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올 여름부터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 가슴이 답답하고 잠도 푹 못자요. 그러다 보니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어요."
"열심히 운동하는 것은 좋은데, 방법이나 방향이 나에게 맞아야 해요. 지금은 기혈이 순환하는 길이 정체되어 힘의 불균형이 생긴 상황이에요. 그런 상태에서 격한 운동을 하면, 마치 병목 현상이 생긴 도로에 차가 몰린 것 같은 상황이 벌어져요. 그러니 기존의 불균형 상태가 더 심해진 겁니다. 강화보다는 소통에 초점을 두고 운동하는 방법도 바꾸세요."
운동할 시간이 없거나 운동량이 부족해서 탈인 경우가 더 많지만, 건강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열심히 운동하는데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분도 많습니다. 대개 본인에게 맞지 않는 운동에 집중하거나, 운동의 강도가 과한 경우지요. 특히 환자는 몸과 마음이 지쳤거나 내적 불균형을 안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방식의 운동이 몸에 해롭습니다.
그런 분에게 "숨차게 운동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운동을 하되, 내가 깊이 편하게 호흡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이지요. 조금 달리 말하면 무산소와 유산소 상태를 오가면서 운동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을 권합니다. 걷기나 등산을 해도 깊고 충만한 호흡이 필요 없을 정도로 힘을 들이지 않을 수준을 유지하고, 근력 운동을 하더라도 강하고 빠른 방식보다는 힘들지 않을 강도로 호흡에 맞춰 수축과 이완을 주문합니다. 이렇게 운동해 심신의 균형을 회복하고 기혈이 막힘없이 잘 소통되고 나면, 그 때 가서는 강도를 높여도 좋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운동을 좋아하는 분은 "그게 무슨 운동이냐"고 하실 겁니다. 숨이 턱까지 차고,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해야 비로소 운동한 것 같다고들 하지요. 특히 상대와 승부를 겨루는 종목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고요. 하지만 고강도 운동은 몸에 피로(달리 말하면 산화적 스트레스)를 남깁니다. 피로 물질이 쌓이면 크고 작은 병을 일으키고, 우리 몸의 노화를 촉진해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특정한 목적이 있는 분이나, 특정 종목을 너무 좋아해서 힘이 들더라도 해야만 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때는 격한 상황을 보상할 만큼 충분한 휴식과 이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소모된 에너지도 보충해야 하지요. 흔히 쿨 다운이라고 표현하는데, 프로 선수는 이를 잘 지키지만(이렇게 해도 격한 종목일수록 선수 생명이 짧지요), 아마추어면서 운동은 프로에 못지않게 하는 분은 이를 잘 지키지 않습니다. 결국 득보다 실이 커집니다.
'숨차게 운동하지 않기' 원칙은 나이가 많은 분, 퇴행성 질환과 만성 질환 환자, 그리고 화병 환자처럼 기혈 흐름의 불균형이 심한 분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이런 분은 기혈이 막힘없이 소통되고, 세포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어 피로가 쌓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이 전투적으로 운동에 임하면 몸과 마음은 또 하나의 전쟁터가 됩니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나라가 또 한 번의 내전을 겪는 셈이지요. 이런 상황에 빠지면 열심히 운동할수록 건강은 도리어 나빠지게 됩니다.
병의 치유와 건강 회복을 위해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숨 가쁘게 운동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건강은 병마와 싸워서 이겨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본래 리듬을 회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얻는 평화와 같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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