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盧 "정치하지 마라…수렁도, 잃는 것도 너무 많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盧 "정치하지 마라…수렁도, 잃는 것도 너무 많다"

정치역정 회한? "권세와 명성은 실속 없고 너무 짧아"

검찰의 칼 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겨누고 있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치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묘한 울림을 낳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가는 길에는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그리고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과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형 노건평 씨 구속 이후 활동을 자제해 온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앞으로 시간이 나는대로 글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흔적은 희미, 실패 기록은 또렷, 목표는 저 멀리에"

노 전 대통령은 "'정치, 하지마라.' 이 말은 제가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말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하는 말"이라며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세나 명성을 좇아서 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성공을 위하여 쏟아야 하는 노력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생각하면 권세와 명성은 실속이 없고 그나마 너무 짧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하여 가치 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가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열심히 싸우고, 허물고, 쌓아 올리면서 긴 세월을 달려왔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고,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실패의 기록 뿐, 우리가 추구하던 목표는 그냥 저 멀리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반론적 이야기지만 우회적으로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회한의 표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는 "문제는 정치인이 가는 길에는,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그리고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과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바로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 이런 수렁들을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돈의 수렁'과 관련해 "이전에 비하면 후원회 제도가 많이 정비되기는 했지만, 지역을 관리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의원에게는 한참 부족한다"면서 "원외 정치인의 사정은 참담하다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가끔 뭘 먹고 사느냐? 세금은 얼마나 냈느냐? 이런 질문이라도 받는 날이면 참으로 난감한 처지가 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관련된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물론 스스로 돈이 많은 부자이거나 샘이 깊은 후원자라도 있는 복이 많은 정치인에게는 이런 이야기는 해당이 없을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그런 사람이 어디 많겠나. 또 그런 사람만 정치를 하는 나라 정치가 과연 잘될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언젠가 정치와 돈에 관한 이야기도 글로 써볼 작정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 수렁에 빠져서 정치 생명을 마감한다. 살아남은 사람도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 많다"면서 "무사히 걸어 나온 사람도 사람들의 비난, 법적인 위험, 양심의 부담,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말년이 가난하고 외롭다"고 정치인의 비애를 강조했다.

강금원 등 측근 수사 '공식입장'은 없지만...

노 전 대통령의 '정치론'은 한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봉하마을 측은 "평소 갖고 있던 생각들을, 최근에 독서도 하고 생각도 가다듬을 여유가 생겨서 정리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이날 글도 예전 기자회견이나 연설 등에 다 실마리가 있다. 정치인의 처지나 어려움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있어야 정치발전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계속 인터넷에 글을 올리더라도 노건평 씨나 안희정 최고위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측근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갈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달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직후 " 저를 도와서 일했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좀 가혹하다 싶을 만큼 수사를 받았다는 말은 듣기는 했다"면서 "그러나 그렇다고 제가 밖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할 형편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봉하마을 측도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우리 공식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수사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던 인사들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수사에 "검찰이 혐의 사실을 슬슬 언론에 흘리는 이유는 뻔한 게 아니냐"며 분개하는 분위기다.

또한 '강 회장이 (주)봉하에 수십억 원을 투자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성공한 농촌 출신 기업인이 농촌 살리기에 나서는 것이 문제냐"면서 "개인 회사의 자금 출처에 문제가 있다면 국세청이 당당하게 세무조사를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