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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대기업 여러분! 오늘 즉시 금고문을 열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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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대기업 여러분! 오늘 즉시 금고문을 열어달라"

<조선>도 대기업에 투자 촉구…현장 분위기는 싸늘 "우리도 죽을 맛"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대기업을 겨냥해 '사내유보금을 풀라'고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투자 △노조 파업 제한 △고용 안정 등을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대기업에 대한 직접적 압력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근 <조선일보>도 "550여 상장 회사들은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무려 393조원이 넘는 유보금을 갖고 있다"며 대기업의 선제적 투자를 주장한 바 있다.

"여러분의 금고에 100조 원 들어있는 것, 알고 있다"

이날 박 대표는 "대기업 여러분! 정부의 정책을 쳐다보기 전에 투자 계획을 실천해달라"면서 "여러분의 금고에는 100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즉시 금고문을 열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이 자금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전세계 기업들의 최대 목표가 투자 확대나 공격적인 경영이 아니라 살아남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러분이 망설이면 근로자들은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 과감한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읍소'했다.

박 대표는 "정부는 이미 지난 해 법인세율을 25%에서 20%로 5%포인트 낮췄고 소득세율도 2년간에 걸쳐 2%포인트 낮춘 바 있다"면서 "출총제도 폐지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것.

그는 중소기업을 향해서도 "경제위기가 닥치면 중소기업인 여러분이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종업원에 대한 해고만은 자제해 달라. 일자리를 나누고 근로시간을 나눠서라도 종업원에 대한 해고만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밖에 그는 노사정 화합을 강조하면서 "노동조합에도 당부한다. 올 한 해만이라도 노사분규가 없는 해로 만들어달라"고 말했고 "한나라당은 신빈곤층과 저소득층에게 소비 쿠폰과 푸드 쿠폰을 나눠주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한나라당 희망센터', 청년들을 위한 '공공기관 인턴'을 재차강조했지만 특별한 대책을 내놓진 못했다.

"재벌, 감사편지는커녕 집단 명퇴와 비정규직 해고로 응답"

대기업에 대한 이같은 압박은 보수 언론이 먼저 시작했다.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실장은 지난 14일 "그 많던 대기업의 '비상금'은 어디 두고"라는 칼럼을 통해 재벌을 직공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후 지난 1년간 적지 않은 규제 전봇대를 뽑아주었다"면서 "'제발 투자 좀…'하며 범법자 총수들에게 사면장을 두루 배달했었지만 대통령은 전혀 보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면에 감격하는 척하며 일자리 창출 계획을 홍보하던 재벌들도 위기 발발 후에는 잠잠해졌다"면서 "전봇대와 대못을 뽑아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감사 편지는커녕, 도리어 집단 명퇴와 비정규직 해고로 응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친(親)재벌, 대기업 편애라는 욕을 들을 대로 다 들어가며 기업을 옹호해온 입장에서 보면 배신감을 느낄 만한 불평등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 실장은 "그렇기 때문에 사내 유보금의 대부분은 회사 발전을 위해 남겨두되, 그중 10%나 20%만이라도 고용 유지나 일자리 만들기에 써보자는 것이다"고 제안했다.

현장 분위기는 '딴판'

하지만 정작 재벌기업은 이같은 압박에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4대 재벌 그룹의 한 임원은 송 실장의 칼럼 등에 대해 "언제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가 싶었다"면서 "우리도 상여금을 다 반납하는 등 죽을 지경인데 사회적 기여 운운에 대해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싸늘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방송진출 허용 법안 등으로 사회적 갈등이 높은데 재벌들이 저런 것을 요구한 것도 사실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선물이랍시고 안겨주고 돈 내놓으라는 격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재벌기업 간부는 "자꾸 압박하면 '투자를 얼마나 늘린다'는 계획서야 발표하겠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장 정부 부처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이 빠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불성실한 태도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노총은 기획재정부의 불성실한 태도를 이유로 실무위원회에서 퇴장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일자리 나누기 재정지원 방안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항의해 퇴장 했다"고 밝혔다.

손종흥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당시 "한국노총의 요구안에 대해 기획재정부 담당자는 처음부터 '대답이 곤란하다' '지금 추경 중이니 추경이 끝나봐야 한다' '합의문에 이 내용을 넣기는 곤란하다' 이런 식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었다.

'대화합'에 '고통분담'은 말뿐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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