택적 모병제'
프레시안 : 모병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명 : 선택적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 군 인력이 지금 63만 명인데, 50만 명으로 줄이는 게 정부 목표다. 현대전은 무기로 하지, 숫자로 하는 게 아니다. 동학 농민 혁명 때 게틀린 기관총을 든 일본군 300명이 죽창을 든 농민 무려 2만7000명을 몰살하는 데 일본군 피해자가 얼마나 나왔는 줄 아나? 단 한 명 나왔다.
장비와 무기를 첨단화해야 하고, 이에 따른 전문요원을 양성해야 한다. 지금은 20개월짜리 단기병들이 무기를 다룬다. 기술을 익힐 만하면 간다. 전문 전투병, 장기 무기 전담요원을 모병해야 한다. 10만 명 전문 전투병에게 1인당 연봉 3000만 원을 줘도 3조 밖에 안 든다.
그러면 나머지는 복무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돈 있는 사람이 군대에 안 가면 국민 개병주의에 반한다. 따라서 병역 의무는 고르게 하되, 군 복무 기간을 10개월 정도로 단축하면 된다. 징병제로 간 사람들은 단순 복무만 하면 된다. 경계병, 식당병, 관리병만 하면 되고, 전투병은 직업 군인과 함께 모병으로 장기 복무하면서 월급받고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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