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월 30일 대북 결의안 232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번 결의는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이라던 2270호의 '빈 구멍(loophole)'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로 인해 북한의 수출 규모는 모두 10억 달러 정도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 다섯 번째 대북 제재 결의안…효과 있을까?)
제재의 목적은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토록 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북한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를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강화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자신의 핵 개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자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한다. 이는 곧 제재가 강화될수록 핵에 대한 북한의 집착도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이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이다.
북한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우라늄 광산에서부터 농축, 원자로, 재처리, 핵무기 제조 공장 및 핵 실험장 등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물적‧기술적 토대를 갖고 있다. 우주 발사체와 미사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곧 북한의 외화 수입 감소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도 높은 제재가 북한의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그래서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계산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어떨까? 이것 역시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제재에 익숙해진 북한은 한편으로는 '자력 갱생' 노선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재의 빈 구멍을 찾아 손실분을 만회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안팎이라는 점에서 외화 수입의 감소가 북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김정은 정권 들어 대북 제재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왔음에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여온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설사 북한이 다시 '고난의 행군'에 접어들더라도 김정은 정권이 민생을 걱정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도 만무하다. 오히려 김정은 정권은 경제난을 미국 등 외부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체제 결속과 핵무장 강화의 근거로 삼을 것이다.
제재 위주의 접근법은 대화를 재개하는 데에도, 대화 재개 시 성과를 도출하는 데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제재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오면, 그건 북한이 그토록 배격한다는 제재의 효과를 자인하는 셈이 된다. 북한이 줄곧 "대화와 제재는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까닭이다.
어렵게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제재는 진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북한은 자신의 양보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할 것인데, 이에 대한 합의를 도달하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05년 9.19 공동 성명 채택과 거의 동시에 부과된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둘러싼 북미 간의 갈등으로 인해 이 성명의 이행이 1년 반 가까이 지체되었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리하자면 대북 제재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효과가 있다면 그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고통 가중이 될 것이다. 혹자는 이를 어쩔 수 없는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고 부르지만, 이러한 표현 자체가 비인권적이다. 더구나 독재 정권이자 피포위 의식으로 똘똘 뭉친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이 입는 '부수적 피해'로 인해 전략을 바꿀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는 곧 제재의 정당성 문제와 직결된다. 세계인권선언문 전문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공포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는 "보통 사람의 지고한 열망"이다. 그런데 경제 제재는 대상국 주민들에게 '궁핍'의 한 원인이 되고 있고, 이건 북한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권의 이름으로 대북 경제 제재를 정당화하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되는 이유이다.
하여 박근혜 정부와 국제사회에 만연한 제재 중독증 치유는 '박근혜 이후 대한민국'의 중차대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인내심을 갖고 협상다운 협상의 문을 열어야 한다. 북한도 추가 핵 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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