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지방선거 돌파, 내가 선봉에 서겠다"

진보신당 대표 출사표 "'동물의 왕국'을 '인간의 왕국'으로"

진보신당 공동대표인 노회찬 전 의원이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심상정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단독 출마가 된 노 대표의 당선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그의 출마선언은 진보신당의 향후 2년을 가늠할 방향타인 셈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동물의 왕국"이라면서 "동물의 왕국을 인간의 왕국으로 바꿔놓는 일이 저의 목표이고 노선"이라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동물의 왕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부러 찾아보는 TV 프로그램이다.

노 전 의원은 △노동문제와 일자리문제 해결 △사교육 문제해결과 교육정상화 △영세자영업자 보호와 연대를 '3대 사업'으로 꼽았다.

"모든 권력은 대통령과 그의 형으로부터 나온다"

노 전 의원은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면서 "이명박 정부 하에서 헌법 제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동물의 왕국이다'로 이미 수정되었음을 확인한다. 헌법 제 1조 2항 역시 '대한민국의 주권은 상위 1%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대통령과 그의 형으로부터 나온다'로 수정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호랑이와 사자를 더욱 강하게 키움으로써 사슴과 토끼도 잘 살 수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말에 속아 넘어갈 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야당은 1년째 제자리 지지율을 못 벗어나고 있다"면서 "오늘 이 땅의 진정한 위기는 반민주, 반서민 정권인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대신하여,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등 이 나라 대다수 서민들이 지지할 대안야당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의원은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대안야당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서민에게 복지를 실현해줄 야당"이라며 "이 나라의 진정한 대안야당은 이제 진보정치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쉽게도 우리는 바로 서지 못하였다"면서 "하지만 우리를 질책하는 그 이상으로 우리를 믿고 바라보는 수많은 노동자, 서민이 있기에 그 믿음을 바탕으로 대안야당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진보신당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 출마선언하는 노회찬 대표(오른쪽) ⓒ뉴시스

그는 원외정당의 한계를 의식해 "우리가 원외에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현장과 더욱 밀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면서 "세계진보정당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현역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만드는 보수정당과 달리 진보정당은 국회 밖에서, 국회의원 한명 없는 외생정당으로 출발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의원은 "진보신당의 미래는 원내에도 강력한 교두보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원외에서도 삶의 현장에 든든한 진지를 구축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 노력은 이 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 4월부터 시작하는 국회의원 재선거와 2010년 전국 곳곳에서 지방선거 후보를 출마시켜 당 지지율 획기적으로 제고시킬 것"이라며 "저 자신이 이 역사적인 지방선거 돌파의 선봉에 설 것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옆에 심상정 없으니 허전하다"

노 전 의원은 파트너였던 심상정 전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그 결단은 당원과 당을 먼저 생각한 헌신의 자세"라면서 "한 사람이 앞장서고 다른 한 사람이 쉬는 관계가 아니다. 대표 선출이 확정되면 긴밀이 협의해 당을 위한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신랑 신부 처럼 함께 서다가 홀로 서니 허전하다"고 덧붙였다.

심 전 의원 역시 "나무의 깊이를 증거하는 것은 나이테다"면서 "정치와 정당의 깊이를 증거하는 것은 좋은 지도자인데 노회찬 후보를 비롯해 진보정치 일선에서 잔뼈가 굵었던 후보들이야 말로 진보신당의 자랑이고 가능성의 증거다"고 덕담했다.

한편 노 전 의원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 진영에 대해 "북한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하는 것 처럼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하겠다.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하지만 과연 자임하는데로 1500만 노동자의 희망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면서 "지금까지 (진보정당이) 노동과 정치를 분리해 (노동 문제에 대해선) 일반적 지원만 했다면 이제는 다를 것"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적절한 기회에 별도로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에 대해 주문과 당부의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행사에는 부대표 후보로 출마한 정종권 집행위원장, 이용길 전 민노당 충남지사 후보, 박김영희 공동대표, 최현숙 성전치기획단장 등도 함께 했다.

민주노동당과 울산북구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나서고 있는 정 집행위원장은 "울산북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12일 이후에 다시 만날 것"이라면서 "울산북구 뿐 아니라 전주 덕진에서는 우리만 후보를 내고 인천 부평에서는 민노당만 후보를 내는 등 자연스러운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울산 북구 단일화가 중요하다"면서도 "혹여 울산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성과를 남기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울산북구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