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직후 국방부·외교부·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경계태세를 확보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다만 이번 전화통화는 탄핵소추 의결서가 박 대통령에게 송달되기 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국무총리 자격으로 지시를 한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의결서가 대통령에게 송달돼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된다.
황 총리는 먼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비상상황에 이르렀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태세에 한 치의 빈틈도 생기지 않고 국민이 안심하며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군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비상한 각오로 위기 상황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 총리는 이어 "북한에서 국내 상황을 안보 취약시기로 판단, 핵이나 미사일뿐 아니라 각종 국지적 도발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려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없을 경우 단계 상향은 없을 것이라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데프콘은 가장 긴급한 단계인 1단계부터 총 다섯 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는 데프콘 Ⅳ단계다. Ⅲ단계 이상을 발령하려면 한미 국방부 장관의 건의를 거쳐 양국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
황 총리는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채택 등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제재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빈틈없는 국제공조체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재외 공관에 긴급조치를 통해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국제사회와 주재국 등이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가 정부의 안정된 관리하에 경제·사회 정책이 유지·지속될 것이고, 국가 간 교류와 교역에 있어서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적극 설명해야 한다"며 "외교부와 재외 공관 직원들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총리는 이어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통화를 하며 "혼란을 틈탄 범죄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에 경계태세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토록 해야 한다"며 "특히 어떠한 경우에도 치안 공백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상황을 맞아 모든 부처가 근무 기강을 엄정히 하고 맡은 바 직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겠지만, 민생 치안과 지자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행자부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의 비상근무 유형은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339일째 '경계강화'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의 비상근무 유형은 작전준비태세→경계강화→병호→을호→갑호비상으로 나뉘어 있다.
황 총리는 또 "주말집회 등 각종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는 평화적으로 관리하되, 불법적인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정의 안정을 위해 민생을 직접 챙기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생문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지역 안정을 챙겨 나가도록 협조를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 공무원들이 근무 기강을 확고히 하면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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