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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펴고, 턱 당기고, 어깨 힘 빼고"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바른 자세가 바꾸는 내 몸

"허리 펴고, 턱 당기고, 어깨 힘 빼고, 시선은 정면, 마음은 단전에."

운동을 할 때마다 선생님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는 말씀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곧 동작이 흐트러지고, 연습이 부족하거나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필요 없는 힘이 들어갑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귀신같이 알고 한 마디씩 합니다. 그럼 다시 한 번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동작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요. 그러다 보면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운동 시간에 선생님께 들었던 말을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전할 때가 많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신체 활동량이 적은 분, 강한 힘을 키우기 위해 근력 운동에 치중하면서 몸의 균형이 깨진 분, 숨 가쁘게 몸이 녹초가 되도록 운동해야 성에 차는 분, 감정적인 불균형이 신체적 문제를 일으킨 분, 그리고 노화로 인해 몸이 조금씩 무너지고 불균형이 생긴 분이 주 대상입니다. 이렇게 보니 제가 만나는 거의 모든 환자들이 속하는 것 같습니다.

간단하지만, 위의 말에는 한의학이 강조하는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신체 구조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요령이 거의 다 담겨 있습니다. 서거나 앉는 것에 구애 받지 말고 자세를 취해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호흡이 깊어지고 그에 따라 몸이 편안해지면서 중심이 잡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불균형한 부분이 있으면 저항이 생겨서 불편함을 느끼지요. 이 불편함은 반복하거나 치료를 통해 바로 잡아주면 됩니다. 말하자면 바름을 취함으로써 그릇됨을 인지(진단)하는 것이지요.

별 것 아닌 이 기법은 많은 환자의 병에 도움이 되는데, 특히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하거나 일하면서 얻은 현대인의 위장병과 목과 어깨의 만성적인 통증에 효과적입니다. 많은 분이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아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누구나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바른 자세를 지나치게 의식해 허리를 과도하게 꼿꼿이 펴는 자세는 오히려 등 근육의 긴장을 유도해 역효과를 내기도 하지요.

지금 의자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를 취해 보세요. 먼저 허리 위 등 부위에 힘이 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은 버티기 위해서 이 부분을 살찌우는데, 이 때문에 오래 앉아 일하는 분의 등에 필요 없는 살이 붙습니다. 다음으로는 목과 허리의 정상적인 만곡이 깨지는데, 이로 인해 일자 목(거북 목)이나 일자 허리가 생깁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 인해 일차적으로는 주변 근육의 긴장과 통증이 생기고, 누적되면 경추나 요추의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할 확률이 커집니다.

이와 함께 어깨가 안쪽으로 밀리고 흉곽이 좁아지면서 호흡에 따라 이완과 수축을 반복해야 하는 주변 근육의 운동성도 떨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호흡이 얕아집니다. 호흡은 우리 몸과 마음의 활발한 대사와 순환을 위한 풀무질과 같은데,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므로 몸과 마음의 활력이 떨어집니다. 이때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평소 무리한 부분에서 병이 발생합니다. 만병의 황제라는 암이나 여러 만성 질환의 발생에는 이러한 상황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구부정한 자세는 복강 압박도 키웁니다. 이때 위장은 작은 방에 갇힌 상황이 되어 운동성이 떨어집니다. 흉곽과 복강 사이에 낀 형국이 된 횡격막의 운동성 저하는 호흡과 위장 운동 양측에 모두 악영향을 줍니다. 호흡의 힘이 아래까지 내려가지 못해 상복부에서 정체되는데,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고 배에 가스가 많이 차고 트림이나 방귀가 많이 나옵니다. 소화제나 위장약을 먹어도 그 때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지요.

이처럼 내외적으로 모두 나쁜 상황이 이어지면 점차 각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데, 이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편적인 증상만을 치료한들 잠깐의 시간을 버는데 그칠 뿐입니다.

이제 허리를 자연스럽게 펴고 턱을 살짝 당겨 보세요. 척추가 자연스럽게 서고 가슴과 배가 열립니다. 이 상태에서 천천히 호흡하면 그 힘이 편안하게 아랫배까지 떨어지지요. 구부정한 자세를 취한 후라 그 차이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 이 상태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사실은 더 많겠지요.

그럴 때 '아! 내가 구부정해졌구나!' 라고 인지하고 '허리 펴고 어깨 힘 빼고 턱 당기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숨 고르기'를 하세요. 오래 한다면 분명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 바른 앉는 자세. ⓒ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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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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